풀잎이 낙엽에게 “넌 어쩜 떨어지면서 그렇게 시끄럽게 구니? 너 땜에 겨울잠이 다 달아나 버렸잖아.”라고 말했다.
낙엽은 화가 나서 풀잎한테 “낮은 곳에서 태어나 낮은 곳에서 사는 주제에! 노래도 부를 줄 모르는 게 성깔은 있어 가지고! 높은 곳에 살아본 적이 없으니 노래가 뭔지 알 리가 있나!”라고 말한 뒤 땅에 누워 잠이 들었다.
이윽고 봄이 와서 만물이 잠에서 깨어날 때, 낙엽은 풀잎이 되어 있었다.
가을이 되어 풀잎이 겨울잠을 자려고 하는데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는 혼자서 “어휴, 이 낙엽들하고는! 어쩜 저렇게 시끄럽게 구는지! 겨울잠이 다 달아나 버렸잖아!”라고 투덜거리는 것이었다.
― 칼릴 지브란의 우화집인『광인(狂人)』에서
*옮긴이의 말 : 옛 처지를 잊으면 자신과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법인가 봅니다. 그래서 ‘제 배 부르면 남 배고픈 줄을 모른다’는 속담도 생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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