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

▩새들의 우정의 시작

개마두리 2011. 12. 13. 19:09

 

 

애초에 새들에게 우정이란 무척이나 낯선 것이었다. 왜냐하면 서로서로 심한 경쟁 의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일 어떤 새가 다른 새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치자.

 

“나는 너보다 나은 새야.”

 

그러면 그 말을 들은 새는 대번에 표정이 달라지면서 이렇게 받아쳤다.

 

“그렇지 않아! 내가 너보다 훨씬 나아.”

 

결국 대판 싸움이 벌어지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꿩이 까마귀를 만났다. 그날따라 꿩은 그다지 싸움할 기분이 아니었다. 그래서 평소와 달리 이렇게 말했다.

 

“까마귀야, 너는 나보다 나은 새야.”

 

까마귀는 꿩의 말을 듣고 크게 놀랐다. 매우 기분이 좋아진 까마귀는 다정하게 대꾸해 주었다.

 

“아니야! 아니야! 꿩아, 네가 나보다 훨씬 나은 새야.”

 

두 마리 새는 꼭 붙어 앉아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마침내 꿩이 까마귀에게 제안했다.

 

“까마귀야. 나는 네가 좋아. 우리 같이 살지 않을래?”

 

“좋아! 좋아! 꿩아, 우리 그렇게 하자.”

 

이리하여 두 마리 새는 큰 나무에서 함께 살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갈수록 서로에 대한 관심과 다정한 마음은 더욱 커져만 갔다. 하지만 친해졌다고 해서 지나치게 허물 없이 굴어 체신을 잃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그들은 서로 예의와 정중함을 잃지 않았다.

 

다른 새들은 꿩과 까마귀의 교제를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그들은 두 새가 아무런 싸움이나 다툼 없이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지낼 수 있다는 사실에 그저 놀랄 따름이었다.

 

마침내 몇 마리의 새들이 그들의 우정을 시험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까마귀가 밖에 나가고 꿩 혼자 있을 때 찾아갔다.

 

“꿩아, 너는 왜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까마귀와 함께 지내니?”

 

“너희들은 그렇게 말해서는 안 돼! 까마귀는 나보다 훌륭한 새야. 그리고 까마귀가 이 나무에서 함께 지내 줘서 내가 얼마나 빛이 나는지 몰라.”

 

다음 날 그들은 꿩이 밖에 나가고 까마귀 혼자 있을 때 까마귀를 찾아갔다.

 

“까마귀야, 너는 왜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꿩과 함께 지내니?”

 

“너희들은 그렇게 말해서는 안 돼! 꿩은 나보다 훌륭한 새야. 그리고 꿩이 이 나무에서 함께 지내 줘서 내가 얼마나 빛이 나는지 몰라.”

 

새들은 꿩과 까마귀의 서로를 향한 믿음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왜 우리는 꿩과 까마귀와 같을 수 없을까?’

 

그리하여 그날 이후 새들 사이에는 서로를 향한 존경과 우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 버마 민담

 

*출처 :『세계 민담 전집 6 - 태국/미얀마 편』(김영애/최재현 엮음, 황금가지 펴냄)

 

※옮긴이의 말 : 뭐든지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고, 시도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꿩과 까마귀가 (‘다른 대화’를 시도하지 않은 채) 평소처럼 잘난 척을 했다면 둘은 친구가 될 수 없었을 것이고, 그들을 주시한 새들은 우정이 무엇인지를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간세상에 - 그리고 자연환경에 -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지금, 당장, 곧, 여기서부터, 나부터’ 좋은 일을 시작하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는 것이지 다른 것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선례(先例)가 없다고 해서 주저하지 말며 다른 사람이 나서지 않았다고 해서 그걸 핑계삼아 포기하지 마라. ‘당신부터’ 달라진다면 많은 사람들이 그 뒤를 따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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