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윙윙거리는 날개 소리

개마두리 2012. 3. 15. 13:37

 

그 유명한 아라비아 족장 하팀 타이가 귀머거리였다는 말 들어본 적 있는가? 많은 이들이 그렇게 알고 있다!

 

어느 날 아침, 거미줄에 걸린 파리 한 마리가 도망치려고 힘껏 날갯짓을 했다. 거미줄 복판에 거미가 하도 조용하게 소리 없이 붙어 있는지라 설탕인 줄 알고 덤볐다가, 바야흐로 그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파리가 한참 윙윙거리고 있을 바로 그때에 하팀 타이가 그 아래로 지나다가 파리를 보고서 한마디 했다.

 

“네 탐욕이 너를 꼼짝 못하게 붙잡고 있구나. 방구석 갈라진 틈을 아무리 뒤져도 설탕이나 꿀이나 과자를 찾을 수 없을 게다. 오히려 함정에 빠지든지 올무에 걸리거나 하겠지.”

 

이윽고 윙윙거리는 소리가 멈추었다. 파리와 함께 거미 뱃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하팀을 따라오던 사람이 그 모든 것을 지켜보다가 말했다.

 

“그런데요. 하팀 어른. 모두들 어른의 귀가 먹었다고 하던데 어떻게 파리 날개 소리를 들으셨나요?”

 

하팀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자네, 무척 영리하군. 내 귀머거리 사연을 말해주지. 이렇게 된 걸세. 내 지위 때문이었겠지만, 오랫동안 나는 아첨꾼들 틈에서 살아야 했네. 그들은 아무쪼록 내 허물은 감추고 나를 칭송하는 말만 늘어놓았지. 나는 그 말을 듣지 않을 수 없었고, 그래서 결국 우쭐해져서 잔뜩 거만한 사람이 되었다네.”

 

“그래서요?”

 

“그래서 이거 안 되겠다 싶어 귀머거리 행세를 했지. 많은 사람이 내가 귀를 먹은 줄 알고 슬퍼했어. 그러나 내게는 두 가지 유익이 있었네. 첫째, 아첨하는 말로 나를 괴롭히던 자들이 사라졌어. 그들은 내게 아첨해봤자 얻을 게 아무것도 없음을 알아차렸지. 둘째, 나에 대해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그대로 알게 됐어. 내가 귀머거리라는 사실을 알자 사람들은 비로소 나의 장점과 단점을 솔직하게 말하기 시작했네. 내 잘못이 공개적으로 거론될 때 그 말을 듣는 게 즐겁지만은 않더군. 그러나 그렇게 해서 나는 교만한 마음을 버리고, 교만 때문에 저지를 뻔한 더 큰 잘못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네.”

 

-『사아디의 우화 정원』(사아디 지음, 아서 숄리 엮음, 이현주 옮김, 아침이슬 펴냄, 서기 2008년)에 실린 사아디의 우화

 

* 사아디 : 이란의 시인이자 이야기꾼이고 수피인 사람. 서기 1213년 쉬라즈에서 태어나 서기 1291년에 세상을 떠났다. 말년에는 사드 아 파바크 왕실 계관시인으로 추대되었다. 어릴 적에 고아가 되어 몽골의 침략을 피해 조국을 떠났고, 유럽, 아비니시아(에티오피아), 이집트(아랍 이름 ‘미스르’), 시리아, 파키스탄, 아르메니아, 소아시아(터키), 아라비아, 페르시아(이란), 아프가니스탄, 인도(바라트), 이탈리아 등지를 떠돌며 서른 해 동안 떠돌이로 살았다. 작품으로는『굴리스탄』(장미 정원이라는 뜻)과『부스탄』(과수원이라는 뜻)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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