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되갚아줄 때

개마두리 2012. 3. 30. 22:51

 

교만하기 짝이 없는 왕실 고관 하나가 어느 날 돌을 던져 가난한 탁발승의 머리를 맞혔다. 그러고는 깔깔 웃으면서 지나갔다. 탁발승은 겁이 나서 대거리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런데 왕이 그 고관에게 무슨 일로 잔뜩 성이 났다. 그래서 그의 재산과 벼슬을 박탈하고 꽁꽁 묶어 진흙탕 수렁에 던져버렸다.

 

탁발승이 그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네가 돌을 던져 내 머리를 맞힌 일, 기억나느냐?”

 

“내가 그랬다면 오래전 일이었을 텐데, 그 일을 새삼 들추어 나를 괴롭히는 까닭이 무엇이냐?”

 

“그때는 네 위엄에 눌리고 겁이 나서 꼼짝 못하고 당했지만, 이제 네 꼴을 보니 되갚아줄 때가 된 것 같구나.”

 

그러고서 탁발승은 바랑 깊숙이 손을 넣어 돌멩이 하나를 꺼냈다.

 

“그때 네가 내 머리를 맞혔던 바로 그 돌멩이다. 여태까지 고이 간직하고 다녔지.”

 

탁발승은 한때 거만했던 사내 머리에 그것을 던져 정통으로 맞혔다.

 

― 사아디의 우화

 

― 출처 :『사아디의 우화 정원』(사아디 지음, 아서 숄리 엮음, 이현주 옮김, 아침이슬 펴냄, 서기 2008년)

 

* 사아디 : 중세 이란의 시인이자 이야기꾼. 서기 1213년에 태어나 서기 1291년에 세상을 떠났다. 몽골의 침략으로 고국을 떠나 유럽, 아비니시아(오늘날의 에티오피아), 이집트(아랍 이름 ‘미스르’), 시리아, 파키스탄, 아르메이나, 소아시아(오늘날의 터키), 아라비아, 페르시아(오늘날의 이란), 아프가니스탄, 인도(정식 국호는 ‘바라트’), 이탈리아를 떠돌면서 살았다. 한때 노예로 팔려 트리폴리에서 강제 노역을 하기도 했다. 작품으로는『굴리스탄(장미정원)』과『부스탄(과수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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