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시장가치

개마두리 2012. 3. 30. 22:13

 

나는 바스라의 보석상들 틈에 앉아 있는 아랍 상인을 보았다. 그가 상인들에게 말했다.

 

“한번은 사막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었소. 마지막 남은 양식까지 먹고 나자 이제 죽는구나 싶었지. 절망 속에서 다시 한 번 보따리를 뒤지다가 곡식이 담겨 있는 듯한 자루를 발견했소. 그때 내가 얼마나 기뻤겠는지, 얼마나 황홀했겠는지, 상상해보시오!”

 

상인이 잠시 멈추었다가 말을 이었다.

 

“자루를 풀자 그 안에 진주가 가득 담겨 있더군. 그 순간 내가 얼마나 낙심했겠는지, 얼마나 비참했겠는지, 상상해보시오!”

 

― 사아디의 우화

 

― 출처 :『사아디의 우화 정원』(사아디 지음, 아서 숄리 엮음, 이현주 옮김, 아침이슬 펴냄, 서기 2008년)

 

* 사아디 : 중세 이란의 시인이자 이야기꾼. 서기 1213년에 태어나 서기 1291년에 세상을 떠났다. 몽골의 침략으로 고국을 떠나 유럽, 아비니시아(오늘날의 에티오피아), 이집트(아랍 이름 ‘미스르’), 시리아, 파키스탄, 아르메이나, 소아시아(오늘날의 터키), 아라비아, 페르시아(오늘날의 이란), 아프가니스탄, 인도(정식 국호는 ‘바라트’), 이탈리아를 떠돌면서 살았다. 한때 노예로 팔려 트리폴리에서 강제 노역을 하기도 했다. 작품으로는『굴리스탄(장미정원)』과『부스탄(과수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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