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낙타와 생쥐

개마두리 2012. 3. 31. 13:49

 

건방진 생쥐 한 마리가 시장거리를 쏘다니다가 바닥에 놓여있는 밧줄을 보고 작은 앞니로 잡아당겼다. 밧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좀 더 세게 당겼지만 여전히 밧줄은 움직이지 않았다. 생쥐가 밧줄을 어깨에 둘러메고 당기다가 위를 쳐다보고 주춤했다. 거기, 밧줄 저쪽 끝에 낙타가 매어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낙타는 꼬마 생쥐한테 끌려다니는 게 재미있는지, 생쥐가 밧줄을 당기는 대로 끌려왔다.

 

생쥐가 으스대며 친구들에게 말했다.

 

“야아, 날 좀 보라고! 내가 보통 쥐가 아니라고 전에 말했지?”

 

낙타가 속으로 말했다.

 

“흐흐, 보통 쥐가 아니라고? 그래, 어디 좀 더 두고 보자, 이 건방진 녀석!”

 

둘이 걷다가 강둑에 이르렀다. 거친 물살이 급하게 흘러내려갔다. 늑대나 사자조차도 그 강을 건너려면 조심깨나 해야 할 노릇이었다.

 

생쥐가 겁을 잔뜩 먹고 있는데 낙타는 시치미를 떼고 하품을 했다. 낙타가 생쥐에게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주인님. 왜 걸음을 멈추셨나요?”

 

생쥐가 벌벌 떨며 대답했다.

 

“강, 강물이야! 빠져 죽겠어.”

 

“무슨 소리! 자, 보세요.”

 

낙타가 강물로 들어서며 말을 계속했다.

 

“이렇게 무릎에도 차지 않는데, 무엇이 문제란 말입니까?”

 

“네 무릎하고 내 무릎하고 같으냐?”

 

“그렇다면 생쥐하고 낙타 사이에도 똑같은 차이가 있지 않겠느냐? 이 건방진 녀석아!”

 

생쥐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요, 낙타 아저씨.”

 

낙타가 웃으며 말했다.

 

“자, 이리 내 등으로 기어오르렴. 옳지, 됐어. 꼭 잡고 있어야 한다.”

 

둘은 사이좋게 강을 건넜다.

 

― 루미의 우화

 

― 출처 :『루미의 우화 모음집』(루미 지음, 아서 숄리 엮음, 이현주 옮김, 아침이슬 펴냄, 서기 2010년. 원제『마드나위』)

 

* 루미 : 중세 이란의 시인이자 수피(Sufi). 서기 1207년에 태어나 서기 1273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책은 이슬람 신비주의와 시 문학은 물론 중세 문학과 사상에도 많은 영향을 끼침으로써 오늘날 ‘신비주의의『성서』’나 ‘페르시아어로 된『꾸란』’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유네스코는 서기 2007년을 ‘세계 루미의 해’로 지정하였고(그가 태어난 지 800년이 되는 해다), 그의 작품은 이슬람 문학 작품 가운데 가장 많은 영역본(英譯本. 영어로 옮긴 책)을 가지고 있다(유럽과 미국에서 그의 이름을 딴 재단이 100개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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