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의 모순들

'너희 나라에도 사탕 있냐' 놀리는 아이들

개마두리 2012. 4. 9. 22:15

 

- [이주 아동에게 '배울 권리'를!] 이주아동이 겪는 따돌림

 

- 석원정(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 위한 모임)

 

- 기사입력 : 2012-04-05

 

이주아동들이 재학하고 있는 학교(혹은 구성원들)의 다문화적, 인권적 감수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보기 위하여 따돌림 현상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를 알아보았다.

 

조사에서는 학교 내에서의 차별행위의 종류를, 놀림→ 무시와 소외→ 물리적 표현의 단계로 구분하였고, 구체적으로는 발음놀림, 피부색→나라비하, 소문 퍼뜨림→협박의 표현, 소지품 빼앗아감, 발로 차는 경우 등으로 구분하여 물어보았다.

 

학교생활에서 경험한 차별 내용

 

이주아동들이 재학하고 있는 학교에서 따돌림과 차별이라고 느끼는 현상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형태로 경험하고 있는지를 알아보았더니, '차별의 경험이 없다'는 응답이 더 많았으나 '있다'고 답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아동이 겪은 차별의 경험 중 '발음이 이상하다고 놀림'이 가장 많았으며(41.9%), '빈곤한 나라라고 무시'(36.6%), '뒤에서 수군거림'(30.6%)이 다음으로 많았다. 이주아동들은 학교 내에서 놀림, 무시, 가난한 나라에 대한 비하, 물리적 표현, 인종적 차별에 이르는 다양한 형태의 차별을 경험하고 있었다.

 

가. 발음이 이상하다고 다른 아이들이 놀린 적이 있다

 

'발음이 이상하다고 놀림'을 받은 경험을 고등학교 48.6%, 중학교 45.7%, 초등학교 37.2%로 고등학생이 놀림당한 경험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말 못한다고 웃어요. 쪼개요.

 

<V, 태국, 남, 중3재학>

 

나. 따돌림을 당하거나 "너희 나라에 이런 것 없지?"라며 무시당한 적 있다

 

무시와 소외의 차별의 내용으로 따돌림을 당하거나 '너희 나라에 이런 것 없지' 하며 무시당한 경험은 고등학교 45.7%, 중학교 44.3%, 초등학교 26.9%로 고등학생이 무시당하는 차별을 더 많이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너네 나라 사탕 있냐? 해있냐? 차있냐? 너네 나라는 다 똥그란 집에 사냐? 그렇게 말했어요. 지들은 얼마나 잘났길래 그러나 생각했어요. 학교 같은 반 학생들이요 너네 몽골나라 발전 안 된 나라라면서 얘기했어요. 한국말 하는 몽골친구가 얘기해줬어요. 나한테 그렇게 말한다고.. 마음고생은 했어요.. 겉으로 보기엔 발전된 나라지만. 교육 뭐 그런 거 높고 그런 거 같은데 몽골보다 생각 수준이 낮은 거 같아요. 다른 나라 문화를 서로 존중하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몽P, 18세, 여>

 

애들이 많은 곳에서는 꺼려한 것 있어요. 하늘 있냐, 나무 있냐 물어보는 경우가 있었어요. 상처 받았지만, 티를 안 냈어요. <AO, 고1재학>

 

말하다보면 가끔 더듬거나 가끔 발음이 안 좋거나 하면 놀리기도 하는데 외국인이라서 그런 것 같지는 않고 단지 발음 때문에 지금 여고에 다니니까 별로 없는데 중학교 남녀공학 다닐 때는 남자애들이 몽골에는 뭐 없지 뭐 그런 질문 진짜 많이 했었어요. 몽골에는 초원만 있는 줄 아는 애들도 있고, 여자아이들은 궁금해도 비교적 조심해주는 게 있어요. 신고까지는 아니지만 초6때 어떤 남자애가 불법체류자라고 하고, 옆에 있던 여자애가 쟤한테 그런 말 하면 안 된다고 했어요, 그때 아이들이 내가 비자 없다는걸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죠. <O, 몽골, 여, 고1재학>

 

다. 다른 아이들이 잘못된 소문을 퍼뜨리거나 뒤에서 수군거린 적이 있다

 

무시와 소외의 차별의 내용으로 '다른 아이들에게 잘못된 소문을 퍼뜨리거나 뒤에서 수군거림'에 대한 경험은 중학교 38.6%, 고등학교 28.6%, 초등학교 25.6%로 중학생이 수군거림 차별을 더 많이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놀리는 애들 있어요. 그럼 이야기해요. 하지 말라고, 계속 하면 계속 이야기해요. 계속 하지 말라고 해도 하면 어떻게 하죠? 더 이상 방법 없어요. 비자 없어서 문제생기면 안되니까요. <S, 몽골, 남, 중2재학>

 

라. 이름 대신 모국명으로 부르거나 피부색이 다르다고 놀림 받은 적이 있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지 않고 나라이름을 빗대어 '야, 몽고', '야, 베트콩' 등으로 부르거나 피부색으로 놀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아동들이 중학교 28.6%, 초등학교 24.4%, 고등학교 22.9%로, 중학생이 차별 경험이 더 많았다.

 

친구 R하고 같은 학교 다니고 있어요. 내가 몽골사람인 거 (학교 아이들이) 몰랐는데, R과 아는 사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애들이 (내가 몽골사람인거) 알게 되었어요. 그 후부터 '몽골계, 몽골인'하고 놀려요. R이랑 놀고 있을 때도 '몽골인끼리 잘도 놀고 있네.' 하고 (아이들이) 놀려요.(울음) 우리 친구들이 따돌림, 왕따를 제일 많이 당했어요. 왕따 시킨 애에게 그 기분 느껴 보라고 그 아이를 왕따 시킨 적 있어요. 근데 어떤 때 보면 다른 아이들이 그 아이랑 놀고 있어요. 저랑 안 놀고... <AH, 몽골, 여, 초4재학>

 

초등학교 때 몽골에 화장실 있냐고 그런 것도 물어 보구요. '몽골인'이라고, 00라고 안 부르고, '몽골'하고 불렀어요. 한국 친구들과 똑같지는 않은 거 같아요. 약간 피해요. 말도 안하고... 그런 애들 몇 명 있어요. 저도 한국 친구들과 똑같이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아닌 거 같아요. 중학교 1학년 때, 어떤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말 잘하고 그러다가, 제가 가서 말 걸면 그냥 가고 피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렇게 하면 그냥 지나쳤어요. 어쩔 수 없잖아요. 마음은 슬퍼요. 저도 다른 한국아이들과 똑같은데... 그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그래도 괜찮아요. 2학년 때는 반이 달라지면서... <J, 몽골, 여, 중2재학>

 

아프리카에서 와서 까맣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아무 말도 못하니까. 근데 요즘은 학교 안에서 안 건들고, 학교 나오면…외국사람이니까 말투가 좀 티껍고, 문화가 특이하고 그러니까 띠껍다고. <V, 태국, 남, 중3재학>

 

필리핀에서는 외모가 한국아이 같다고 놀려요. 이상해요. 필리핀에 있으면 한국 사람이라고 하고, 한국에서는 반대로 놀리고…그래서 힘들어요. <AL, 초3재학>

 

아들이 한국말 모르니까 애들 얘기를 알아들을 수 없고, 그래서 힘들다고 해요. 우리 반 아이들이 자기 싫어하는지 잘 몰라요. 요즘에 학교 가기 싫어해요. 나는 조금만 참으라고 이야기해요. 아직까지 왜 친구 안 생기는지 모르겠어요. 한국말 몰라서 그런지, 몽골이라 그런지 모르겠어요. 나도 친구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몽골, 중2재학, 남학생의 어머니>

 

선생님이 우리 딸 놀림당하는 것을 보고, 아이들에게 다른 아이들과 똑같다고 설명했어요. 유치원에서 버스타면 아이들이 머리를 꿀밤 때리고 그랬어요. 필리핀에서는 머리가 가장 중요해서 때리는 것은 안 좋아요. 그래서 처음 학교 들어갈 때 선생님에게 얘기했어요. <필리핀 초등재학, 여학생의 어머니>

 

마. 다른 아이들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하거나 신고하겠다고 협박한 적이 있다

 

차별의 직접적인 언어표현으로 '돌아가', '신고하겠다'고 협박을 당한 경험은 고등학교 25.7%, 초등학교 21.8%, 중학교 18.6%로 고등학생이 직접적인 차별을 많이 경험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4분의 1은 외국인인줄 알고 있어요. 많이 아는거 싫어요. 싸움하면 니네 나라로 돌아가라고 말해서 싫어요. 왜 그렇게 말하는지 모르겠어요. <AC, 몽골, 여, 중2재학>

 

친구들과 친하긴 한대요. ... (같이 있던 어린 아이들 눈치 보면서) 얘네들 나가있으면 안돼요? (나간 후에) 형들이 부를 때 있어요. 그리고 넌 여기 왜 왔냐, 니네 나라로 가, 비자 없으면 니네 나라로 가. 그래요. 친구들도 그런 적 있구요. 선생님한테 한번 신고한 적 있었는데, 나보고 그애들이랑 싸우기도 했는데, 너 비자 없으니까 그냥 조용히 있으라고 했어요. 선생님이 너 등록이 없잖아, 너 여기서 나가면 다른 학교 못가, 비자 없어서. 그러니까 조용히 있으라고 했어요. 제 잘못이라고 했어요. 넌 비자 없으니까, 여기 학교 말고는 갈데 없다고 그랬어요. (담임선생님이야?) 아니요. 교무주임이에요. 눈물났어요. 억울해서요. 왕따시키는 것 같고...다치거나 사고 나면 병원에 가도 등록번호 없어서 그냥 집으로 돌아와요. <W, 몽골, 남, 중 재학>

 

바. 다른 아이들이 나를 손이나 주먹으로 때리거나 발로 걷어찬 적이 있다

 

차별의 직접적인 행동표현으로 '손이나 주먹으로 때리거나 발로 걷어차인' 경험은, 초등학교 21.8%, 중학교 11.4%, 고등학교 8.6%로 초등학생이 더 많이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업시간에 친구가 칼로 뭐하고 있었어요. 어쩌다가 나를 그어서 피가 났어요. 그래서 병원갔어요.. 선생님이 데려다 줬어요.. 그리고 우리 아빠를 병원으로 불렀어요. 그리고 선생님은 갔어요. 그래서 우리 부모님이 한국애 부모님을 만났어요.. 우리 부모님이 한국애 엄마한테.. 병원비를 내줘야 하는거 아니냐 라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한국학교 부모가 우린 돈이 없다고 했어요. 그래서 우리 엄마아빠가 병원비 냈어요. 그래서 억울하고 슬펐어요. 내가 당했고 나는 피해자인데 병원비도 내주고 그러니까... 내가 외국인이라서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도 했지만 그냥 그애 집 가정형편이 진짜 어려워서 그런가보다 그렇게 생각을 바꿨어요... <몽W, 15세, 남>

 

남자아이들이 발로 찼어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기분 좋지 않았어요. 뒤에서 쫒아 다니면서 괴롭혔어요. <C, 몽골, 여>

 

처음 한국학교에 들어갔을 때는 초등학교 9살 때 1학년 들어갔어요. 이름도 다르고 차별하고 따돌림 당하고 그래서 몇 개월 다니다가 다른 학교에 다녔어요. 옮긴 학교에서는 담임선생님만 알고 몽골 아이라는 걸 말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때 한국말이 서툴렀는데 사투리라고 속이고 그랬어요. 4학년까지 다니다 몽골 왔어요. 그리고 중 2학년 때 한국 가서 한국학교 다시 다녔어요. 엄마인 나는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었어요.. 외국아이들 무시하고 차별하는 것이 없으면 좋겠어요. 난 러시아에서 공부했어요. 그곳에서 차별 같은 거 못 느꼈어요. 한국아이들이 자기 나라보다 못 사는 나라 사람 무시하는 것 같아요." <몽A, 18세, 남, 어머니>

 

1년 전에 몽골아이들 때리는 것 보고 00가 가서 말렸는데, 보고 있던 한국아이들 30명이 달려와서 00를 집단으로 때려서 경찰서까지 간 적이 있었어요. 00이 경찰서에 있을 때, 00선생님(대안교육 선생님)하고 같이 갔었어요. 내가 비자가 없으니까 걱정을 했는데, 00선생님하고 몽골아이들과 같이 갔었어요. 한 몽골아이가 핸드폰으로 그 장면을 찍었는데 그 중학교 교장선생님이 몽골아이가 핸드폰으로 촬영한 것을 삭제하려고 했어요. 그것을 00선생님이 못하게 해서 안했어요. 00선생님이 다친 몽골아이들을 병원으로 데려가서 조치하고, 몽골 부모님들과 경찰서에서 도와줬어요. 그때 찍은 영상 때문에 00가 잘못한 것이 없는 것으로 해결됐어요. 안 그랬으면 더 심각한 일이 생겼을 거예요. 원래 그래요. 새로운 학생들이 오면 싸움 한번 걸어보고, 기를 잡으려고 해요. 한국아빠랑 결혼한 다른 아이가 왔을 때도 그랬다고 들었어요....<몽골, 중3재학, 남학생의 어머니>

 

사. 다른 아이들이 나에게 겁을 주거나 때려서 돈이나 소지품을 빼앗은 적이 있다

 

차별의 직접적인 행동표현으로 '돈이나 소지품을 빼앗긴' 경험은 초등학교 10.3% 중, 고등학교 8.6%로 초등학생이 좀더 많이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의 차별경험에 대한 분석결과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놀림은 공교육 내 중ㆍ고등학생이, 소외와 무시는 이탈아동과 고등학생이 많이 경험했고, 차별의 직접적인 행동표현은 공교육 내에서 초등학생들이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초등학교 내에서는 간접적인 차별만이 아니라 직접적인 차별의 행동표현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며, 이주아동들에게서는 이런 경험이 학교를 이탈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면밀한 관찰과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학교 내 장치가 필요하겠다.

 

▲ '불법사람은 없다' 캠페인. 이주노동자들에게도 자녀교육은 심각한 고민거리다.

 

* 출처 :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20405111238&Section=03

 

(<프레시안>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