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풀

개마두리 2012. 5. 8. 14:04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東風)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일찍 일어나도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 김수영 시인의 시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란 시인들의 글과 시(詩) 구절  (0) 2012.05.17
▩그들이 왔다  (0) 2012.05.15
[시조]안으로 들어가기  (0) 2012.03.25
▩봄밤  (0) 2012.01.17
▩내일은 없다  (0) 2011.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