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홍차 찻잎에 대한 간단한 ‘명상’

개마두리 2012. 7. 27. 23:28

 

내가 두 달 전부터 우리 동네 슈퍼마켓에서 사 마시는 홍차(紅茶)가 있다 (광고라는 비난을 들을까봐 상표는 알리지 않겠다). 그 홍차의 찻잎은 - 라벨에 쓰인 말이 옳다면 - 케냐와 우간다와 탄자니아에서 왔다. 참고로 셋 다 동(東) 아프리카의 공화국이고 차(茶)를 기르는 곳으로 알려진 땅이다. 이 세 나라에서는 차(영어로는 Tea)라는 말은 ‘홍차’로 통하지, 녹차나 보이차(푸얼차)는 아니다.

 

맛이 어떻냐고? 음 … 내가 직접 뜨거운 물에 타서 마셔본 결과만 놓고 말하자면 … 좋다! 향기도 좋고 맛도 깔끔하고 빛깔도 (검붉은 게) 아주 아름답다. 나는 설탕을 안 타고 우유도 안 타고 그냥 마시지만(과일즙을 섞어서 마시는 걸 고려한다. 개인적으로는 레몬즙이나 제철과일의 즙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홍차에 레몬즙을 넣어서 마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맛이 쓰다고 느낀 적은 없다.

 

의사들의 말에 따르면 홍차는 녹차의 좋은 성분은 다 갖고 있고, 게다가 홍차를 마시면 그 안에 든 성분 때문에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하니 현대인에게는 참으로 좋은 마실거리(음료수)가 아니겠는가? 여러분도 한번 시도해보시라. 단, 설탕은 넣지 말고 우유도 저지방유나 풀 먹은 소가 만든 우유만 넣어서!

 

내가 이런 말을 하려고 글을 쓴 건 아니다.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서 그렇다. 내가 마시는 홍차가 동아프리카의 세 나라에서 온 건 기분이 좋지만, 과연 그 세 나라의 농부들이 ‘대가’를 제대로 받는지, 그리고 그 세 나라의 땅이 과연 더럽혀지거나 메마르지 않고 제대로 유지되는지는 의문이다. 네덜란드의 백인들에게 장미꽃을 ‘바치느라’ 헐값을 받고 죽어라 일하면서 땅은 땅대로 망가지는 케냐의 농부들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찻잎을 기르는 세 나라의 농부들이 장미꽃을 기르는 케냐 농부들처럼 괴롭게 사는 건 아닐까? 만약 내 걱정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그땐 미련없이 이 회사의 홍차를 끊어버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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