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 라면 국물과 나트륨에 대한 간단한 설명

개마두리 2012. 8. 3. 20:52

 

 

 

- 30 ~ 50대 한국 남자에게 권하는 하루 열량은 2500kcal(킬로칼로리) 정도인데, 한국에서 만든 라면 한 봉지는 505kcal다.

 

 

- 라면으로 아침 한 끼를 때우면 탄수화물은 하루 권장량의 24%, 단백질은 17%, 지방은 34%, 포화지방은 53%를 채우게 된다. 그리고 나트륨은 하루 권장량의 97%를 채우게 된다.

 

 

-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나트륨은 (하루를 기준으로 삼았을 경우) 2000mg(밀리그램)이다. 이 양은 소금 5g(그램), 그러니까 어른 밥숟가락 절반 정도에 소금을 담은 양이다.

 

 

- 단무지도 나트륨 함량이 높다. 무려 300mg나 된다.

 

 

- 김치는 나트륨 함량이 400mg 이상이다.

 

 

- 라면 한 봉지에 담긴 나트륨의 70%가 수프 가루에 들어있다.

 

 

- 서기 2010년 국민건강통계를 보면, 한국 남자는 하루 평균 나트륨 5639. 9mg을 먹고, 한국 여자는 4041. 7mg을 먹는다. 둘을 합치면 4830.5mg다. 이는 일본의 수치인 4280mg(서기 2009년 현재), 영국의 수치인 3440mg(서기 2008년 현재), 미국의 수치인 3436mg(서기 2006년)에 견주면 훨씬 높은 것이다.

 

 

- 한국의 30대 남성이 하루에 먹는 나트륨은 무려 6903mg나 된다. 하루에 소금 17g(권장량의 서너 배)을 입에 털어 넣는 셈이다.

 

 

- 한국의 40대 남성은 나트륨을 하루에 6583mg 먹는다.

 

 

- 한국의 50대 남성은 나트륨을 하루에 6317mg 먹는다.

 

 

- 한국인이 나트륨을 많이 먹는 까닭은 국, 찌개, 김치, 젓갈을 먹기 때문이다(소금이 많이 들어가는 것들임).

 

 

- 김종욱 연구관의 말에 따르면, 오스트레일리아나 미국의 밥상은 반찬이 스테이크나 샐러드 정돈데 한국 밥상은 짠 반찬이 많고, 나물을 무치든 볶던 모든 음식에 소금을 넣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소금을 많이 먹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한다.

 

 

- 영양학을 다루는 학자들은 하루에 필요한 ‘적당한’ 소금의 양을 3g 정도로 본다.

 

 

- 전영일 삼양식품연구소 소장의 말에 따르면, “한국 사람들은 나트륨이 2000mg 이상은 들어가야 ‘국물 간이 맞다.’고 여긴다.”

 

 

- 이미 서기 1983년의 신문기사에 “나트륨이 주 성분인 소금의 섭취량은 서양인은 하루 평균 4~8g, 동양인은 30~40g으로 추측”된다는 말이 나왔고, “새우깡 한 봉지에 550mg, 라면 수프 한 봉지에 1664mg”라는 수치까지 나왔다. 그럼 왜 못 고쳤느냐? 서기 1985년의 신문기사에 따르면(농심 관계자의 설명), “소비자들이 짭짤하고 진한 맛을 찾는 탓”이라고 한다.

 

 

- 다행히 서기 2011년에는 식약청이 나서서 라면 등 면류(국수류)의 나트륨을 해마다 낮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서기 2012년 3월에는 먹는 버릇을 고치기 위해 소금을 빼겠다는 ‘나트륨 줄이기 운동본부’가 만들어졌다.

 

 

- 나트륨이 필요하긴 하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고혈압/당뇨병/심장병/뇌혈관 질환에 걸리고 위암/신장병에 걸리며 살이 찐다.

 

 

-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미국에서 어른이 소금을 먹는 양(하루를 기준으로 삼음)을 3g 줄였더니 심장과 핏줄이 병들어서 죽는 사람이 2.7~4.4% 줄었다고 한다. 캐나다에서도 소금을 4.6g(하루 섭취량을 기준으로 삼음) 줄였더니 고혈압을 막는 효과가 30%나 됐다고 한다.

 

 

- 한국 식약청은 서기 2011년 라면업계의 협조를 구해 몇몇 라면 제품의 나트륨을 최대 15%까지 줄였다(참고로 이에 협력한 라면업체는 농심, 삼양, 오뚜기, 팔도다). 식약청은 서기 2012년에도 나트륨을 3~5% 정도 줄일 계획이다.

 

 

- 농심 사는 서기 2009년부터 스스로 라면의 나트륨을 줄인다는 계획을 세워 이를 실천하기 시작했다. 윤성학 차장은 “조금이라도 싱거워지면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자들이 있다. 맛이 바뀌거나 달라진 걸 느끼지 못하도록 나트륨을 조금씩 줄여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농심 사는 자신들이 만드는 라면의 나트륨을 1800mg에서 1700mg로 낮췄고, 서기 2015년에는 1500mg까지 줄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금보다 나트륨이 4분의 1정도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싱거워지는 대신 다른 맛을 집어넣어 소비자가 맛이 바뀐 걸 느끼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다.

 

 

전영일 소장은 “나트륨이 들어가지 않아도 짠맛을 느끼는 성분을 만들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완벽하지 않고 값도 비싼 편이다.”라고 고백했다.

 

 

- 농심이 새로 내놓은 라면인 ‘진짜진짜 맵다’라는 라면은 나트륨을 낮춘 대신, 매운맛을 더 집어넣었다. 안 그러면 반세기 동안 ‘라면 한 봉지 = 나트륨 2000mg’이라는 등식에 길들여진 혀가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전영일 소장은 “라면이라고 무조건 나트륨이 많은 건 아니다. 국물까지 다 마셔야 위험하다.”며 “밥집(식당)에서 사 먹는 된장찌개는 라면보다 나트륨이 더 많다. 국물을 남길 수 있는 라면과는 달리 반찬까지 먹게 되는 외식에서는 1.5배 더 높은 나트륨 섭취량이 나타나게 된다.”고 덧붙였다.

 

 

- 식약청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단골 메뉴인 된장찌개 1인분의 나트륨 함량은 2021mg이고, 김치찌개 1인분은 1962mg이다. 된장찌개는 나트륨이 라면보다 170mg 더 많고, 김치찌개는 110mg 더 많은 셈이다. 게다가 물냉면 한 그릇의 나트륨 함량은 2618mg이고 짬뽕 한 그릇은 무려 4000mg이며 간짜장 한 그릇은 하루에 먹어야 하는 나트륨의 양을 훨씬 뛰어넘는 2716mg이다. 이 때문에 라면업체는 “우리만 욕한다!”며 불만을 품고 있다.

 

 

- 윤성학 농심 차장은 “우리 음식문화 자체가 포괄적으로 같이 움직여야 한다. 설렁탕에 소금 넣고 김치에 깍두기까지 먹는 버릇이 남아있는 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 라면 제조업체는 한국 정부가 제안한 ‘라면 수프 봉지를 둘 만들어서, 싱겁게 먹을 사람은 한 봉지만 쓰게 하자.’는 말 대신, ‘나트륨 표기 세분화’를 내세웠다. 다 먹지도 않는 국물 때문에 소금덩어리라는 눈총을 받느니, 국물을 얼마만큼 마시느냐에 따라 나트륨이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는 설명문을 붙이겠다는 이야기다.

 

 

이미 풀무원은 자신들이 만드는 라면인 ‘자연이 맛있다’에 이런 시도를 하고 있다. 이 라면 뒷면에는 ‘건더기(국수 가락)만 먹으면 나트륨이 760mg이고, 국물을 절반 정도 마시면 나트륨이 1350mg 이며, 국물을 모두 마시면 1930mg다.’라는 표가 붙어있다.

 

 

- 다행스럽게도 우리 입맛은 ‘간사해서’ 음식 맛이 은근슬쩍(그리고 꾸준히/서서히) 바뀌면 원래 그런 줄 알고 적응한다.

 

 

- 고기 집에서 고기를 먹을 때 소금에 찍어먹지 마시라. 살코기 자체에 - 소금을 안 쳐도 - 나트륨이 들어있다.

 

 

- 어른이 저녁밥을 먹을 때, 외식보다는 집에서 해 먹는 편이 나은데, 그 까닭은 밖에서 사 먹으면 나트륨을 2183mg 먹지만 집에서 해 먹으면 나트륨을 1489mg만 먹게 되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줄여서 ‘식약청’)의 조사에 따르면 그렇다.

 

 

- 특히 밥보다는 국수가 더 짜다(밥에는 소금이 안 들어가지만, 국수에는 밀가루로 가락을 만들 때부터 소금을 집어넣기 때문임. 게다가 국수 간도 소금으로 따로 맞춘다).

 

 

- 밥집의 밥이 더 짠 까닭은 화학조미료 때문인데, 밥집(식당) 주인들이 맛을 내려고 이를 쓴다. 그러다 보니 이 성분이 짠맛을 가려 먹는 사람들이 짠맛을 잘 느끼지 못하고, 그래서 소금을 더 달라고 하게 된다.

 

 

- 한솔외식연구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집에서는 조미료를 잘 안 쓰기 때문에 소금도 필요한 만큼만 쓰게 된다. 반면 음식점에서는 소금을 넣어도 간이 안 들어간다. 나트륨 수치만 재면 후자가 더 짠데 사람들은 간이 안 됐다고 느낀다.”고 설명한다.

 

 

- 특히 밥집에서는 탕 요리가 ‘위험’한데, 그 요리는 조미료를 많이 쓰고 냄비로 들어가는 양도 많으며 소금 넣는 양도 덩달아 높기 때문이다.

 

 

- 식약청은 한 끼에 국물 한 잔을 덜 마시면 나트륨을 700mg이나 줄일 수 있고, 하루에 먹는 나트륨의 양은 절반으로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식약청은 ‘나트륨 줄이기 건강음식점’도 지정했다(그 이름으로 누리집[홈페이지/사이트]을 찾아보시기 바람).

 

 

* 참고자료 :『한겨레 21』제 922호(서기 2012년 8월 6일 펴냄)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