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개마두리 2012. 9. 3. 15:13

 

두 여인이 한 장로(長老)에게 가르침을 받으러 찾아왔다. 한 여인은 자신을 큰 죄인으로 여겼다. 다른 여인은 자신은 한평생을 법을 지키며 살았기 때문에 특히 이렇다 할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으며, 자기 자신에게 만족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장로는 두 여인에게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물었고, 첫 번째 여인은 울면서 자신이 지은 큰 죄를 털어놓았다. 그는 자신의 죄가 아주 크다고 여겼으므로, 용서받으리라고 기대하지도 않았다. 두 번째 여인은 자신이 이렇다 할 만큼 큰 죄를 저지른 것 같지 않으며, 죄를 지었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장로는 전자(前者)에게 “신(神)의 종이시여, 울타리 밖으로 나가 큰 돌을 한 개 찾아서 가져오십시오. 아주머니가 드실 수 있는 한 큰 것을 가져오셔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 뒤 장로는 후자(後者)에게 “아주머니도 돌을 가져오십시오. 단, 큰 돌이 아니라 작은 돌만 모아서 가져오시기 바랍니다. 될 수 있는 한 많이 가져오십시오.”라고 말했다.

 

둘은 밖으로 나가 장로가 말한 대로 했다. 그러자 장로는 이렇게 말했다.

 

“자, 이번에는 돌을 도로 가지고 가서 그 돌을 주웠던 바로 그 자리에 놓고, 일이 끝나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십시오.”

 

둘은 그렇게 하려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큰 돌을 가져온 여인은 자신이 돌을 주워 온 자리를 쉽게 찾아 그곳에 돌을 갖다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작은 돌들만 모은 여인은 어떤 돌을 어떤 곳에서 주웠는지 도무지 생각해 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후자는 장로가 말한 것을 실행하지 못하고 돌 자루를 그대로 가지고 장로에게로 돌아와야 했다. 둘은 자신들이 겪은 일과 한 일을 장로에게 말했다.

 

장로는 “바로 그겁니다. 큰 돌을 가져온 아주머니는 그것을 쉽게 원래 위치로 갖다 놓으셨는데, 그것을 어디서 주웠는지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작은 돌들만 모은 아주머니는 그것들을 어디서 주웠는지 일일이 기억하지 못했기 때문에 갖다놓으실 수 없었죠. 죄(罪)도 마찬가지입니다.

 

큰 돌을 가져온 아주머니는 자신의 죄를 기억하고 사람들의 비난과 아주머니 자신의 양심이 내놓은 비난을 받으며 겸손하게 굶으로써 다른 죄를 짓지 않으실 수 있었죠.“라고 말했다.

 

그는 작은 돌만 모았던 여인에게로 얼굴을 돌려 이렇게 마무리를 지었다.

 

“하지만 아주머니는 여러 가지 자잘한 죄를 지으면서 그것들을 하나하나 다 기억하지 못했고, 그 죄를 뉘우치지 않았고, 죄에 길들어져 버렸으며, 다른 사람들의 죄를 비난하면서 차츰차츰 죄 속에 묶여 버리셨군요. 우리들은 모두 죄가 많아요. 따라서 만일 우리들 모두가 죄를 뉘우치지 않는다면 멸망하고 말 겁니다.”

 

- 레프 니콜라예프 톨스토이의 우화 (서기 1909년에 발표함)

 

(문법과 어법이 어색한 부분을 고쳤으며, 낱말도 알기 쉬운 것으로 바꿨으며, 말투도 바꿨지만 내용 자체는 바꾸지 않았음을 밝힌다 : 잉걸)

 

* 출처 :『톨스토이 단편선 2』(L.N.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서기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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