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친구 떼기

개마두리 2012. 9. 29. 16:27

비르발이 출장 가고 없는 어느 날, 아크바르 대제는 신하들을 모아놓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짐은 살림 황자(皇子. 황제의 아들 - 옮긴이)를 걱정하고 있소.”

 

“폐하, 무엇 때문이옵니까?”

 

“황자께서는 훌륭한 소년이십니다.”

 

“용모도 빼어나시고요.”

 

“그렇소. 짐도 알고 있소. 그 앤 좋은 아이지. 하지만 요사이 나쁜 동무(친구 - 옮긴이)를 사귀기 시작했소.”

 

“아, ‘야신’을 말씀하시는 거로군요.”

 

“그렇소. 그 앤 안 좋아. 살림은 황실 교육을 잘 받았고 짐은 그 애가 정말 자랑스러웠는데 이제는 하는 짓이라고는 하루 종일 게으름을 피우며 카드놀이나 하고 놀러 다니는 게 다란 말이오.”

 

“예, 폐하. 그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열 여섯 살짜리 소년에게서 동무를 떼어놓는 것은 어려운 일이옵니다.”

 

“그 때문에 경들에게 의견을 묻는 거요. 그는 황위(皇位. 황제의 자리 - 옮긴이)를 이어받을 황자니까 결국 그의 미래는 경들과도 상관이 있을 거요.”

 

“방법을 찾아보겠사옵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아무도 황자를 바로잡을 방법을 생각해 내지 못했다.

 

“폐하, 야신을 다른 궁전으로 보내소서.”

 

“아니오. 그러면 살림이 짐을 등질 거요.”

 

“폐하의 생각을 살림 황자께 이야기하시는 것이 어떨런지요?”

 

“아니오. 그러면 살림이 그 녀석을 더 좋아하게 될 거요.”

 

대제는 비르발이 출장에서 돌아오자 그에게 도움을 청했다.

 

“두 분을 떼어놓고 싶으시다는 뜻이지요? 그야 어렵지 않지요. 이틀만 시간을 주소서.”

 

다음날, 비르발은 야신을 어전회의 자리에 불러서는 곁에 앉혀 놓았다가 갑자기 그의 귀에다 대고 무엇인가를 속삭였다. 그리고 나서는 큰 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이 말은 아무에게도 입 밖에 내지 마시오.”

 

야신은 어이가 없었다. 그는 속으로 ‘승상이 미쳤나? 고작 “망고 속엔 씨앗이 하나뿐이다.”라고 말해 놓고선 ….’이라고 생각했다.

 

살림 황자는 어전회의가 끝나자마자 야신을 찾아왔다.

 

“무슨 말이었어? 승상이 너에게 뭐라고 했냐고?”

 

“아무 것도 아닙니다. 제 귀에다 대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속삭였을 뿐이예요.”

 

황자는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가 너를 어전에 불러 놓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을 리가 없어.”

 

“정말입니다. 저도 그걸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그가 뭔가를 틀림없이 네게 말해줬어.”

 

“좋아요. 정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말씀드리죠. 그가 한 말은, ‘망고 속에는 씨앗이 하나뿐이다.’ 였어요.”

 

“야신, 넌 내게 뭔가를 감추고 있어. 난 네가 내 동무라고 생각했는데!”

 

“물론 저는 황자님의 동무죠. 저는 사실대로 말씀드렸어요.”

 

“야신, 너를 믿을 수가 없어.”

 

“하지만 사실인걸요. 그 분은 그 말씀만 하셨어요. 아마 미치셨는지도 모르죠.”

 

“야신, 다시는 너하고 말도 하지 않을 거야!”

 

“황자님이 저를 믿지 못하시겠다면, 저도 황자님을 믿고 싶지 않습니다!”

 

비르발은 이 광경을 몰래 지켜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물론 그 뒤 살림 황자는 다시 황실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 출처 :『비르발 아니면 누가 그런 생각을 해』(이균형 엮음, 정택영 그림, 정신세계사 펴냄, 서기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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