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기물 : 썩고 부서져서 버리는 물건
어느 날 한 신하가 골동품 도자기를 어전에 가져와서 아크바르 대제에게 자랑했다.
“폐하, 이 아름다운 병을 보시옵소서.”
“싫네. 그건 이빨이 나갔어. 짐에게 깨진 것은 보이지도 말게!”
그때 비르발이 끼어들었다.
“폐하, 왜 그러십니까?”
“깨지거나 찌그러지거나 썩은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으니까 말이네.”
“때로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늘 그렇지만은 않사옵니다.”
“승상, 그렇다면 그것을 증명해 보게.”
“사탕수수를 쪼개고 찧어서 낸 즙은 물엿과 사탕과 맛있는 단 과자가 되어 신전에 공양되지요. 그리고 목화는 자아내면 실이 되어 그것으로 만든 옷은 임금님이 입는 옷이 되기도 합니다. 또 오래된 황마(黃麻. 누런 삼. 옷감을 짜는 데 쓴다 - 옮긴이)나 썩어가는 넝마로 만들어 내는 종이는『꾸란』이나 힌두 경전이 됩니다.”
대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승상, 과연 그렇구려. 모든 것이 나름대로 쓸모가 있소. 심지어 깨지고 찌그러지고 썩어가는 것조차도 말이오.”
라고 말했다.
* 출처 :『비르발 아니면 누가 그런 생각을 해』(이균형 엮음, 정택영 그림, 정신세계사 펴냄, 서기 200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