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진짜 주인

개마두리 2012. 10. 7. 10:44

 

어느 날 아크바르 대제(大帝)와 비르발과 다른 신하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을 때 한 사람이 급히 달려와 아뢰었다.

 

“폐하, 도와주시옵소서.”

 

“진정하게. 무엇을 도와달라는 건가?”

 

“폐하, 소인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상인(商人)이옵니다. 배를 빌려 물건을 실어왔는데 지금 배 주인이 그 물건을 자기 것이라고 우기고 있습니다. 소인이 비록 외국인이기는 하지만 폐하께서 정의로우신 분이라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사옵니다. 부디 비노니, 소인을 도와주시옵소서. 이 옳지 않은 일을 바로잡아 주시지 않으면 소인은 망하고 말 것이옵니다.”

 

“승상, 조사해보시오.”

 

비르발은 그에게서 자초지종을 듣고 난 다음 배 주인과 뱃사람들을 불러들였다.

 

“너희들은 왜 이 상인을 괴롭히는가? 어서 그의 물건을 돌려주어라!”

 

“나리, 그것은 제 것입니다. 그는 단지 제 배를 타고 온 사람일 뿐입니다. 우리 배의 사공들에게 물어 보십시오.”

 

사공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했다.

 

“맞습니다. 그 물건들은 우리 주인님의 것입니다.”

 

비르발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내일 이 자리에서 문제를 해결 짓겠노라.”

 

비르발은 어전회의가 파한(破한 -> 깨뜨린 -> 끝난 : 옮긴이) 다음, 서기(書記)의 옷으로 갈아입고, 동무를 한 사람 데리고 강가로 나갔다.

 

“저기 두 번째 배에 탄 사람이 그 자야, 가 보세.”

 

그의 동무는 미리 계획한 대로 배 주인과 흥정을 벌였다.

 

“가져온 물건이 뭡니까?”

 

“네, 최고급 페르시아(이란 - 옮긴이)산 양탄자지요.”

 

“여기서 팔 작정이오?”

 

“예, 할 수 있다면요. 전부 만 루피(바라트의 화폐 단위 - 옮긴이) 정도의 가치는 되지요.”

 

“글세, 요즘 델리(오늘날의 뉴델리 - 옮긴이)의 양탄자 시장이 불경기라서, 당신 물건을 팔겠다면 5000 루피에 사겠소.”

 

“반값에요?”

 

“생각해 보고 연락 주시우.”

 

“잠깐만, 기다리세요. 반값에 팔겠습니다.”

 

그러자 흥정하던 동무가 서기로 변장한 비르발을 향해 말했다.

 

“물건이 어떤지 확인해 보게.”

 

“견본을 보여 주시오.”

 

비르발은 양탄자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모양이 그리 신통치는 못하군요. 품질에 비하면 5000 루피도 너무 비쌉니다.”

 

“맞네. 3000 루피 이상은 낼 수가 없겠어.”

 

“할 수 없지요. 그거라도 지금 당장 주실 수 있다면 팔겠습니다.”

 

“좋소. 내일 와서 돈을 내고 가져가겠소.”

 

그러고 나서 두 사람은 상인이 머물고 있는 여인숙으로 갔다.

 

“당신이 만 루피어치의 물건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소.”

 

“가장 좋은 양탄자입지요.”

 

(양탄자 : 카펫Carpet을 일컫는 우리말 - 옮긴이)

 

“요즘은 양탄자가 잘 팔리지 않는데, 5000 루피에 팔지 않겠소?”

 

“뭐라구요?”

 

“그럼 7000 루피! 여보쇼, 좋은 값이오.”

 

“아니오, 절대 안 됩니다.”

 

“값이 그 이상이면 아무도 안 살 거요.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시오.”

 

“상관없소. 내가 그걸 만 루피에 샀는데, 이익이 남지 않는다면 팔지 않겠소.”

 

다음날, 약속된 시간에 상인과 배 주인이 어전에 나왔다.

 

“자, 그러니까 누가 물건의 주인이오?”

 

“접니다.”

 

“아니, 그건 제 물건입니다.”

 

비르발은 누가 진짜 주인인지를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그는 뱃사공들을 불러 한쪽으로 데리고 갔다.

 

“나는 너희의 속셈을 알고 있다. 사실대로 말하라. 그렇지 않으면 ….”

 

겁이 난 뱃사공들은 사실을 털어놓았다.

 

“예, 나리. 물건은 상인의 것입니다. 우리 배 주인이 저희에게 물건이 그의 것이라고 말해 달라고 하면서 한 사람에게 25루피씩을 주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일이 탄로나자 배 주인은 그제야 사실을 털어놓았다.

 

“손쉽게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유혹에 빠져서 그만 ….”

 

“이번이 처음인 고로 가볍게 처벌하겠노라. 물건을 상인에게 돌려주고 그에게 500루피를 주어라. 그리고 벌금 500루피를 내라.”

 

* 출처 :『비르발 아니면 누가 그런 생각을 해』(이균형 엮음, 정택영 그림, 정신세계사 펴냄, 서기 200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