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비르발과 아크바르 대제(大帝)의 첫 만남 - 황제를 뵈러 오는 사람이 받는 선물을 빼앗으려고 든 병사는 어떤 벌을 받았는가?

개마두리 2012. 10. 18. 12:49

무굴 제국의 위대한 황제였던 아크바르는 사람들에게 베푸는 일과, 보통 사람으로 변장하고 거리로 나가서 민심을 살피는 일과, 믿음과 신분과 계급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인재를 불러들이는 일을 좋아했다. 그는 자신의 궁궐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었고, 그들의 사연을 듣고 억울한 일이면 꼭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어느 날, 한 젊은이가 궁궐을 찾아왔다. 그런데 그가 “황제폐하를 뵙고 싶습니다.”라고 말하자, 문을 지키는 병사는 그에게 “너, 잘 들어! 네가 폐하께 뭘 받건, 그걸 나랑 반씩 나눠야 해. 안 그러면 못 들어갈 뿐만 아니라 나한테 얻어터질 줄 알아! 알았어?”라고 윽박질렀다. 그는 “네. 그럴게요.”라고 말하고 궁궐 안으로 들어 갈 수 있었다.

 

그는 아크바르 대제를 보자마자 꿇어 엎드린 뒤, 느닷없이 “폐하, 소인(小人. ‘작은/보잘것없는 사람’이라는 뜻. 전근대사회에서 벼슬이 없는 사람이 윗사람에게 자신을 설명할 때 이 말을 썼다 - 옮긴이)을 가죽채찍으로 온(100을 뜻하는 순우리말 - 옮긴이) 대만 때려 주시옵소서. 만약 그럴 수 없다면 쉰 대라도 때려 주소서.”라고 부탁했다.

 

깜짝 놀란 황제는 “그게 무슨 말이냐? 네가 뭘 잘못했다고?”라고 말했고, 젊은이는 병사가 자신에게 한 말을 그대로 전한 뒤 “그러니 소인에게 채찍질을 하시면 그 병사님도 채찍으로 맞으셔야 하지 않겠나이까? 뭐든지 똑같이 반으로 나눠야 하니까요.”라고 덧붙였다. 당연히 황제는 화를 냈고, 그 병사를 끌고 와서 곤장으로 안 죽을 만큼 때린 뒤 내쫓으라고 명령했다.

 

황제는 젊은이가 보통 사람이 아님을 알았고, 그를 관리로 삼았다. 이 사람이 역사책에 이름을 남긴 비르발이다.

 

(8~9년 전에 읽은 이야기를 기억을 되짚어서 적었기 때문에, 내용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잉걸)

 

* 비르발 :

 

서기 1528년에 태어나 서기 1586년에 세상을 떠난 무굴 제국의 재상. 브라만이고 힌두교 신자였지만 무슬림인 아크바르 대제의 신하로 일하면서 믿음을 샀다. 본명은 ‘마헤쉬다스(Maheshdas) 브핫트(Bhatt)’지만 황제에게서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는 뜻을 지닌 ‘비르발(Birbal)’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바라트 사회에는 그와 시크교 성직자가 만나서 대립한 이야기가 잘 알려져 있다. 조선왕조의 인물이었던 박문수(암행어사)에 얽힌 야사(野史)가 많듯이, 바라트에는 비르발을 다룬 야사가 많다. 위 글도 그 야사들 가운데 하나다.

 

* 무굴 제국 : 바라트(인도의 정식 국호)에 세워진 마지막 이슬람 왕조. 아프가니스탄에서 쳐들어온 튀르크인 무슬림 바부르가 세웠다. 케랄라와 타밀나두를 뺀 바라트의 거의 모든 지역(오늘날의 치타공 산악지대와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 포함)을 다스렸고, 서기 19세기 말 영국에게 망했다. 오스만 제국이나 청(淸) 나라와 성격이 비슷한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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