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높이 뛰어오르는 생쥐 제레미 이야기 - (5)편

개마두리 2013. 4. 18. 21:21

15. 신성한 숲 속에서

 

높이 뛰어오르는 생쥐 제레미는 어느 신성한 숲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모든 것이 처음 보는 것처럼 그저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처음 보는 식물과 꽃, 씨앗들. 이 새로운 장소를 탐험하며 바쁘게 뛰어다니는 도중 갑자기 눈앞에 잿빛 늑대가 나타났습니다. 늑대는 조그만 생쥐 제레미를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지요. 아니, 사실 그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늑대는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높이 뛰어오르는 생쥐 제레미는 숲 속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난 것이 무척 기쁜 나머지 먼저 늑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안녕, 늑대 형제.”

 

그러자 늑대는 긴장한 듯 귀를 쫑긋 세우며 높이 뛰어오르는 생쥐를 쳐다보았습니다.

 

“내가 늑대야? 아, 그렇구나. 난 늑대구나, 늑대, 늑대! 그래, 난 늑대였어!”

 

그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 기뻐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잠시 후, 그는 다시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가만히 앉아 있었습니다.

 

그 뒤 똑같은 일이 몇 번이고 되풀이되었습니다. 늑대는 자신이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한 채로 허공만을 바라보면서 조용히 앉아 있기만 했습니다. 그 때마다 높이 뛰어오르는 생쥐 제레미가 말했습니다.

 

“하지만 넌 아주 강인한 존재야. 넌 늑대인 걸.”

 

“그래. 난 늑대야! 그래, 이제 기억이 나. 난 바로 늑대야!”

 

늑대는 잠시 흥분했지만, 또 다시 모든 걸 잊어버린 듯 말문을 열지 않았습니다.

 

“저렇게 훌륭한 존재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다니.”

 

높이 뛰어오르는 생쥐 제레미는 안타깝게 중얼거렸습니다.

 

“그는 자기가 누구인지도 몰라.”

 

16. 그래, 넌 늑대야!

 

높이 뛰어오르는 생쥐 제레미는 계속해서 늑대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일깨워 주었지만, 늑대는 아무것도 기억할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높이 뛰어오르는 생쥐 제레미는 새로 사귄 친구를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내 눈이 들소를 살렸다면, 나머지 한 눈은 늑대를 고칠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이번에는 당황하지 않았으며 누구에게 의견을 묻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스스로 대답을 찾는 방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높이 뛰어오르는 생쥐 제레미는 조용한 장소를 찾아 자리에 앉았습니다. 사방이 고요한 가운데, 그는 마음의 소리를 들으려 했습니다. 자기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게 될 때까지 말입니다.

 

그리고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높이 뛰어오르는 생쥐 제레미는 늑대에게 되돌아갔습니다.

 

“늑대 형제.”

 

그가 늑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늑대? 늑대라고?”

 

여전히 당황한 듯한 대답이 들려왔습니다.

 

“늑대 형제, 내 말을 들어봐. 난 어떻게 하면 너를 고칠 수 있는지 알아. 만약에 내 눈으로 들소가 완성된 거라면 나머지 한 눈도 기꺼이 네게 줄게.”

 

높이 뛰어오르는 생쥐 제레미가 말을 끝내자마자 마지막 하나 남은 눈이 머리에서 굴러 떨어졌습니다.

 

이제 높이 뛰어오르는 생쥐 제레미에게는 눈이 남아 있지 않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제 늑대가 완전해졌다는 것이며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17. 늑대에게 눈을 주는 제레미

 

높이 뛰어오르는 생쥐 제레미의 눈을 받자마자, 늑대는 비로소 앞을 보게 되었습니다.

 

늑대의 얼굴 위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지만, 높이 뛰어오르는 생쥐 제레미는 눈이 없었기에 그 모습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눈 없이도 늑대가 완전한 존재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이제 늑대는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높이 뛰어오르는 생쥐야, 날 고쳐줘서 고마워.”

 

늑대가 눈물을 흘리며 생쥐 제레미에게 말했습니다.

 

“고마워, 작은 친구. 이제 많은 게 기억나. 나는 신성한 산과 위대한 치유의 호수로 안내하는 길라잡이야. 그리고 너도 이제 그곳으로 갈 때가 되었어. 넌 눈이 보이지 않아. 그러니 내 뒤에 꼭 붙어서 따라오도록 해. 난 길을 잘 알고 있으니까, 널 거기까지 꼭 데려다 줄게.”

 

18. 치유의 호수

 

늑대는 이제 그의 작은 친구 제레미와 함께 신성한 호수 가장자리에 있는 커다란 소나무 숲 사이로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바위들 사이를 격렬하게 흐르던 강과는 달리, 호수는 아주 고요했습니다.

 

“이 호수는 힘찬 강보다 훨씬 강해. 이건 치유의 호수거든. 이 호수는 세상 모든 것을, 그러니까 모든 사람들, 그 사람들이 있는 곳, 그리고 저 하늘과 초원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비추지. 이 신성한 물을 마시면 삶의 모든 비밀을 알 수 있다고 해.”

 

높이 뛰어오르는 생쥐 제레미는 늑대의 말을 따라 신성한 호수 위로 몸을 굽히고 차갑고 시원한 물을 들이켰습니다.

 

늑대가 말했습니다.

 

“그럼 난 여기서 돌아가야 해. 나는 또 다른 짐승들을 안내해 주어야 하니까. 하지만 네가 바란다면 잠시 동안은 같이 있어줄 수 있어.”

 

“형제, 고마워. 하지만 넌 가야 하잖아. 이제 혼자 있어야 할 시간이야.”

 

높이 뛰어오르는 생쥐 제레미는 몸이 불안감으로 떨렸지만, 친구에게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 지 몰라 두려워하며 그 자리에 혼자 서 있었습니다. 왠지 모르지만 그는 독수리가 자신을 찾아낼 것임을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