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높이 뛰어오르는 생쥐 제레미 이야기 - (4)편

개마두리 2013. 4. 18. 21:25

12. 초원에서

 

시골쥐와의 편안한 삶을 버리고 제레미가 그곳을 떠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초원은 그만큼 무서운 곳이었으니까요. 높이 뛰어오르는 생쥐 제레미는 최대한 용기를 내어 초원을 향해 뛰어갔지만 독수리들이 머리 위를 빙빙 돌고 있다는 것은 느낌만으로도 알 수 있었습니다. 시골쥐가 말한 대로 독수리들이 금방 그를 덮쳐 잡아먹어 버릴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해서 두려움에 몸을 부르르 떨었습니다. 정말로,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초원을 향해 달려가다 보니, 마침내 그는 벚나무가 한 그루 서 있는 언덕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그곳은 무척 아름다운 곳이었지요. 나무에는 먹음직스러운 열매가 달려 있고 푸른 잔디는 너무나 부드러웠습니다.

 

이 새로운 장소를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높이 뛰어오르는 생쥐 제레미는 초원 위에 움직이지 않고 드러누운, 검은 털로 덮힌 커다란 언덕을 발견했습니다. 거기에는 큰 언덕들과 뿔처럼 생긴 언덕이 있었지요.

 

높이 뛰어오르는 생쥐 제레미가 그 언덕 중에서 하나를 골라 위로 뛰어 올라가고 있을 때 갑자기 어떤 소리가 들렸습니다. 마치 신음 같기도 한 그 소리는 검은 털 언덕에서 들려왔습니다. 높이 뛰어오르는 생쥐 제레미는 깜짝 놀라 종종걸음으로 언덕 아래로 다시 내려오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다시 괴로워하는 듯한 신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가만히 들어보니 이제는 그 숨소리까지도 똑똑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안녕, 형제.”

 

그 목소리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누구세요?”

 

높이 뛰어오르는 생쥐 제레미는 호기심에 찬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난 들소야.”

 

“들소라구!”

 

생쥐 마을에서도 제레미는 들소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13. 들소를 위하여

 

높이 뛰어오르는 생쥐 제레미가 들소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생쥐 마을에는 들소가 없었으니까요.

 

“와, 넌 정말 훌륭한 존재구나.”

 

높이 뛰어오르는 생쥐 제레미가 거대한 들소에게 말했습니다.

 

“작은 형제, 내게 와줘서 고마워.”

 

“어디가 아프니?”

 

“난 많이 아파. 사실 죽어가는 중이었어.”

 

들소가 겨우 신음소리를 뱉어내며 말했습니다.

 

“날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 뿐이야. 바로 생쥐의 눈이지. 하지만 이 초원에는 생쥐가 살지 않아.”

 

생쥐의 눈이라니! 높이 뛰어오르는 생쥐 제레미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습니다.

 

“내 작은 눈으로 너처럼 커다랗고 멋진 존재를 살릴 수 있단 말이야?”

 

제레미는 다시 벚나무 쪽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면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는 벚나무 주위를 이리저리 맴돌면서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보았지요.

 

들소의 신음소리가 다시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점점 더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약해지고 있었습니다.

 

높이 뛰어오르는 생쥐 제레미는 생각했습니다.

 

‘내가 눈을 주지 않으면 그는 정말 죽을 거야. 이렇게 멋진 존재인데, 그를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

 

높이 뛰어오르는 생쥐 제레미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들소가 누워있는 곳으로 되돌아갔습니다.

 

“내가 바로 생쥐야.”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리고 넌 정말 훌륭한 존재야. 그러니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어. 난 눈이 두 개니까 내 눈으로 너를 살릴 수 있다면 기꺼이 네게 줄게.”

 

높이 뛰어오르는 생쥐 제레미가 그렇게 말하는 동안, 그의 눈 하나가 저절로 빠져나갔습니다. 그러자 들소는 몸을 곧게 세우며 일어나는 것이었습니다.

 

높이 뛰어오르는 생쥐 제레미의 ‘낡은 세상’이 무너지기 시작한 순간이었습니다.

 

그제서야 제레미는 새로운 눈으로, 새로운 세상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14. 들소와 함께 가는 길

 

들소가 높이 뛰어오르는 생쥐 제레미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네가 강에 갔다는 것도, 지금 신성한 산을 찾고 있다는 것도 모두 안단다. 넌 날 치유해 주었어. 네가 네 의지로 눈을 포기했으니 난 영원히 네 형제가 될게. 초원을 건너가려면 내 배 밑에서 달려야 해. 그러면 내가 신성한 산 밑으로 데려다 주지. 하늘에 떠 있는 독수리들은 걱정하지 마. 내 밑에서 달리면 독수리들은 널 보지 못할 테니까. 그러니 안전할 거야. 아무리 봐도 내 등밖에 보이지 않을 걸. 난 이 초원의 길을 잘 알아. 그러니 나와 함께 가면 안전해.”

 

들소의 자신감에 찬 말에도 불구하고, 넓은 초원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달리는 들소의 배 밑에서 걷는 것은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아직도 하늘에는 독수리들이 맴돌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만약에 들소의 커다란 발이 나를 밟아버리면 어떡하지?’

 

제레미는 하나뿐인 눈으로 앞을 보고 걷는 것만으로도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제레미는 들소가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마치 온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초원은 한도 끝도 없이 계속 이어질 것만 같았지만 마침내 들소와 제레미는 초원이 끝나는 곳에서 멈추어 섰습니다.

 

“여기까지가 내 한계야.”

 

들소가 말했습니다.

 

“난 초원에 속한 존재거든. 너를 더 멀리 데려갔다간 내가 쓰러져 버릴 거야. 작은 형제, 미안하지만 여기까지가 내 한계야.”

 

들소가 다시 말했습니다.

 

“정말 고마워. 한 눈으로 이 넓은 초원을 건너는 건 정말 무서웠어. 게다가 네 발굽에 깔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고 말야!”

 

높이 뛰어오르는 생쥐 제레미가 대답했습니다.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걸 몰랐구나. 난 태양춤을 추는 춤꾼이야. 그래서 발을 내딛을 때마다 항상 조심한단다. 이제 너와 함께 하는 내 시간은 끝났어. 나는 초원으로 돌아가야 해. 하지만 여기에서라면 언제든지 날 찾을 수 있을 거야.”

 

들소는 그 말과 함께 등을 돌리고 자기가 왔던 길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