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

▩바다 사나이 신드바드 이야기 - 일곱 번째이자 마지막 여행 : (끝)

개마두리 2013. 5. 15. 20:49

 

여섯 번째 여행에서 돌아온 나는 앞으로 다시는 여행을 하지 않으리라 결심했습니다. 이제는 집에 들어앉아 편히 쉬어야 할 나이였고, 또 지금까지 겪어 온 그 끔찍한 고생과 위험 속으로 다시는 뛰어들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남은 삶을 편안히 지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여러 동무들을 불러 놓고 잔치를 벌이고 있는데 하인이 와서, 칼리프(정확한 발음은 ‘칼리파.’ 동아시아의 황제와 같은 위치에 있는 이슬람 국가의 군주. 썰퇀 - 영어로는 술탄 - 이 왕이라면 칼리프는 황제다 : 옮긴이)가 보내신 벼슬아치 한 명이 나를 보자고 한다고 전하는 것이었습니다. 밥상에서 일어나 그에게 갔더니 그가 말했습니다.

 

“칼리프께서 긴히 하실 말씀이 있으니 선생을 불러오라 하셨습니다.”

 

나는 그 벼슬아치를 따라 (칼리프의 - 옮긴이) 궁(宮)에 갔습니다. 칼리프의 발 아래 엎드려 절을 하고 나자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신드바드! 그대의 도움이 필요하오. 짐을 위해 한 가지 일을 해줘야 하겠소. 세렌디브 왕에게 짐의 답신과 선물을 좀 가져다주시오! 그가 짐에게 예(禮)를 표했으니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소?”

 

나로서는 칼리프의 분부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진 것과도 같았습니다. 나는 대답했습니다.

 

“‘신자(信者)들의 사령관(이슬람 국가의 무슬림들은 칼리프를 이렇게 불렀다 - 옮긴이)’이시여! 저는 폐하의 명이라면 무엇이든 따를 준비가 되어 있나이다. 하지만 감히 간청드리건대, 그동안 겪어 온 말할 수 없는 고생들 때문에 제 몸에 성한 곳이라곤 한 군데도 없다는 사실을 깊이 통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심지어 저는 이 바그다드 도성 밖으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이제껏 내가 한 여행들을 모두 이야기해 드렸습니다. 칼리프는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듣더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과연 엄청난 일들을 겪으셨군 그래!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내가 그대에게 부탁하는 여행을 하지 못할 이유는 없소. 왜냐하면 이건 단지 세렌디브 섬에 가서 내가 맡긴 일을 수행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오. 그 다음에는 그대가 바라는 대로 돌아오면 되는 것이오. 아니, 꼭 좀 가주셔야겠소! 이 섬의 왕에게 빚을 지고 있어서야 내 체통이 뭐가 되겠소?”

 

칼리프의 뜻이 지엄함을 깨달은 나는 본부를 받들겠노라고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에 그분은 크게 기뻐하면서 여행 비용으로 1000 세켕(화폐 단위 - 옮긴이)을 내려주셨습니다.

 

나는 짧은 시간 안에 여행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칼리프의 선물과 그분이 친히 쓰신 서신을 받자마자 발소라(항구인 바스라? - 옮긴이)로 향했고, 거기서 배에 올랐습니다. 바다는 잔잔했고 우리는 아무 탈 없이 세렌디브 섬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그곳의 대신들에게 내가 온 까닭을 설명하며 왕을 뵙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들은 (왕에게 - 옮긴이) 즉시 이 사실을 알렸고, 나는 융숭한 대접을 받으며 궁으로 인도되었습니다. 왕을 본 나는 법도에 따라 땅에 엎드려 절했습니다.

 

이 왕은 금세 나를 알아보고는 기쁨을 금치 못했습니다.

 

“아니, 이게 누군가? 신드바드 아닌가! 어서 오게나! 그대가 떠나고 난 뒤에 정말로 그대 생각을 많이 했다네. 아! 이렇게 우리가 다시 보게 되다니, 오늘은 참으로 복받은 날이로군!”

 

이처럼 따뜻한 환대의 말에 나 역시 진심 어린 답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과거 그가 내게 베풀어 주었던 여러 가지 은혜에 대해 감사를 드린 후 칼리프가 보내신 친서와 선물을 전하자, 왕은 너무나도 흡족해하며 받았습니다.

 

칼리프가 왕에게 보내 준 선물들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우선 황금 천으로 덮여 있으며 가격이 1000 세켕으로 추산되는 침대 한 대, 아주 진귀한 천으로 지은 옷 쉰 벌과, 카이로, 수에즈(홍해에 있는 항구 - 갈랑의 주석), 쿠파(아라비아의 도시 - 갈랑의 주석), 알렉산드리아 등지에서 만들어진 최고급 흰 색 아마포로 지은 옷 온(100)벌, 두께는 손가락 굵기 정도이며 너비는 반(半) 자 정도 되는 널찍한 호박(琥珀. 황금빛을 띈, 보석의 일종 - 옮긴이) 그릇. 이 그릇 바닥에는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사자를 향해 활을 당기는 남자의 모습이 부조로 새겨져 있었습니다. 또 아주 화려한 식탁도 하나 있었는데, 전하는 말로는 위대한 술라이만(솔로몬의 아랍식 이름 - 옮긴이) 왕이 쓰던 것이었다고 합니다. 칼리프의 친서에 적혀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복된 기억을 남기신 선대 칼리프들의 뒤를 이어 신(神)께서 이 영예로운 자리에 올려 주신 압달라 하룬 알 라시드가, 우리를 바른 길로 이끄는, 모든 것을 지니신 주(主)의 이름으로 강력하고도 복되신 귀 술탄께 문안드립니다.

 

귀공께서 보내 주신 서신은 기쁘게 받아 보았습니다. 여기 보내 드리는 서신은 불세출의 재사(才士. 재능 있는 선비 - 옮긴이)들의 집합소, 우리 각의에서 기안된 것입니다. 한번 훑어보아서 우리의 선의를 확인하고 흔쾌히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자신이 보낸 우정의 뜻에 칼리프가 이렇게 답례를 해온 것을 보고 세렌디브 왕은 크게 기뻐했습니다. 알현이 끝난 뒤 나는 즉시 떠나야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왕은 더 붙잡고 싶어했지만 결국 허락했고, 떠나는 나에게 많은 선물까지 안겨 주었습니다.

 

나는 곧장 배에 올랐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바그다드로 돌아가고 싶어서였죠. 하지만 신의 뜻은 달랐습니다. 나의 바람대로 아무 일 없이 돌아갈 수는 없었던 겁니다.

 

출발한 지 사나흘 뒤에, 우리는 해적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우리 배에는 (공격을 - 옮긴이)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았으므로 놈들은 쉽사리 배를 점령할 수 있었습니다. 선원 가운데 몇 사람은 그들과 맞서 싸우려 했습니다만, 소중한 목숨만 잃었을 뿐입니다. 보다 신중하게 대항을 포기했던 나와 다른 사람들은 모두가 사로잡혀 종(노예)이 되었습니다 ….

 

밝아 오는 낮의 빛이 셰에라자드에게 침묵을 강요했다. 하지만 다음 날 그녀는 이야기의 뒷부분을 이어 나갔다.

 

여든아홉 번재 밤

 

폐하! 신드바드는 그의 마지막 여행 중에 겪은 일들을 계속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해적들은 우리가 가진 것을 몽땅 빼앗았습니다. 심지어는 입고 있는 옷까지 빼앗고 대신 형편없는 옷을 입혀, 멀리 떨어진 어떤 큰 섬으로 데려가 종으로 팔았습니다.

 

나를 사간 사람은 어떤 부유한 장사꾼이었습니다. 그는 나를 사자마자 자기 집으로 데려가 잘 먹인 뒤에 깨끗한 종 옷으로 갈아입혀 주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아직 나에 대해 잘 몰랐던 그는 내게 무언가 할 줄 아는 일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나는 신상에 대해서는 자세히 밝히지 않고 그냥 나는 장인(匠人. 기술자 - 옮긴이)이 아닌 상인으로, 해적에게 잡혀 가진 것을 몽땅 빼앗겼다고만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그가 다시 물었습니다.

 

“그럼 혹시 활을 쏠 줄 아는가?”

 

나는 활쏘기는 젊었을 때 즐긴 운동이며,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내게 활을 한 자루 주었습니다. 그러고는 코끼리 등의 자기 뒷자리에 태우더니 고을에서 몇 시간 떨어진 상당히 넓은 어떤 숲으로 데려갔습니다. 숲 속 깊숙이 들어가자 상인은 코끼리를 멈추더니 나를 내리게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커다란 나무 하나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나무 위에 올라가게. 그리고 아래로 코끼리가 지나가거든 쏘게나. 이 일대에는 녀석들이 엄청나게 많다네. 그렇게 한 마리 잡으면 내게 알려 주게.”

 

그는 내게 약간의 식량을 남겨 두고 고을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나는 밤새도록 나무 위에 앉아 코끼리를 기다려야 했지요.

 

그날 밤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해가 떠오르자 수많은 코끼리들이 나타났습니다. 나는 여러 발의 화살을 날려 마침내 한 마리를 쓰러뜨릴 수 있었습니다. 다른 놈들은 즉시 달아났고 나는 그 틈을 타 주인에게 달려가 사냥의 결과를 알려 주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주인은 내게 한 상 잘 차려 주면서 솜씨를 칭찬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함께 숲으로 가서 구덩이를 파 내가 잡은 코끼리를 묻었습니다. 주인의 말에 의하면 이렇게 놔두었다가 코끼리의 몸이 썩으면 다시 돌아와 상아를 떼어 판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나는 두 달간 사냥을 계속하며, 코끼리를 잡지 못한 날이 거의 없었습니다. 나는 항상 같은 자리에 매복하지 않고 이 나무 저 나무를 옮겨 다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코끼리를 기다리고 있는데 깜짝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숲 전체가 진동할 정도로 커다란 발자국 소리를 내면서 땅을 온통 뒤덮을 만큼 엄청난 무리를 이루고 나타난 코끼리들이 내가 숨어 있는 나무 아래 멈춰 섰던 겁니다. 그러고는 나무를 에워싸더니 코를 치켜들고 나를 노려보는 것이었습니다. 이 놀라운 광경에 온몸이 공포로 얼어붙었고, 힘이 풀린 손에서 활과 화살이 떨어져 버렸습니다.

 

내가 느낀 두려움은 단순한 기우가 아니었습니다. 코끼리들은 얼마 동안 나를 올려다보더니, 그중에서도 가장 덩치가 큰 녀석이 코로 나무 아래를 감고는 힘껏 용을 써대는 것이었습니다. 놀랍게도 나무는 뿌리째 뽑혀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나도 나무와 함께 땅에 떨어지는 신세가 되었죠.

 

한데 짐승이 나를 코로 잡아 자기 등에 올려놓지 않겠습니까? 화살통을 옆에 찬 채 놈의 어깨에 걸린 나는 그야말로 반쯤 죽은 상태였습니다. 그렇게 놈은 무리를 거느리고 어디론가 가더니 나를 내려놓은 다음, 무리를 이끌고 사라져 버렸습니다.

 

땅 위에 널브러져 있는 내 상태가 어땠을지 상상해 보십시오. 마치 잠들어 있는 듯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얼마간 그 자리에 뻗어 있던 나는 더 이상 코끼리들이 보이지 않자 몸을 일으켰습니다. 그곳은 꽤 길고도 넓은 언덕이었는데, 사방의 땅이 온통 코끼리의 뼈와 상아들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이 광경을 본 내 머릿속에는 많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정말이지 이 코끼리라는 짐승의 본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의심할 바 없이 이것은 그들의 무덤이었고, 그들은 이곳의 위치를 알려 주기 위해 나를 일부러 데려왔던 것입니다.

오직 그들의 상아만을 노리고 학살을 저지르는 우리 인간들에게 이 장소를 알려줌으로써 학살을 중단해 달라고 호소했던 것입니다.

 

나는 언덕에 머물러 있지 않고 마을을 향해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하루 밤낮을 걸어 마침내 주인집에 도착할 수 있었죠. 이상한 것은 오는 길에 한 마리의 코끼리도 마주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나는 곧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녀석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자유롭게 언덕에 갈 수 있게끔 일부러 길을 열어 주었다는 사실을 말이죠.

 

주인은 나를 보자마자 외쳤습니다.

 

“아! 불쌍한 신드바드! 자네가 어떻게 됐는지 몰라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른다네! 숲에 가봤더니 나무는 뽑혀 있고 활과 화살은 땅에 흩어져 있는데 아무리 찾아도 자네는 안 보이더군. 그래서 다시는 못 보게 되었나 보다 생각했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한번 말해 보게. 그리고 어떻게 이렇게 운 좋게 살아났는지도 말일세.”

 

나는 그의 궁금증을 풀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우리가 함께 언덕에 올라갔을 때, 내가 말한 것이 사실임을 확인한 그는 뛸 듯이 기뻐했습니다. 우리는 거기까지 타고 간 코끼리 등에 실을 수 있을 만큼 상아를 실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주인이 내게 말했습니다.

 

“내 형제여! - <형제>라는 칭호를 쓰는 것은, 이 엄청난 발견으로 나를 부자로 만들어 준 자네를 더 이상 종으로 대하고 싶지 않기 때문일세 - 신(神)께서 자네에게 온갖 복을 내려 주시길 바라네! 내 오늘 자네에게 자유를 줌을 신 앞에서 선언하네!

 

실은 그동안 자네에게 숨겨온 사실이 하나 있다네. 이 숲 속의 코끼리들은 매년 상아를 구하러 보낸 우리 종들을 수도 없이 죽였다네. 그들에게 여러 가지 충고를 해주어도 소용없었다네. 늦고 빠르고의 차이는 있었지만, 결국 모든 종들이 이 꾀 많은 짐승들에게 목숨을 잃었지. 하지만 신께서 자네에게만은 은혜를 베푸시어 그들의 불같은 노여움으로부터 지켜 주신 거야. 이는 그분께서 자네를 특별히 사랑하신다는 증거일세. 아마 이 세상에 선(善)을 베풀기 위해 자네를 귀히 쓰시려 함인지도 모르지.

 

자네는 내게 엄청난 일을 해주었네. 이제 나는 종들을 희생시키지 않고도 상아를 얻을 수 있게 된 거지. 나아가 우리 마을 전체가 자네 덕분에 큰 부자가 된 거야! 이 모든 것에 대한 보답은 자네를 해방해 주는 것만으로 그치지는 않을 걸세. 여기에 더하여 상당한 재산까지 주겠네. 사실 자네에게 한 재산 마련해 주는 데 우리 마을 전체를 참여시킬 수도 있네. 하지만 그 영광은 나 혼자 차지하고 싶네!”

 

이 고마운 말씀을 듣고 나는 대답했습니다.

 

“주인님께 신의 가호가 있기를 빕니다! 제게 자유를 주신 것만으로도 저에 대한 빚은 충분히 갚으셨습니다. 만일 제가 운 좋게도 주인님과 이 고을에 기여할 수 있었던 공에 대해 보답하고 싶으시다면, 다만 제 나라로 돌아가는 것을 허락해 달라는 것뿐입니다.”

 

“그럼, 좋네!”

 

그가 대답했습니다.

 

“곧 몬순(인도양을 항해할 때 자주 들을 수 있는 용어로 반 년간은 서에서 동으로, 다음 반 년간은 동에서 서로 부는 계절풍을 말한다 - 갈랑의 주석)이 불어오면 배들이 상아를 실으러 올 걸세. 그때 자네를 태워 보내 주지. 그리고 귀국할 여비도 두둑이 주겠네.”

 

나는 다시 한 번 나를 해방시켜 준 것과 여러 가지 배려에 대해 그에게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계절풍이 불어올 때까지 그의 집에 머물며 부지런히 언덕과 집 사이를 오고 간 결과, 그의 창고를 상아로 가득 채워 놓을 수 있었습니다. 얼마 후에는 고을의 다른 상인들 역시 그렇게 하였습니다. 그 비밀을 오래 숨길 수는 없었으니까요.

 

여기까지 말한 셰에라자드는 날이 밝아 오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이야기를 중단했다. 다음 날 밤, 다시 이야기를 시작한 그녀는 술탄을 향하여 이렇게 말했다.

 

아흔 번째 밤

 

폐하! 신드바드는 그의 일곱 번째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마침내 배들이 도착했습니다. 주인은 내가 타고 갈 배를 직접 고르고 나에게 주는 상아로 배의 반을 채웠습니다. 또 내가 항해하는 동안 먹을 식량을 싣는 것도 잊지 않았으며, 값비싼 선물들과 그 지방 특산품도 잔뜩 안겨 주었습니다.

 

나는 이 모든 은혜에 대해 진심 어린 감사의 뜻을 표하고 배에 올랐습니다. 배는 돛을 펴고 출발했죠. 하지만 내게 자유를 가져다준 그 기이한 일에 대한 생각은 항해 기간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물과 식량을 조달하기 위해 몇몇 섬에 들렀습니다. 내가 탄 배는 원래 인도 대륙의 어떤 항구에서 출발했던 것이었으므로 다시 그곳으로 돌아갔습니다. 나는 발소라까지의 항해 중에 발생할지도 모를 바다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육로로 여행하기로 하고 상아들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팔아 손에 쥔 큰돈으로 사람들에게 선물할 여러 가지 진귀한 물건들을 샀습니다. 이어 여행에 필요한 장비를 모두 갖춘 다음 큰 대상에 합류하여 귀국 길에 올랐습니다.

 

여행은 아주 오랫동안 계속되었고 고생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지만, 이 모든 것은 얼마든지 견뎌 낼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폭풍우도, 해적도, 뱀도 없었고 지금껏 내가 겪었던 그 모든 위험들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어느 날, 이 모든 고생은 마침내 끝이 났습니다. 무사히 바그다드에 도착한 거지요. 나는 우선 칼리프를 찾아가 사절로서의 임무를 어떻게 수행했는지 보고했습니다. 이 군주는 내가 여행하는 동안 걱정을 많이 했지만, 신께서 결코 저를 저버리지 않으시리라 믿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코끼리들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드리자 그분은 크게 놀라셨습니다. 내가 진실한 사람임을 모르셨다면 내 말을 믿지 못하셨을 것입니다. 그분은 이 이야기와 내가 들려드린 다른 이야기들을 너무나도 신기하게 여긴 나머지, 이것들을 황금 글자로 기록하여 왕궁의 보고(寶庫. 보물창고 - 옮긴이)에 보존하라고 왕실 사관(史官)에게 분부했습니다. 나는 칼리프로부터 선물과 영예를 넘치도록 받은 뒤, 더없이 흐뭇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 지금까지 나의 전체를 식구와 친척들과 동무들에게 바치며 살아왔습니다.

 

이렇게 신드바드는 자신의 일곱 번째이자 마지막 여행 이야기를 마쳤습니다. 그러고는 힌드바드를 향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 친구여! 어떤가? 자네는 나만큼 고생한 사람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나? 나만큼 절박한 위기들을 겪어온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있느냔 말일세. 이런 노고를 거쳤다면 이제 유쾌하고도 편안한 삶을 즐길 자격이 있지 않겠는가?”

 

그가 말을 마치자 힌드바드는 신드바드에게 다가가 손에 입을 맞추며 말했습니다.

 

“선생님! 참으로 무서운 위험들을 겪어 오신 걸 알겠습니다. 이에 비하면 제 고생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군요! 물론 일을 할 때는 좀 힘들지만, 그래도 몇 푼 벌 생각을 하면 위로가 되니까요. 선생께서는 단지 이 편안한 삶뿐만 아니라 선생께서 소유하신 이 모든 재산을 누리실 자격이 충분합니다. 왜냐하면 너그러우신 선생께서는 이 모든 것을 선하고 올바르게 쓰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눈을 감는 날까지 복락(福樂. 복과 즐거움 - 옮긴이)을 누리시길 빌 뿐입니다!”

 

신드바드는 그에게 다시 100 세켕을 주면서 그를 친구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짐꾼 일을 그만두고 앞으로도 계속 자기 집에 와서 먹으라고 청했습니다. 바다 사나이 신드바드를 평생 기억할 수 있게끔 말이죠.

 

* 출처 :

 

『천일야화 ②』(앙투안 갈랑 엮음, 임호경 옮김, ‘열린책들’ 펴냄, 서기 201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