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

▩바다 사나이 신드바드 이야기 - 다섯 번째 여행

개마두리 2013. 5. 15. 20:56

 

내가 누린 편안한 삶은 너무도 즐거운 것이어서, 이전의 모험들을 통해 겪었던 모든 괴로움과 어려움을 깨끗이 잊게 해 주었지만, 또다시 새로운 여행을 떠나고 싶은 욕망까지 없애 주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상품들을 사고 포장하여 마차 여러 대에 나누어 실은 뒤, 가장 가까운 항구로 갔습니다.

 

나는 거기서 믿을 수 없는 선장들에게 항해를 맡기느니 차라리 내가 배를 지휘하고 싶다는 욕심에, 내 비용으로 배를 한 척 건조하고 의장(꾸밈 - 옮긴이)하였습니다. 나는 배가 준비되자 그 배에 물건을 싣고 탔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비용을 내가 다 댈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므로, 각국의 상인 여러 명을 그들의 짐과 함께 받아들였습니다.

 

우리는 불어오는 순풍에 돛을 펼치고 난바다로 나갔습니다. 오랜 항해 뒤에 처음 배를 댄 곳은 어떤 무인도였는데, 우리는 거기서 내가 앞서 여러분께 말씀드렸던 것만큼이나 커다란 로크가 낳아 놓은 알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알 속에는 막 깨어나려는 새끼 로크가 밖으로 나오려고 부리로 껍질을 쪼고 있었습니다 …….

 

여기서 셰에라자드는 입을 다물었다. 술탄의 궁실이 아침 빛으로 밝아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날 밤, 그녀는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든세 번째 밤

 

폐하! 바다 사나이 신드바드는 그의 다섯 번째 여행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나와 함께 섬에 상륙한 상인들은 도끼를 휘둘러 알을 깨, 구멍이 생기자 새끼 새를 죽인 뒤 그 살을 조각조각 빼내어 불에 구웠습니다. 나는 그들에게 알을 건드리지 말라고 심각하게 경고했습니다만 그들은 전혀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새 구이로 배를 실컷 채우고 나자, 저 멀리 하늘에서 커다란 구름 두 개가 이쪽으로 오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내가 고용한 선장은 - 전에도 비슷한 일을 겪었으므로 -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새끼 새의 아비와 어미가 온다고 소리쳤습니다. 그리고 불행을 피하고 싶으면 꾸물대지 말고 배에 오르라고 재촉했습니다. 우리는 그의 말에 따라 황급히 배를 타고 즉시 돛을 펼쳤습니다.

 

이때 두 로크는 섬뜩한 소리로 울면서 섬에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그 울음소리는 둥지와 새끼가 어떤 꼴이 되었는지 발견하고 나서는 한층 거세졌습니다. 복수할 뜻을 품은 녀석들은 날아왔던 쪽으로 다시 날아가더니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우리는 이 틈을 타 곧 닥칠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려고 죽을힘을 다해 움직였습니다.

 

과연 녀석들은 다시 돌아왔고, 발톱에는 엄청나게 커다란 바윗덩어리가 하나씩 들려 있었습니다. 녀석들은 정확히 배 위쪽의 하늘에 멈추더니 들고 있던 바윗덩어리를 아래로 떨어뜨렸습니다. 하지만 노련한 조타수가 가까스로 키를 돌린 덕에 바위는 빗나가 옆의 바닷물에 떨어졌습니다. 그 충격에 바다가 엄청난 소리와 함께 입을 벌려 그 밑바닥이 보일 정도였죠. 하지만 불행히도 다른 놈이 떨어뜨린 바위는 정확히 배 중간 부분에 명중했고, 배는 박살이 나 수만 조각으로 튀었습니다. 그 통에 수많은 선원과 승객들이 압사(壓死. 짓눌려서 죽음 - 옮긴이)하거나 물에 빠져 죽었습니다.

 

하지만 곧 수면에 떠오른 나는 운 좋게도 잔해 한 조각에 매달릴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 팔로는 잔해를 꼭 껴안고 다른 손으로는 물살을 저어 가던 나는 해류와 바람의 도움까지 받게 되어 마침내 어떤 섬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바닷가는 가파른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나는 이 어려움마저 이겨내고 땅에 올라설 수 있었습니다.

 

기진맥진한 나는 풀밭에 앉아 잠시 쉰 뒤 일어나 지형을 살피기 위해 섬 안쪽으로 들어갔습니다. 섬은 잘 꾸민 정원만큼이나 감미롭고 쾌적한 곳이었습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아름다운 나무들이 서 있었고, 가지마다 풋과일이나 잘 익은 열매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습니다. 또 나무 사이로는 맑은 시냇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지요. 나는 향긋하기 그지없는 과실들을 따먹고 시원한 물로 갈증을 풀었습니다.

 

밤이 되자 적당한 장소를 찾아 풀 위에 몸을 눕혔습니다. 그러나 잠든 지 채 한 시간도 못 되어 소스라치듯 벌떡 일어났습니다. 아무도 없는 이 장소에 혼자 있다는 사실이 불현듯 무서워진 거죠. 그렇게 그날 밤 대부분은 내 운명을 한탄하고, 자신을 질책하면서 보냈습니다. 그냥 집에 머물러 있지 않고 또다시 뛰쳐나온 내가 너무도 경솔하고도 한심하게 느껴졌던 겁니다. 이런 우울한 생각을 곱씹다 보니 너무도 절망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리고 싶은 충동까지 일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떠오른 아침 햇살이 이런 절망감을 흩어 주더군요. 나는 몸을 일으켜 약간은 떨리는 마음으로 나무 사이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좀 더 섬 안으로 들어간 나는 노인네 하나를 만났습니다. 냇가에 앉아 있는 그를 발견한 나는 그 역시 난파당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다가가서 인사를 건네자 그는 고개만 까딱했습니다. 이어 여기서 무얼 하시냐고 묻자 그는 대답은 않고, 몸짓으로 자기를 내 어깨에 태워 시내를 건너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건너편에 있는 열매를 따서 먹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에게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는, 그를 등에 업고 시내를 건넜습니다.

 

“자, 이젠 내리십시오!”

 

나는 그가 내려오기 쉽도록 몸을 낮추어 주며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꼬부랑 영감은 순순히 땅에 내려오지 않고 -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옵니다! - 외려 쇠가죽 같은 피부로 덮인 두 다리를 슬그머니 내 목에 감더니 펄쩍 내 어깨 위로 올라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는 마치 목을 졸라 죽이려는 듯 두 다리로 내 목을 꽉 죄었습니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나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죠 …….

 

여기서 날이 밝아 오기 시작했으므로 셰에라자드는 이야기를 멈춰야 했다. 다음 날 밤이 끝날 즈음, 그녀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계속했다.

 

여든네 번째 밤

 

그렇게 기절해 있었지만 이 찰거머리 같은 늙은이는 여전히 내 목에 달라붙어 있었습니다. 단지 내가 정신을 차릴 수 있을 정도만큼만 다리를 벌려 주었죠. 그는 내가 정신을 차리자 한쪽 다리로는 내 가슴팍을 짓누르고 다른 다리로는 옆구리를 마구 쳐대면서 나로 하여금 몸을 일으키게 했습니다.

 

내가 일어나자 이번에는 나무 아래로 가게 했습니다. 그러고는 멈추게 하더니 열매를 따서 먹는 것이었습니다. 늙은이는 하루 종일 나를 놔주지 않았습니다. 밤이 되어 쉬려고 하자, 그는 다리를 여전히 내 목에 감은 채 함께 땅에 누웠습니다. 그는 그렇게 아침마다 다리로 목을 죄어 나를 일으키고 걷게 했습니다. 여러분, 이 도저히 떼어 낼 수 없는 짐을 지고 다니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어느 날, 나는 길을 가다가 호리병박나무 아래 마른 호리병박 껍데기가 여러 개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나는 그 가운데 가장 큰 것 하나를 주워 깨끗이 씻은 뒤, 이 섬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포도 몇 송이를 따 그 속에 포도즙을 짜 넣었습니다. 이렇게 채운 호리병을 한 곳에 두고, 며칠 후 늙은이를 교묘히 유도하여 다시 그곳으로 돌아왔습니다. 물론 호리병 속에 익어 있을 포도주를 마시기 위해서였죠. 호리병 주둥이를 입에 대고 한 모금 쭉 들이키자 달콤한 포도주가 목구멍으로 흘러 들어왔고, 그 기막힌 맛에 나를 짓누르고 있던 고통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힘도 솟아났습니다. 너무도 즐거워서 걸으면서도 노래를 부르고 펄쩍펄쩍 뛰기도 했지요.

 

늙은이는 이 음료가 내게 놀라운 효과를 가져온 것을 보고, 자기도 한번 마셔 보게 해달라고 몸짓했습니다. 호리병을 건네주자, 늙은이는 한 모금 마셔 보더니 꽤 괜찮았던지 한 방울도 남김없이 모두 마셔 버렸습니다. 호리병 속에는 늙은이를 취하게 하기에 충분한 양의 술이 들어 있었죠. 금세 술기운이 오른 늙은이는 몸을 앞뒤로 흔들어 대며 나름대로 목청껏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렇게 내 위에서 난리를 쳐대다가 결국 힘이 풀렸는지 늙은이의 두 다리가 약간 느슨해졌습니다. 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를 땅바닥에 내팽개쳤습니다. 늙은이는 땅에 누워서도 움직이지 않았죠. 나는 커다란 돌덩이를 집어들어 그 머리를 박살내 버렸습니다.

 

그 저주받을 늙은이에게서 해방되고 나니 세상에 그렇게 기쁠 수가 없더군요! 나는 즉시 바닷가로 향해, 그곳에서 물을 긷고 잠시 바람을 쐬기 위해 배를 정박하고 상륙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내 모습을 본 그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내가 겪은 이야기를 해주자 그들의 놀라움은 한층 커졌습니다. 그들은 말했습니다.

 

“당신은 바로 ‘바다의 늙은이’에게 걸렸던 겁니다. 또 당신은 그 늙은이가 목 졸라 죽이지 못한 첫 번째 사람이지요. 그는 누구든 한번 걸리면 절대 놔두지 않고 결국은 목 졸라 죽여 버리곤 했어요. 그런 식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어 갔고, 그 때문에 이 섬이 유명해졌지요. 그래서 선원들과 상인들은 여러 명이 함께가 아니면 절대로 이 섬에 들어가지 않았답니다.”

 

그들은 나를 배로 데려갔습니다. 선장은 사연을 모두 듣고서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었습니다. 배는 다시 돛을 펴고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며칠간의 항해 끝에 훌륭한 석재로 지은 가옥들이 늘어선 큰 항구에 닿았습니다.

 

배에서 나와 친해진 상인 하나가 자기와 함께 항구에 내려가자고 권하여 따라갔더니, 그는 다른 곳에서 온 상인들이 묵는 집으로 나를 데려갔습니다. 그리고 내게 큰 자루를 하나 주더니 나처럼 자루를 하나씩 들고 있는 그 지방의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하고는, 야자열매를 따러 갈 때 나를 데려가 달라고 그들에게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내게 말했습니다.

 

“자, 저 사람들을 따라가 보세요! 가서 저 사람들 하는 대로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절대 저이들에게서 떨어져서는 안 돼요.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으니까요.”

 

우리는 어떤 큰 숲에 도착했습니다. 거기에는 엄청나게 높은 나무들이 쭉쭉 뻗어 있었는데, 그 둥치는 붙잡을 것 하나 없이 민둥하여 열매가 달려 있는 가지까지 기어 올라갈 수가 없었습니다. 이 나무들은 바로 야자나무였습니다. 우리는 그 열매를 따서 가지고 간 자루에 채워 올 계획이었죠. 우리가 숲에 들어서자 크고 작은 원숭이들이 사람들을 보고는 후닥닥 달아나더니 놀라울 정도로 민첩한 동작으로 나무 꼭대기로 올라갔습니다 …….

 

셰에라자드는 더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밝아 오는 아침 빛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다음 날 밤, 그녀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계속했다.

 

여든다섯 번째 밤

 

함께 간 상인들은 주위에 있는 돌멩이를 주워 들어 나무 꼭대기에 있는 원숭이들을 향해 힘껏 던졌습니다. 나도 그들이 하는 대로 했습니다. 그러자 원숭이들은 맹렬한 기세로 야자열매를 따더니 우리를 겨냥해 던지면서 그들 특유의 몸짓으로 분노와 적의를 표현했습니다. 우리는 야자열매를 주워 담았습니다. 가끔씩 돌을 던져 원숭이들을 약 올리기만 하면 되었죠. 우리는 이러한 꾀를 사용하여 가지고 간 자루들을 가득가득 채울 수 있었습니다. 사실은 그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었죠.

우리는 자루가 가득 차자 도시로 돌아왔습니다. 숲으로 나를 보냈던 상인은 내가 가져간 야자열매만큼 돈을 치러주었죠.

 

그가 말했습니다.

 

“계속하세요! 매일 가서 이런 식으로 일하면 당신 고국에 돌아갈 비용을 마련할 수 있을 겁니다.”

 

나는 유익한 조언을 해준 그에게 감사했습니다. 이렇게 나는 엄청나게 많은 야자열매를 가져왔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상당한 액수의 돈이 모였습니다.

 

내가 타고 온 배는 우리에게서 야자열매를 산 상인들을 태우고 떠났습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역시 야자열매를 실으러 온 다른 배가 항구에 도착했습니다. 나는 그 배에 내 몫의 야자열매를 모두 싣고, 지금껏 너무도 신세를 많이 진 상인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갔습니다. 그는 아직 이곳에서 일을 끝내지 못해서 나와 함께 떠날 수 없다고 하더군요.

 

돛을 펼치고 출발한 배는 후추가 풍부하게 나는 어떤 섬으로 갔다가, 거기서 다시 최상품인 알로에 나무가 나오는 코마리 섬(이 섬의 말단에는 갑[岬]이 위치해 있는데, 오늘날 '코모렝 갑‘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코마르 갑, 혹은 코모르 갑이라고도 불린다 - 갈랑의 주석)으로 갔습니다. 이곳 주민들은 술을 절대로 입에 대지 않을 뿐 아니라, 어떤 종류의 난잡한 장소도 용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나는 이 두 섬에서 내가 가져온 야자열매를 알로에 나무와 후추로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상인들과 함께 진주 어장에 가서 잠수부들을 고용했습니다. 그들은 큼직하고도 완벽한 형태의 진주들을 건져 올려 주었죠. 나는 흐뭇한 마음으로 배에 올라 아무 사고 없이 발소라에 도착하여, 거기서 바그다드로 돌아왔습니다.

 

나는 내가 가져온 후추, 알로에 나무, 진주들을 팔아 큰돈을 벌 수 있었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올 때마다 항상 그러했듯이, 이번에도 번 돈의 10분의 1은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데 썼습니다. 그리고 여행 중에 쌓인 피로를 풀려고 갖가지 환락을 즐겼습니다.

 

이야기를 마친 신드바드는 다시 100 세켕을 힌드바드에게 주었고, 선물을 받은 짐꾼은 다른 손님들과 함께 자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이들은 부유한 신드바드의 집에 다시 모여들었습니다. 신드바드는 이전의 날들에 그러했듯이 손님들을 배불리 먹이고 자신을 주목하게 한 다음, 다음과 같이 그의 여섯 번째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