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

▩바다 사나이 신드바드 이야기 - 여섯 번째 여행

개마두리 2013. 5. 15. 20:53

 

여러분! 어쩌면 여러분께서는 이해하기 힘드실 겁니다. 벌써 다섯 차례나 난파를 당하고 그 숱한 위기를 겪은 내가, 어떻게 또다시 운명에 몸을 맡기고 모험을 찾아 떠날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말입니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 자신도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아마 그런 팔자를 타고난 게지요.

 

아무튼 1년 동안 휴식을 취한 나는 여섯 번째 여행을 준비했습니다. 친척들과 친구들이 아무리 애원하고 만류해도 소용없었습니다.

 

나는 페르시아 만(아랍인들은 ‘아라비아 만’이라고 부른다. 제 3국의 지도에는 중립을 지키려고 이 지역을 그냥 ‘만灣’이라는 뜻인 ‘걸프Gulf'로 표시하기도 한다 - 옮긴이) 쪽으로 가지 않고, 육로를 통해 페르시아(오늘날의 이란 - 옮긴이)와 인도의 여러 지방을 거친 다음 어떤 항구에 도착했습니다. 거기서 꽤 괜찮은 배에 탔는데, 그 배의 선장은 매우 긴 항해를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과연 항해는 아주 길었고 동시에 매우 불운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배가 항로에서 벗어나 선장과 항해사는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게 되었던 것입니다. 며칠 후 간신히 현재의 위치를 알게 되었지만 승객들이 좋아할 이유는 전혀 없었습니다. 우리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일이 일어났던 것입니다.

 

선장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자기 자리에서 뛰쳐나오더니, 터번을 벗어 바닥에 내던지고 수염을 뽑고 가슴을 치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극도의 절망으로 실성한 사람 같았습니다.

 

우리는 왜 그렇게 괴로워하는지 물었습니다.

 

“아이고! 지금 우리는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바다로 들어왔소. 지금 이 배는 세찬 급류에 휩쓸려 가고 있고, 십 분 뒤쯤이면 모두 죽게 될 거요. 신께 이 위험에서 우리를 구해 달라고 비시오! 그분의 자비가 아니면 도저히 살아날 수 없소!”

 

이 말을 마친 그는 즉시 모든 돛을 접으라고 소리쳤습니다. 하지만 미처 손을 쓰기도 전에 돛을 맨 밧줄들이 끊어져 버려 더 이상 통제할 수 없게 되자, 배는 급류에 휩쓸려 높은 산이 솟아 있는 어떤 섬으로 밀려가 암초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간신히 목숨을 건진 우리는 가라앉는 배에서 먹을 것과 가장 귀중한 상품들을 꺼내 올 수 있었죠.

 

선장은 우리에게 말했습니다.

 

“결국 이 모든 게 신의 뜻이오. 이제 우리의 무덤을 파놓고서 서로들 마지막 인사나 나눕시다. 왜냐하면 이곳에 왔다가 살아 돌아간 사람은 이제껏 한 명도 없기 때문이오.”

 

이 말에 더욱 비탄에 잠긴 우리는 눈물을 쏟으며 서로를 끌어안고 불행한 운명을 한탄했습니다.

 

배가 난파된 곳은 꽤나 길고도 넓은 섬으로 한쪽 바닷가를 따라 험준한 산줄기가 이어지고 있었는데, 우리는 그 산의 발치에 해당하는 곳에 있었습니다. 해변은 난파된 배들의 잔해로 뒤덮여 있었고 가는 곳마다 사람 뼈가 발에 채였습니다. 여기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갔음을 알려 주는 으스스한 증거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또 한 가지 놀라운 것은 값비싼 상품이며 귀중품 같은 것들도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버려진 물건들은 이 거칠고 썰렁한 곳을 더욱 을씨년스럽게 만들었을 뿐입니다.

 

이 섬에는 한 가지 기이한 점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큰 강이 하나 있는데 다른 곳의 강들처럼 육지에서 바다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바다에서 육지 쪽으로 흘러, 엄청나게 높고도 널찍한 아가리를 벌린 어두운 동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산기슭에 굴러다니는 돌들이 다름 아닌 수정(水晶)과 루비 같은 갖가지 보석들이었다는 점입니다. 또 바위틈에서는 일종의 역청(瀝靑. 아스팔트 - 옮긴이)이 솟아나 바다로 흘러 들어갑니다. 이것을 물고기들이 먹어 용연향(향유고래 수컷의 창자 속에서 생기는 이물질. 향수를 만드는 데 쓰인다 - 옮긴이)으로 바꾸어서 뱉어 내면 다시 파도가 바닷가에 실어다 놓습니다. 이렇게 하여 이곳 바닷가에는 이 귀중한 물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곳에는 나무도 많은데, 대부분은 알로에 나무(알로에는 약으로 쓰인다 - 옮긴이)로 그 품질은 코마리 섬의 것에 비해 조금도 뒤지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곳은 섬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수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번 들어오면 헤어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어떤 배가 이 섬에서 어느 정도의 거리에 접근하는 경우, 다시는 빠져나갈 수 없다는 뜻입니다. 바닷바람이 불면 배는 당연히 바람과 해류(海流. 바닷물의 흐름 - 옮긴이)에 의해 바닷가로 떠밀려 옵니다.

 

육풍이 부는 경우라 하더라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육지에서 바다 쪽으로 부는 바람이 병풍처럼 서 있는 높은 산에 막혀 바닷가에는 바람 없는 곳이 만들어지고, 배에는 단지 육지 쪽으로 밀려오는 해류만이 작용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 경우에도 배들은 해류에 떠밀려 와 박살이 나버리는 거지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산들은 너무도 험준하여 올라갈 수가 없고, 따라서 그 어떤 길로도 이곳을 빠져나갈 수는 없습니다.

 

완전히 절망하여 넋 나간 사람처럼 된 우리는 바닷가에 죽치고 앉아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죽음이 찾아온 시간은 사람에 따라 달랐습니다. 어떤 사람은 일찍 죽었고, 다른 사람은 좀 더 오래 버텼습니다. 그것은 각자의 체질이 다른 탓도 있었지만, 똑같이 나누어 가진 먹을 것을 먹는 방식이 사람마다 달랐기 때문입니다 …….

 

셰에라자드는 날이 밝아 오는 것을 보고 이야기를 멈추었다. 다음 날 그녀는 신드바드의 여섯 번째 여행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계속했다.

 

여든여섯 번째 밤

 

먼저 죽은 사람들은 살아 있는 사람들에 의해 (무덤에 - 옮긴이) 묻혔습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사람은 바로 나였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나는 내 몫의 먹을 것을 아껴 먹으려고 최선을 다했을 뿐 아니라, 동료들에게 말하지 않고 따로 숨겨 둔 여분의 먹을 것까지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마지막 동료를 땅에 묻고 났을 때는 내 먹을 것도 거의 바닥나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이 누울 무덤도 파놓았습니다. 더 이상 나를 묻어 줄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그렇게 땅을 파고 있으려니까 나를 망하게 한 건 결국 나 자신이라는 생각과 함께 왜 이 여행을 했나 하는 후회가 밀려들더군요. 나의 후회는 생각으로 그치지 않았습니다. 피가 철철 나도록 팔뚝을 물어뜯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신께서 나를 불쌍히 여기셨나 봅니다. 퍼뜩 동굴 속으로 흘러드는 강으로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셨으니까요. 거기서 동굴과 강의 형태를 자세히 살펴본 나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렇게 지하로 흘러 들어가는 이 물은 분명 어딘가로 빠져나가게 될 거야. 뗏목을 강에 띄우고 그 위에 몸을 싣는다면 어딘가 사람 사는 곳에 닿을 수 있지 않을까? 만일 그러다 죽는다면 그것은 죽음의 종류를 바꾸는 것에 지나지 않아. 하지만 반대로 이 치명적인 장소를 벗어나게 된다면 앞서 간 동료들의 운명을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어쩌면 더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될지도 몰라. 이 암초만 벗어나면 이번 난파 때문에 입은 피해를 보상해 줄 행운이 기다리고 있을지, 누가 알겠어?’

 

이렇게 생각한 나는 지체 없이 뗏목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바닷가에 얼마든지 널려 있는 목재와 밧줄을 단단히 엮어 작지만 견고한 배 한 척을 만들고 그 위에 루비, 에메랄드, 용연향, 수정, 값비싼 옷감 따위를 가득 실었습니다. 짐들은 균형이 잘 맞게끔 배 위에 골고루 나누어 쌓은 뒤 밧줄로 튼튼히 묶어 놓았습니다.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마친 후, 나는 양손에 노를 하나씩 들고 뗏목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신께 맡기고 흐르는 강물에 몸을 실었죠.

 

뗏목이 동굴 속에 들어가자 빛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는 물살이 이끄는 대로 몸을 맡길 뿐, 어디로 떠내려가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며칠 동안을 한 줄기 광선도 비치지 않는 새카만 어둠 속에서 계속 흘러갔습니다.

 

어떤 때는 동굴 천장이 얼굴에 스칠 정도로 낮아졌기 때문에 위험을 피하기 위해 극도로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먹을 것은 목숨을 겨우 유지할 정도의 양만큼만 먹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아껴 먹었음에도 결국 먹을 것은 동이 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마치 포근한 잠이 찾아오듯 정신이 아득해졌습니다.

 

이런 상태로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잠에서 깨어나 보니 놀랍게도 주위에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었고, 내가 탄 뗏목은 강둑에 매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뗏목 주위에는 수많은 흑인(실제로는 아프리카인이 아니라 남南아시아인 - 옮긴이)들이 둘러서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들을 보자마자 몸을 일으켜 인사를 했습니다. 이에 그들은 뭐라고 대답했지만 나로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었습니다.

 

이때 나는 너무도 기뻐서 이것이 꿈인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분명한 현실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나는 환호성을 지르고 다음과 같은 아랍 시를 읊었습니다.

 

전능자의 이름을 부르라!

그분이 그대를 구원해 주시리라.

그 밖의 다른 것은 신경 쓸 필요가 없느니라.

다만 눈을 감고 있으라!

그대가 자고 있을 동안,

신께서 그대의 불행을 행복으로 바꾸어 주실 터이니!

 

그런데 흑인들 가운데는 아랍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내 말을 듣더니만 앞으로 나서서 내게 말했습니다.

 

“형제여! 우리는 나쁜 사람들이 아니니 염려하지 마시오. 우리는 저기 보이는 들판에 살고 있다오. 오늘 인근 산에서 솟아나오는 이 강물을 끌어다 논에 물을 대려고 이곳에 왔다가 강물에 무언가 떠내려가는 것을 보았소. 모두 뛰어가 살펴보니 이 뗏목이었소. 우리는 곧장 물에 뛰어들어 헤엄을 쳐서 이리로 끌어왔다오. 그리고 보다시피 뗏목을 여기 매어 놓고 지금까지 당신이 깨어나길 기다린 거요. 보아하니 기막힌 사연이 있는 듯한데, 우리에게 이야기해 줄 수 없겠소? 어디에서 온 것이며, 또 왜 이 강물 위에 몸을 싣고 흘러가고 있었던 거요?”

 

나는 우선 먹을 것을 좀 주면 그 다음에 궁금증을 풀어 주겠노라고 대답했습니다.

이에 그들은 여러 가지 음식을 주었고, 나는 배를 채우고 난 뒤에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을 빠짐없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은 크게 감탄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들은 통역을 통해 내게 말했습니다.

 

“정말로 놀랍기 그지없는 이야기요! 이 이야기는 당신이 우리 임금님께 가서 직접 들려드리는 게 좋겠소. 너무도 기막힌 사연이라 겪은 사람으로부터 직접 듣지 않으면 믿기 힘들 정도니까.”

 

나는 그들의 말대로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흑인들은 즉시 사람을 보내어 말 한 마리를 끌고 와 나를 태웠습니다. 그리고 몇 사람은 내 앞에서 길을 인도했고, 다른 사람들은 짐이 실린 뗏목 전체를 함께 어깨에 매고 뒤를 따라왔습니다 …… .

 

여기까지 말한 셰에라자드는 날이 밝은 것을 보고 이야기를 중단했다. 그리고 다음 날 밤이 끝날 즈음, 그녀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여든일곱 번째 밤

 

우리 모두는 함께 걸어 세렌디브의 수도에 도착했습니다. 내가 있었던 곳은 바로 이 섬이었던 것입니다. 흑인들은 나를 그들의 왕에게 소개했습니다. 나는 왕이 앉아 있는 옥좌 앞으로 나아가 인도의 왕들에게 하는 방식으로 절을 올렸습니다. 즉 그의 발밑에 엎드려 땅에다 입을 맞춘 것입니다.

 

왕은 나를 일어나게 한 다음, 매우 상냥한 표정을 지으며 자기 옆에 앉게 했습니다. 그는 먼저 내 이름을 물어보았습니다. 나는 이름은 신드바드이고 여러 차례 바다로 여행을 한 까닭에 별명이 ‘바다 사나이’이며, 바그다드의 주민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왕이 다시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대는 어떻게 과인의 나라에 오게 되었소? 어떤 길을 통해서 왔느냐는 말이오.”

 

나는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숨김없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왕은 내 모험담에 크게 놀라고 매혹되어서, 이 모든 이야기를 황금 글자로 적어 왕국 실록에 길이 보존하라고 본부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사람들이 내 뗏목을 가져와 그가 보는 앞에서 짐들을 풀었습니다. 그는 알로에 나무와 용연향을 보고 찬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특히 루비와 에메랄드를 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는데, 그의 보고를 다 뒤져 보아도 이에 비교할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왕이 보석들을 하나하나 집어 들고 이리저리 살피며 감탄을 거듭하는 것을 보고, 나는 다시 땅에 엎드리며 말했습니다.

 

“전하! 소인 온몸을 바쳐 전하를 섬길 준비가 되어 있나이다. 뿐만 아니라 뗏목에 실린 짐 역시 전하의 것이라 생각하고 있사옵니다. 하니 전하께서 마음껏 취하시기 바랍니다.”

 

이 말에 그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신드바드! 이것들에 대해서는 조금도 욕심내지 않겠소. 신께서 그대에게 주신 것을 손톱만큼도 건드리고 싶지 않소. 아니, 그대의 재산을 취하기는커녕, 오히려 늘려 주고 싶소. 과인의 너그러움을 증거하는 후한 선물 없이 그대가 이 나라를 떠나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오.”

 

이 말에 나는 왕의 선함과 너그러움을 칭송하고 그 분의 번영을 기원했습니다. 그 분은 한 벼슬아치를 시켜 나를 보살피게 하고, 자기 비용으로 내 시중을 들어 줄 사람들을 붙여 주셨습니다. 이 벼슬아치는 왕의 본부를 충실히 이행하여, 나를 거처로 안내하고 뗏목의 짐들도 모두 옮겨다 주었습니다.

 

나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궁으로 가 왕에게 문안을 드렸고, 남은 시간은 고을을 돌아다니며 신기한 것들을 구경하며 보냈습니다.

 

이 세렌디브 섬은 주야(晝夜. 낮과 밤 - 옮긴이) 평분선(平分線. 고르게[平] 나누는[分] 선[線]. - 옮긴이) 아래 있어서 낮과 밤의 길이가 항상 똑같습니다. 섬의 길이는 80 파라상주(페르시아의 거리 단위로, 1파라상주는 약 5킬로미터에 해당된다 - 갈랑의 주석)이며 폭도 거의 같습니다.

 

섬의 중앙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이 솟아 있고 그 가운데 이루어져 있는 아름다운 골짜기의 끝 지점에 왕국의 수도가 있습니다. 대륙에서 뱃길로 사흘 걸리는 이 섬에서는 루비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광물이 풍부하게 나오며, 대부분의 바위들은 보석을 갈고 닦을 때 쓰는 금속인 에머리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온갖 종류의 나무들과 희귀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데, 특히 삼나무와 야자나무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바닷가와 강어귀에서는 진주가 많이 채취되며, 어떤 골짜기들에서는 금강석(金剛石. 다이아몬드의 원석 - 옮긴이)도 나옵니다.

 

또 어떤 산이 있는데, 사람들이 말하길 낙원에서 쫓겨난 아담이 유배된 곳이라고 합니다(이슬람교의 경전인『꾸란』도『구약성서』와 마찬가지로 신이 맨 처음 만든 인간이 아담이며, 그가 금기를 어겨 낙원에서 쫓겨나 이 세상으로 왔다고 가르친다 - 옮긴이). 나는 신앙인으로서의 호기심에 이곳을 여행하여 정상까지 올라가 보았습니다.

 

도읍에 돌아온 나는 왕에게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허락해 달라고 간청했습니다. 이에 왕은 흔쾌히 허락하셨을 뿐 아니라 자신의 보고에서 보물을 꺼내어 큰 선물까지 안겨 주셨습니다. 그리고 내가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러 가자 우리의 군주이신 신자들의 사령관(칼리파 - 옮긴이)께 보내는, 내게 준 것보다도 훨씬 더 많은 선물과 편지 한 통을 맡기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가서 과인을 대신하여 칼리프 하룬 알 라시드께 이 서신과 선물과 함께 과인의 깊은 우정을 전해 주시오!”

 

나는 선물과 서신(書信. 편지 - 옮긴이)을 공손히 받은 뒤, 전하께서 내려 주신 이 영광스러운 명령을 충실하게 수행하겠노라고 약속했습니다. 이 군주께서는 나와 함께 항해할 선장과 상인들까지 찾아 주셨고, 그들에게 나를 특별히 돌보아 줄 것을 본부하셨습니다.

 

세렌디브 왕의 친서는 지극히 귀한 짐승의 누르스름한 가죽에 옅은 파란색 글자로 쓰여 있었으며, 인도어로 된 서신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000 마리의 코끼리가 그 앞에 행진하고, 10만 개의 루비로 반짝이는 지붕이 덮인 궁전에서 살며, 수없이 많은 다이아몬드가 박힌 2만 개의 왕관을 보고 안에 갖고 있는 인도의 왕이, 칼리프 하룬 알 라시드에게.

 

귀공께 보내 드리는 선물이 비록 보잘것없을지라도 피차(彼此. 저[彼]사람과 이[此]사람 -> 서로 - 옮긴이)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우정을 생각하여서, 형제와 동무로서 흔쾌히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귀공에 대한 우정을 표시할 기회를 얻게 되어 우리의 마음은 기쁘기 한량없습니다. 부디 우리에 대해서도 똑같은 우정을 지녀 주시기 바라는바, 그것은 우리의 신분이 귀공과 동등하여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고 자부하는 까닭입니다.

 

귀공의 ‘형제’로서 문안을 드리며, 안녕히 계십시오.

 

왕이 칼리프에게 보낸 선물들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첫째는 커다란 루비 하나를 깎아 만든 단지로 높이는 반 자 정도에 두께는 손가락 하나 정도였는데, 그 안은 무게가 반 드라크마(고대 그리스의 화폐 및 무게의 단위. 1드라크마는 약 4그램에 해당한다. - 임호경 씨의 주석) 정도 되는 둥근 진주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둘째는 보통 금화 크기만 한 비늘로 촘촘히 덮인 뱀 가죽이었는데, 그 위에 누워서 자면 모든 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셋째는 가장 그윽한 (향기가 나는 - 옮긴이) 알로에 나무 5만 드라크마와 땅콩 크기만 한 장뇌(樟腦. 녹나무에서 나오는 밀랍과 같거나 흰색이거나 투명한 고체. 방부제/진통제/살충제로 쓰이고 진한 향기가 난다 - 옮긴이) 서른 알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자 종이었는데 그녀가 걸치고 있는 옷은 온통 보석으로 덮여 있었습니다.

 

배는 돛을 펼치고 출발했습니다. 우리는 긴 항해 끝에 무사히 발소라에 닿았고, 거기서 나는 다시 바그다드로 향했습니다. 내가 바그다드에 도착하여 맨 처음 한 일은 내게 맡겨진 임무를 처리하는 것이었습니다 …….

 

날이 밝고 있었으므로 셰에라자드는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았다. 다음 날, 그녀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계속했다.

 

여든여덟 번째 밤

 

나는 세렌디브 왕의 친서를 가지고 신자들의 사령관을 찾아갔습니다. 물론 아름다운 여자 종도 데리고 갔으며, 내 식구 몇 사람은 선물을 들고 따라왔습니다. 궁전 대문 앞에서 찾아온 까닭을 밝히자 곧장 칼리프의 옥좌 앞으로 인도되었습니다.

 

나는 땅에 엎드려 절하고 간략하게 용건을 설명드린 뒤, 선물과 친서를 드렸습니다. 칼리프는 서신을 읽으시더니 과연 세렌디브 왕이 이 글에 적혀 있는 것처럼 부유하며 강력한 왕인가를 물으셨습니다. 나는 다시 한 번 엎으려 절한 뒤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신자(信者)들의 사령관이시여! 이 왕이 결코 자신의 부와 위대함을 과장하지 않았음을 장담할 수 있습니다. 제가 그 증인입니다. 이 세상에 그의 궁전만큼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내는 것은 없습니다. 그 왕이 행차할 때는 코끼리 등에 얹힌 옥좌에 앉으며, 왼쪽과 오른쪽에는 문무백관이 두 줄로 늘어서 따라옵니다. 왕이 탄 코끼리에는 두 명의 벼슬아치가 더 탑니다. 하나는 옥좌 앞에서 황금 창(槍)을 들고 있으며 다른 하나는 뒤에 서서 황금 기둥을 받들고 있는데, 그 꼭대기에는 반 자 높이에 엄지손가락 정도의 두께인 에메랄드 하나가 얹혀 있습니다. 또 그의 앞에는 금실로 짠 천과 비단으로 지은 옷을 입은 1000명의 호위병이 역시 화려하게 꾸민 1000마리의 코끼리를 타고 앞장섭니다. 행차 중에는 대열의 맨 앞 코끼리에 탄 벼슬아치가 이따금 큰 소리로 이렇게 외칩니다.

 

‘여기 위대한 군주께서 행차하신다! 이분은 10만 개의 루비로 뒤덮였으며, 2만 개의 다이아몬드 왕관이 들어 있는 궁전을 가지신 강력하고도 무서운 인도의 술탄이시다! 여기 솔리마 대왕(솔로몬 - 갈랑의 주석)과 미라주 대왕(동인도 제도에 있는 큰 섬인 ’미라주‘ 섬을 다스렸다는 옛 왕의 이름. 아랍인들 사이에서는 매우 강력하고도 현명한 군주로 널리 알려져 있다 - 갈랑의 주석)보다도 더욱 위대하신 군주가 나가신다!’

 

그가 외치고 나면 이번에는 옥좌 뒤에 선 벼슬아치가 또 이렇게 외칩니다.

 

‘이토록 위대하고 강력한 군주도 죽어야 하노라! 죽어야 하노라! 죽어야 하노라!’

 

그러면 다시 이 말을 받아 앞쪽의 벼슬아치가 외칩니다.

 

‘죽지 않고 영원히 사시는 그분(문맥상 신[神]을 일컫는 듯하다 - 옮긴이)을 찬양하라!’

 

게다가 세렌디브 왕은 너무도 정의로운 분이어서 수도와 지방을 막론하고 그의 나라에는 재판관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의 백성들에게는 재판관이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법을 잘 지키며, 각자의 의무에서 벗어나는 법이 결코 없습니다. 그래서 이 나라에는 법정이나 벼슬아치가 필요 없는 것입니다.”

 

내 말을 들으신 칼리프께서는 매우 흡족해하시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서신만 읽어보아도 이 왕이 얼마나 현명한 사람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네. 그리고 그대의 말을 들으니, 그 왕에 그 백성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군!”

 

칼리프께서는 이렇게 말하고는 내게 큰 선물을 하사한 뒤 집으로 돌려보내셨습니다.

 

이렇게 신드바드는 이야기를 마쳤고, 청중은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그 전에 힌드바드는 다시 100 세켕을 받았습니다. 다음 날, 그들은 다시 신드바드의 집에 모였고 그는 자신의 일곱 번째이자 마지막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