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

▩바다 사나이 신드바드 이야기 - 첫 번째 여행

개마두리 2013. 5. 15. 21:13

 

나는 집안에서 많은 재산을 물려받았습니다만, 대부분을 젊은 날의 방탕한 삶을 살며 탕진했습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린 나는 재산이라는 것은 없어질 수 있는 것이며, 내가 겪었듯 아껴 쓰지 않으면 곧 바닥이 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것인 시간을 절제 없는 삶으로 허비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비참하고도 한탄스러운 일은 노년에 가난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때 내게 위대한 술라이만(솔로몬 - 옮긴이) 왕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가난한 것보다는 차라리 무덤 속에 누워 있는 게 낫다!”

 

과거 아버지께서도 종종 하시던 말씀이었죠.

 

이 모든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든 나는 조금 남은 재산을 닥닥 긁어모으고, 가구는 경매에 부쳐 팔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해상 교역을 하는 몇몇 상인들과 접촉하면서, 내게 가장 좋은 충고를 줄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결국 내게 남은 얼마 안 되는 재산을 투자하여 이윤을 남기기로 했고, 이런 결심이 서자마자 지체 없이 실행에 옮겼습니다. 나는 발소라에 가서 여러 상인들과 공동 비용으로 마련한 배에 그들과 함께 올라탔습니다.

 

우리는 돛을 펼치고 페르시아 만을 통해 동인도 제도(유럽인들이 당시 알고 있던 인도의 동쪽에 위치한 섬들을 막연히 총칭하는 말. 이 책에서는 말레이 제도, 인도차이나 남부뿐 아니라 중국, 일본까지 포함하고 있다 - 임호경 씨의 주석) 쪽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이 페르시아 만은 우편으로는 ‘행복한 아라비아(<아라비아 펠릭스 Arabia Felix>라고도 하며 현재의 예멘 근방에 해당하는 아라비아 반도의 남부 해안 지방을 말한다 - 임호경 씨의 주석)’의 바닷가, 좌편으로는 페르시아의 바닷가로 둘러싸여 있으며 가장 폭이 넓은 곳도 70 리외(프랑스의 거리 단위로 1리외는 약 4킬로미터에 해당한다 - 임호경 씨의 주석)에 불과하다고들 합니다.

 

이 만을 빠져나가면 ‘동쪽 바다’ 또는 ‘인도 바다’라고 하는 드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는데, 이는 아비시니아 바닷가(오늘날의 지부티/에리트레아/소말리아의 바닷가. 아비시니아는 오늘날의 에티오피아다. 에티오피아는 전성기에 지부티와 에리트레아와 소말리아를 다스렸다 - 옮긴이)로부터 시작하여 저 멀리 박박의 섬들(아랍인들은 이 섬이 중국 너머에 있다고 생각했으며, 그곳에 ‘박박 열매’를 맺는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고 하여 ‘박박’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현재의 일본으로 추정된다 - 갈랑의 주석)까지 길이가 4만 500 리외나 되는 드넓은 큰 바다입니다. 처음에 저는 배멀미라는 것 때문에 무척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곧 건강이 좋아졌고, 이후로는 한 번도 이런 증상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항해를 해나가면서 여러 섬에 들렀고, 거기서 상품을 팔거나 그 지방에서 나는 것과 바꾸었습니다. 어느 날, 순풍에 돛을 활짝 펼치고 항해하던 우리의 배는 갑자기 바람이 잦아드는 통에 바다 한복판에 멈춰 서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멈춘 우리 눈앞에 조그만 섬 하나가 나타나는 것이었습니다. 수면 위에 살짝 떠 있는 그 섬은 푸르스름한 것이 마치 아름다운 풀밭과도 같았습니다. 선장은 돛을 접은 뒤, 원하는 사람은 내려가 봐도 좋다고 했습니다. 나 역시 상륙한 사람 중의 하나였죠. 하지만 우리가 그 섬에 앉아 먹고 마시며 항해 중에 쌓인 피로를 풀고 있는데, 섬이 갑자기 진동을 하면서 우리를 세차게 흔들어 댔습니다 …….

 

날이 밝아 오고 있었기 때문에 셰에라자드는 여기에서 이야기를 중단했다. 그리고 다음 날 밤이 끝날 즈음, 그녀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계속했다.

 

일흔한 번째 밤

 

폐하! 신드바드는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배에 탄 사람들도 섬이 흔들리는 걸 느끼고 빨리 배에 타라고 소리쳤습니다. 안 그러면 모두가 죽을 형편이었습니다. 우리가 섬으로 잘못 안 것은 커다란 고래의 등이었던 것입니다. 동작 빠른 사람들은 잽싸게 거룻배에 올라탔고, 다른 이들도 물에 뛰어들어 헤엄을 쳤습니다.

 

나는 아직 섬 위, 아니 고래 등 위에 있었는데, 그것은 이미 물속으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불을 때려고 배에서 가져온 나뭇조각 하나를 간신히 붙잡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선장은 거룻배를 타고 온 사람들과 헤엄쳐 온 몇몇 사람들을 배로 끌어 올리고 나서 때마침 일어난 순풍을 받기 위해 돛을 펼쳐 버려서, 나로서는 다시 배에 탈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렇게 바다 위에 떠 이리저리 흔들리는 신세가 된 나는 그날 오후와 밤 내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거친 파도와 싸워야 했습니다. 다음 날 온몸에 힘이 빠져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죽어야 하나 보다 하고 절망하고 있는데, 다행히도 큰 파도가 일어 나를 어떤 섬에 던져 놓았습니다. 해안은 높았고 몹시도 가팔라서, 행운의 여신이 나를 구조하기 위해 거기 놔둔 것 같은 나무뿌리 몇 가닥이 아니었더라면 그 위로 올라가는 것이 몹시 힘들었을 것입니다. 땅 위에 올라선 나는 그대로 쭉 뻗어 버렸고, 아침이 되어 배가 뜰 때까지 그렇게 반쯤 죽은 상태로 누워 있었습니다.

 

파도에 시달려 극도로 쇠약해진 상태였지만, 전날 이후 아무것도 먹지 못하여 몹시 배가 고팠으므로 나는 먹을 만한 풀이라도 찾아보려고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다녀 보았습니다. 다행히 풀뿐 아니라 훌륭한 샘물까지 찾아내어 기력을 상당히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힘을 되찾은 나는 섬 안쪽으로 나아갔습니다.

 

거기에는 아름다운 들판이 펼쳐져 있었는데, 멀리 말 한 마리가 풀을 뜯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쪽을 향해 걸음을 내딛는 내 가슴속에는 기쁨과 두려움이 엇갈리고 있었는데, 거기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내 생명을 구해줄 것인지 아니면 나를 멸망시킬 위험인지 알 수 없었던 까닭입니다.

 

가까이 다가간 나는 말뚝에 매여 있는 암말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주 멋진 녀석이어서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는데, 땅속에서 웬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어떤 사내가 나타나 이쪽으로 오더니 내게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사연을 들려주자 그는 내 손을 잡고는 어떤 동굴로 이끌었습니다. 거기에는 다른 사람들이 있었는데, 내 모습을 본 그들은 그들을 본 나만큼이나 크게 놀랐습니다.

 

나는 그들이 권해 주는 음식을 몇 가지 먹었습니다. 그러고는 그들에게 이 거칠기 그지없는 곳에서 무얼 하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들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우리는 이 섬의 군주이신 미라주 왕의 마부들이오. 우리는 매년 같은 철에 왕의 암말들을 데려다 그대가 본 것처럼 이곳 풀밭에다 매어 놓소. 바다에서 솟구쳐 나오는 말과 짝지으려고 그러는 거요. 이 바다 말은 암말을 품은 뒤 잡아먹으려고 한다오. 그때 우리가 일제히 소리를 질러 놈을 다시 바다로 쫓아 보내는 거요. 그러고 새끼를 밴 암말을 다시 데려가는데, 이렇게 태어난 망아지들을 ‘바다 망아지’라고 부릅니다. 모두 왕께 바쳐지죠.”

 

그리고 그들은 다음 날 떠날 참이었으며, 내가 하루만 늦게 왔어도 분명히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람이 사는 곳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안내자가 없으면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들이 말한 대로 바다 말이 물에서 솟구쳐 나와 암말을 올라탔습니다. 잠시 후 일을 마친 녀석이 암말을 잡아먹으려고 하자 마부들은 일제히 크게 소리를 질렀고, 이에 녀석은 암말을 풀어 주고 다시 바닷속으로 첨벙 뛰어들어 버렸습니다.

 

다음 날 그들이 암말들을 데리고 이 섬의 수도로 향할 때, 나도 그들 틈에 끼었습니다. 수도에 도착한 나는 미라주 왕에게 소개되었고, 왕은 내가 누구이며 무슨 사연으로 그의 나라에까지 오게 되었는지 물었습니다. 내가 사연을 이야기하자, 그는 내 불행을 몹시 동정해 주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신하들에게 나를 잘 보살펴 줄 것이며, 필요한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제공해 주라고 분부했습니다. 그리고 이 명령은 너무도 완벽하게 시행되어서, 나는 다만 왕의 너그러움과 관리들의 정확함에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나는 상인이었으므로,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접촉했습니다. 특히 외국에서 온 상인들을 찾아다녔는데, 혹시 그들로부터 바그다드의 소식을 전해 듣고 함께 돌아갈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습니다. 사실 이 미라주 왕의 수도에는 적잖은 외국 상인들이 있었습니다. 바닷가에 자리잡은 이곳에는 훌륭한 항만 시설이 있어서 세계 각처에서 온 배들이 매일같이 드나늘었기 때문입니다.

 

또 나는 인도의 학자들과도 어울리며 그들이 이야기해 주는 것을 즐겨 듣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는 한편, 하루도 빠짐없이 궁정에 들러 왕께 문안을 드렸습니다. 왕 주위에 있는 지방 태수들과 왕에게 조공을 바치는 소왕(小王)들은 나의 나라에 대해 수없이 많은 것들을 물어 왔으며, 나 역시 그들이 다스리는 나라들의 풍속과 법제 등을 알아보면서 마음껏 호기심을 채울 수 있었습니다.

 

그들에 의하면, 미라주 왕의 영역에는 카셀이라는 섬이 하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래전부터 이곳에서는 밤마다 북소리가 들리며 이 때문에 이곳이 ‘데지알 무함마드(이슬람교도들에게 데지알 무함마드는 우리가 말하는 적[敵]그리스도와 같은 것이다. 그들에 의하면 데지알은 세계의 종말에 나타나서 온 땅을 정복할 것이다. 오직 메카, 메디나, 타르수스, 예루살렘만이 제외될 터인데, 이는 천사들이 이 도시들을 에워싸 보호할 것이기 때문이다. - 갈랑의 주석)’가 사는 곳이라는 소문이 선원들 사이에 떠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나는 이 놀라운 현상을 직접 보고자 섬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이 여행 중에는 길이가 200큐빗(고대 이집트, 바빌로니아 등지에서 쓰던 길이의 단위. 1큐빗은 팔꿈치에서 손가락 끝까지의 길이로, 약 50센티미터에 해당한다. - 임호경 씨의 주석) 되는 물고기들을 보았는데, 무시무시한 모양과는 달리 그다지 위험한 놈들은 아니었습니다. 막대기를 서로 치거나 갑판을 두드려 소리를 내기만 해도 달아나 버리는 겁 많은 녀석들이었으니까요. 또 한 큐빗 남짓한 길이에 부엉이처럼 생긴 물고기들도 보았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온 어느 날, 내가 부두에 서 있는데 배 한 척이 다가왔습니다. 닻을 내리자마자 배에서 물건들이 내려졌고, 상인들은 (짐꾼들에게 - 옮긴이) 그것들을 창고로 나르게 했습니다. 무심코 짐 꾸러미들과 소유자를 표시하는 글자들을 훑어보고 있노라니 그 가운데 내 이름이 보이는 게 아니겠습니까? 좀 더 자세히 살펴보니 그 짐 꾸러미들은 내가 발소라에서 탄 배에 함께 실었던 것임에 틀림없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쪽에 그 배의 선장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분명히 내가 죽었다고 확신하고 있을 터였습니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 여기 있는 짐이 누구 것이냐고 짐짓 물어보았습니다. 선장이 대답했습니다.

 

“내 배에는 신드바드라고 하는 바그다드 상인이 타고 있었소. 어느 날 우리는 어떤 섬처럼 생긴 것에 정박해, 그를 포함한 여러 명의 승객이 거기 내려갔소. 그런데 그건 섬이 아니라 수면에 떠올라 잠을 자고 있던 엄청나게 큰 고래였다오. 그 위에 올라선 사람들이 요리를 하려고 불을 지피자 뜨거워진 고래는 요동을 치더니 바닷속에 들어가 버렸소. 위에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물에 빠져 죽었고, 불쌍한 신드바드도 그들 가운데 하나였소. 이 물건들은 모두 그의 것이오. 그래서 나는 그를 대신하여 이것들을 팔아 나중에 그의 식구들을 만나면 원금과 이익금을 돌려주려 하고 있소.”

 

“선장님!”

 

제가 외쳤습니다.

 

“제가 바로 신드바드입니다! 선장님은 제가 죽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 짐들은 제 것이며 …….”

 

이날 밤 셰에라자드는 더 이상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다음 날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계속했다.

 

일흔두 번째 밤

 

신드바드는 좌중에게 그의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선장은 내 말을 듣더니 소리쳤습니다.

 

“아이고 맙소사! 요즘 세상에 대체 누구를 믿을 수 있단 말인가? 정말이지 사람들 사이에 신의란 찾아볼 수 없구나! 신드바드가 죽는 것을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고, 내 배에 타고 있던 다른 사람들도 모두 보았소! 그런데 당신이 신드바드라고? 정말 뻔뻔스럽기 짝이 없구먼! 보아하니 당신은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닌 듯하오. 하지만 지금 당신은 남의 재산을 가로채려고 형편없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오!”

 

내가 말했습니다.

 

“제 얘기 좀 들어 보십시오!”

 

“좋아! 그래, 무슨 말을 하고 싶은데? 말하시오!”

 

이에 나는 내가 목숨을 건지고 미라주 왕의 마부들을 만나 그의 궁에까지 오게 된 사연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내 말에 선장의 의심은 약간 풀어졌고, 잠시 뒤에는 내가 사기꾼이 아님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배에서 내린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고, 이렇게 다시 만나 너무도 기쁘다고 소리쳤기 때문입니다. 결국 선장도 내 모습을 알아보고 내 목을 껴안으며 외쳤습니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그 위험에서 살아날 수 있었다니! 당신을 다시 보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소! 자, 여기 당신 물건이 있으니 가져가시오! 모두 당신 것이니 하고 싶은 대로 하구려!”

 

나는 선장의 정직한 행동에 깊이 감사하고, 답례로 내 상품 중에서 몇 가지를 선물하려 했지만 그는 한사코 사양했습니다.

 

나는 내 짐 가운데 가장 귀중한 것들을 골라 미라주 왕에게 선사했습니다. 내 곤궁한 처지를 잘 알고 있던 왕은 이 귀한 것들이 어디서 났느냐고 물었습니다. 내가 이것들을 되찾게 된 우연들을 설명하자 왕은 자기 일처럼 크게 기뻐해 주었습니다. 그분은 흔쾌히 내 선물을 받고, 훨씬 더 많은 선물로 되돌려 주었습니다. 나는 그러고 나서 그분께 작별을 고한 뒤 같은 배에 탔습니다. 배에 오르기 전에는 내 상품을 그 나라에서 나는 물건과 바꾸어 알로에 나무, 단향(檀香. 단향나무를 베어 만든 향. 독특한 향기를 풍기며 신경을 안정시키기 때문에 종교 의식에 쓰인다 - 옮긴이), 장뇌(樟腦), 육두구(肉荳蔲. 향신료나 위장약으로 쓴다 - 옮긴이), 정향, 후추, 생강 등을 배에다 잔뜩 싣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탄 배는 여러 섬들을 거친 뒤 발소라에 닿았고, 또 거기서 출발하여 이 바그다드에 도착했을 때 내 손 안에는 약 10만 세켕이나 되는 재산이 있었습니다. 다시 만난 나와 식구들은 깊고도 진정한 가족애에서만 우러나올 수 있는 강렬한 기쁨을 느꼈습니다. 나는 남녀 종들과 좋은 땅을 사고, 커다란 집도 지었습니다. 이렇게 정착한 나는 지금껏 겪은 괴로움은 다 잊어버리고 오직 삶의 즐거움만을 누리며 살겠노라고 마음먹었습니다.

 

여기서 신드바드는 이야기를 멈췄습니다. 그리고 악사들에게 중단되었던 음악을 다시 연주하라고 명했습니다. 사람들은 저녁때까지 먹고 마시며 즐겼습니다. 이윽고 모두들 돌아갈 시간이 되자 신드바드는 100 세켕이 들어 있는 주머니를 가져오게 하여 짐꾼에게 주면서 말했습니다.

 

“자! 받으시오, 힌드바드! 오늘은 집에 돌아가셨다가 내일 다시 와서 내 모험담을 계속 들어 보시오!”

 

짐꾼은 뜻밖의 선물에 황송하여 어쩔 줄 몰라 하며 물러갔습니다. 집에 돌아간 그는 오늘 있었던 일들을 아내와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주었고, 그들 역시 신드바드를 통해 은혜를 베풀어 주신 신께 감사하였습니다.

 

다음 날 힌드바드가 전날보다 단정하게 차려입고 신드바드의 집을 다시 찾았을 때, 이 너그러운 여행자는 웃는 낯으로 그를 맞으며 따뜻하게 어깨를 두드려 주었습니다. 손님들이 모두 도착하자 음식이 나왔고, 그렇게 오랫동안 풍성한 잔치가 계속되었습니다. 마침내 식사가 끝나자 신드바드는 입을 열어 좌중을 둘러보면서 말했습니다.

 

“여러분! 나의 두 번째 여행의 모험담을 들려드릴 터이니 모두들 잘 들어 주시기 바라오! 오늘의 이야기는 어제 들으신 것보다도 훨씬 더 재미있고 유익할 것이오!”

 

모든 사람들이 잠잠해지자, 신드바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