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

▩두 경비병과 비파나무

개마두리 2013. 9. 1. 18:38

 

 

조조(曹操)는 정원에 비파나무 한 그루를 심었는데, 누군가가 비파 열매를 훔쳐갈지도 모른다고 의심해 경비병 두 사람에게 그 나무를 지키도록 했다.

 

그 경비병 가운데 한 사람이 딴 마음을 품고 동료에게 “여보게. 어차피 우리 말고는 이 비파나무를 볼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까 - 그러니까 아무도 모를 테니까 - 비파 열매 몇 개만 따 먹고 시치미를 떼세.”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경비병은 “우리는 비파나무와 그 열매를 지키라는 명령을 받고 그대로 하는데 어떻게 도둑놈처럼 그럴 수 있는가? 안 돼!”라고 말하며 거절했다. 첫 번째 경비병은 속으로 동료를 ‘한심한 겁쟁이’라고 비웃으며 몰래 비파 열매 몇 개를 따 먹었다.

 

어느 날 조조가 정원에 가서 비파나무를 보니, 분명히 열매 몇 개가 사라진 것이 아닌가? 순간, 화가 났지만 두 경비병 가운데 누가 한 짓인지 몰라 처벌을 망설였다. 몇 날 며칠을 곰곰이 생각하던 조조는 이윽고 무언가를 결심한 듯 두 경비병을 불러 이렇게 말했다.

 

“여봐라. 당장 도끼를 가져와서 내 정원에 있는 비파나무를 베어버려라. 지금 보니 그 나무가 보통 꼴 보기 싫은 게 아니구나.”

 

비파 열매를 훔치지 않은 경비병은 “네, 승상 각하.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했지만, 비파 열매를 훔쳐먹은 경비병은 “그렇게 맛있는 비파열매가 나오는데, 왜 베어 버리십니까?”라고 대답했다.

 

조조는 즉시 “이놈! 네가 범인이로구나! 비파나무를 지키기만 할 뿐이고 손을 안 댔다면서 어떻게 비파 열매의 맛을 알았느냐? 여봐라! 저 도둑놈을 처형하라!”고 말했다.

 

- 19년 전 어느 책에서 읽은 중국 삼국시대의 야사(野史)

 

* 옮긴이의 말 : 만약 조조가 화를 못 참고 두 경비병을 무작정 고문하라고 명령하거나 처음부터 비파열매의 행방을 따졌다면 사건은 영원히 해결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때로는 정면 공격보다 측면 공격이나 ‘뒤통수를 치기’가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