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

▩언니와 동생

개마두리 2013. 9. 27. 18:30

 

어느 곳에 언니와 동생이 살고 있었다. 둘 다 홀어미(과부를 일컫는 순우리말)였고, 자식들과 함께 살았다. 언니는 부자였고 심술궂었지만 동생은 가난했고 마음씨가 착했다.

 

어느 날 동생은 식구들과 함께 밥을 먹으면서 예수의 모습을 새긴 성상(聖像)에 대고 “예수님, 저희들과 함께 진지를 드시겠어요?”라고 말했다.

 

그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동생이 문을 열어보니, 한 가난한 사람이 문 앞에 서서 먹을 것을 달라고 했다. 동생은 그에게 빵과 물을 주면서 “신께서 당신을 보살피시기를 빕니다.”라고 말했다.

 

식탁으로 돌아온 동생은 다시 한 번 성상에 “예수님, 저희들과 함께 진지를 드시겠어요?”라고 말했다.

 

그 때 또다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동생이 밖으로 나가니, 걸인이 문 앞에 서서 자비를 구하고 있었다. 동생은 그에게 빵과 물과 치즈를 주면서 “신께서 당신을 보살피시기를 빕니다.”라고 말했다.

 

다시 식탁으로 돌아온 동생은 성상에 “예수님, 저희들과 함께 진지를 드시겠어요?”라고 말했는데, 이번에는 성상이 입을 열어 말을 했다. “나의 딸아, 장하구나! 너는 네 이웃을, 가난한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하고 그들을 도와주었다. 그들을 돕는 것이 곧 나를 초대해서 함께 밥을 먹는 것이다. 네 행동이 보답을 받았다.” 그 뒤 동생의 집에는 재물이 산처럼 가득 쌓였고, 동생의 집안은 가난에서 벗어났다.

 

동생의 집을 찾아온 언니는 동생이 가난에서 벗어난 것을 보자 깜짝 놀라며 “도대체 어떻게 된 거니?”라고 물었고, 마음씨 착한 동생은 자신이 겪은 일을 거짓없이 말해주었다. 언니는 ‘그래? 성상에 대고 세 번 말을 하면 된단 말이지?’라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고, 곧 동생을 따라하자고 마음먹었다.

 

우선 언니는 식탁에서 성상에 대고 “예수님, 저희들과 함께 진지를 드시겠어요?”라고 말했고, 그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문을 열자 걸인이 먹을 것을 구하며 문 앞에 서 있었는데, 언니는 매몰차게 거절하며 “미안하지만 내줄 게 없어요. 다른 데 가 보시구려. 신께서 댁을 돌봐주시길!”이라고 덧붙였다.

 

그 뒤 언니는 다시 한 번 성상에 “예수님, 저희들과 함께 진지를 드시겠어요?”라고 물었고, 이번에도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문을 열자 가난한 사람이 자비를 구하며 문 앞에 서 있었고, 언니는 이번에도 “줄 게 없다.”고 말하며 “지금 중요한 일을 하느라 바빠요. 다른 데 가 봐요.”라고 덧붙였다.

 

언니는 식탁으로 돌아와 세 번째로 “예수님, 저희들과 함께 진지를 드시겠어요?”라고 물었는데, 이번에는 성상이 입을 열어 화가 난 목소리로 말을 했다. “너는 말로는 나를 초대한다고 해 놓고 가난한 사람들과 걸인들을 뿌리쳤다. 그들을 뿌리치는 건 곧 나를 뿌리치고 내쫓는 것이다. 너 같은 위선자에게는 베풀어줄 것이 없고 단지 벌을 줄 뿐이다!” 그 뒤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져 언니의 집이 깨끗하게 타버렸고, 언니의 식구들은 알거지가 되었다. 마음씨 착한 동생은 그 소식을 듣고 언니와 언니의 식구들을 불러 함께 살았다고 한다.

 

- 프랑스의 옛날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