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두 염소와 여우의 이야기

개마두리 2013. 9. 18. 17:43

 

 

 

(전략)

 

 

수도승은 도둑을 뒤쫓아갔지. 가는 도중에 염소 두 마리가 피를 뚝뚝 흘리며 치열하게 싸우는 광경을 보았어. 그때 어디선가 여우가 나타나더니 땅바닥에 흩어진 피를 핥아먹기 시작했어. 여우는 피맛을 보더니 감질이 났던지 이제는 철철 흐르는 피를 받아 마시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서 염소들의 싸움을 점점 부추겼지. 마침내 두 마리 염소는 여우의 얄밉고 괘씸한 소행을 알아차리고 힘을 합하여 여우를 뿔로 받아 죽였어. 수도승은 그 장면을 보고 적잖이 놀라면서 가던 길을 재촉했지.

 

 

(이하 생략)

 

 

* 출처 :『칼릴라와 딤나』(바이다바 지음, 이동은 옮김, ‘강’ 펴냄, 서기 1998년)에 실린「수도승과 도둑 이야기」에 나오는 이야기

 

 

▶ 인용자의 말 :

 

 

친애하는 독자 여러분, 한국과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줄여서 ‘조선 공화국’)의 대립도 이 두 염소의 싸움과 다를 것이 없다. 이 둘이 서로를 증오하며 싸울수록, 강대국이라는 “여우”는 그 둘이 흘리는 피(대립의 부산물로 나오는 정치적/경제적/군사적 반대급부)를 먹으며 즐거워할 것이다. 이 “여우”들이 “염소 두 마리”의 싸움을 부추기는 것이 누구를 위해서이겠는가? 염소들 가운데 한 마리를 사랑해서? 당연히 아니다. 둘이 싸워야 피를 흘릴 테고 피가 흘러야 그것을 핥아먹을 수 있고 둘이 싸우는 동안에는 “여우”가 그 둘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는 정신을 차리고 냉정해지자. 나와 여러분이 염소라면 염소를 위한 싸움을 해야지 여우를 위한 싸움을 해서는 안 된다.

 

 

사족을 달자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수리야(시리아의 정식 국호) 내전도 이 두 염소의 싸움에 빗댈 수 있다. 내전이 치열해지면 치열해질수록 이해관계가 걸린 나라들(예컨대 이란이나 프랑스나 러시아나 미국이나 중국)은 두 염소(반군과 정부군) 가운데 하나를 부추겨서 다른 염소를 죽이려고 할 테고, 그러면 그럴수록 둘이 흘리는 피(민간인의 희생/군인의 희생)는 아예 ‘강’이나 ‘개울’이나 ‘바다’를 이루게 될 테니까. 나는 이 우화에 나오는 염소 두 마리가 자기들끼리의 싸움은 여우를 이롭게 할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힘을 합쳐 여우를 죽였듯이, 수리야 반군과 정부군이 더 이상의 무의미한 살상을 멈추고, 국제사회의 감시/통제하에(미군 파병이 아니라 유엔군 파병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독재자(바샤르 알 아사드 현現 수리야 대통령. 내전의 원인을 제공함)를 합법적/비폭력적인 방법으로 끌어내린 뒤 전쟁 범죄자들(반군이건 정부군이건 상관없이 민간인을 죽이고 고문한 사람들)을 재판을 열어 처벌하고 민주주의에 바탕을 둔 새 정부를 만들어 외세의 침략과 전쟁의 확대(내전이 국제전이 되는 것)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다.

'우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친 사람들, 탈출하다  (0) 2013.10.02
▩비평가  (0) 2013.09.23
▩두루미와 게 이야기  (0) 2013.09.18
▩불행한 소년  (0) 2013.09.10
▩길을 가로막은 바위  (0) 2013.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