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비평가

개마두리 2013. 9. 23. 23:12

해가 질 무렵, 말을 타고 바다를 찾아다니며 방랑하던 한 남자는 길가의 어느 숙소에 이르렀습니다.

 

그는 말에서 내려 모든 여행자들이 그러하듯 문 옆에 있는 나무에 말을 매고 여관으로 들어갔습니다.

 

모두가 잠든 한밤중에, 도둑이 와서 그 여행자의 말을 훔쳐갔습니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난 그 남자는 자기 말이 없어진 것을 알고 하필이면 도둑이 자기의 말을 훔쳐갔다는 사실에 슬퍼했습니다.

 

그러자 같이 머물렀던 사람들이 그의 주위에 둘러서서 제각기 한 마디씩 말을 뱉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사람은 “마굿간 안에다 말을 매어둔 당신이 어리석었소.”라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 사람은 “더욱 어리석은 것은 그 말의 다리를 묶어두지 않았다는 것이오.”라고 말했습니다.

 

세 번째 사람은 “바다에 오는 사람이 말을 타고 오다니, 그건 아무래도 바보같은 짓이오.”라고 말했습니다.

 

네 번째 사람은 “게으르고 걸음이 느린 사람만이 말을 타는 법이지.”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얘기를 다 듣고 난 여행자는 매우 놀라 사람들을 향해 말했습니다.

 

“여러분, 내 말이 도둑맞은 일 때문에 여러분은 이렇게도 빨리 내 결점과 잘못을 알아내는군요. 그런데 왜 아무도 내 말을 훔쳐간 도둑에게는 단 한 마디도 비난을 하지 않지요?

 

- 칼릴 지브란의 우화

 

- 출처 :『Tea time 그리고 Message』(칼릴 지브란 지음, 이수민 옮김, 선영사 펴냄, 서기 1991년)

 

* 인용자(잉걸)의 말 : 세상 사람들이여, 제발 ‘피해자 탓하기’는 그만하라! 법정에서 꾸짖고 벌을 줘야 할 자는 가해자지 피해자가 아니다. 개인과 개인 사이의 관계건, 집단과 집단 사이의 관계건, 민족과 민족 사이의 관계건, 인종과 인종 사이의 관계건,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건 상관없이 피해자 탓하기는 하지 마라! ‘당한 놈이 바보지.’라던가 ‘이유가 있어서 당했을 거야.’라고 말하는 건 당신들이 할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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