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

▩벼슬아치와 그의 아내와 여종의 이야기

개마두리 2013. 10. 17. 20:36

 

“어떤 사람이 벼슬자리를 얻어 멀리 떠나갔는데, 그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사통(私通 : 간통 - 옮긴이)하였다고 합니다. 그가 돌아올 때가 되자, 사통한 남자가 그것을 걱정했고, 벼슬아치의 아내는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이미 독약을 탄 술을 빚고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에게 술을 먹여 죽이면 돼요.’라고 말했습니다.

 

사흘 뒤 벼슬아치가 돌아왔는데, 그의 아내는 집안의 여종으로 하여금 독주를 들고 그에게 권하게 하였습니다. 여종은 (주인에게) 술에 독이 있음을 말하고 싶었으나 그(:여종 - 옮긴이)가 말을 하게 되면 마님이 내쫓기게 될까봐 두려웠고, 말을 안 하자니 그가 그 주인을 죽이게 될까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거짓으로 쓰러지면서 술을 엎질러버렸습니다.

 

주인은 크게 화를 내며 그(:여종 - 옮긴이)에게 채찍을 쉰 대나 쳤습니다. 고로 여종은 한 번 쓰러져서 (독약이 든 - 옮긴이) 술을 엎어 위로는 주인을 살리고, 아래로는 마님을 살렸으나, 채찍질에서 벗어나지를 못하였으니, 어찌 충신이면서도 죄가 없겠습니까?”

 

―『사기』「소진(蘇秦)열전」에 나오는 소진의 말

 

# 옮긴이의 말 :

 

이 여종은 모두를 살렸지만 결국 주인의 오해와 분노와 처벌을 피할 수 없었다.

 

마찬가지다. 당신은 모든 사람에게 칭찬을 들을 수는 없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으며,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도 없다. 당신이 최선을 다하더라도 - 또는 좋은 뜻을 품고 일하거나 말하더라도 - 어차피 누군가에게 오해를 사기 마련이고 때로는 매를 맞거나, 욕을 먹거나, 위협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러니 현실세계에서 어려움에 부딪칠 때에는 ‘그래, 좋은 사람들과 그저 그런 사람들과 보통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나쁜 놈들이나 바보들에게는 인정받지 못하는 건 당연한 거지.’라고 생각하라. 당신이 하는 일이나 당신의 말이나 당신의 생각이 ‘그 자체로 옳으냐, 그르냐’를 염두에 두고 살아야지 ‘많은 사람들에게 칭찬받는 일이냐, 아니냐?’를 염두에 두어서는 안 된다. 전자를 골라야 당신을 욕하던 사람들도 나중에는 당신을 이해하고 태도를 바꾼다.

 

덧붙이자면 여러분이 살다 보면 이 여종처럼 - 실제로는 좋은 일을 하면서도 - 일부러 ‘나쁜 X(또는 “나쁜 놈”)’을 자처해야 할 때가 온다. 그럴 땐 차라리 나중에 누명이 벗겨지고 나중에 따로 해명할지언정 악역을 자처하는 일을 피하진 마라. 그 와중에도 당신의 참뜻을 눈치 챈 사람이라면 ‘악역’인 당신을 도와줄 것이고 당신이 옳다면 결국 나중에는(오랜 세월이 흐른 뒤라도, 아니면 다른 곳에서라도) 운명이 당신 손을 들어줄 것이다. 그 때 얻는 이김(승리)이 참된 이김이다. 그러니 지금 당장 칭찬을 듣기 위해 세상 사람들에게 - 또는 힘센 자들에게 - 아부하는 일은 없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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