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부활

개마두리 2013. 10. 22. 14:16

 

 

‘부활’이라는 사람이 죽어서 사람들이 장례식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부활’이 다시 살아났다. ‘부활’은 의식을 되찾았지만, 주위 광경에 너무나 놀란 나머지 기절하고 말았다.

 

 

그는 관 속에 넣어졌고, 장례식이 거행되었다. 묘지 앞에 이르렀을 때 의식을 되찾은 ‘부활’은 관 뚜껑을 밀치며 도와달라고 소리쳤다.

 

 

“이게 무슨 소리지?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날 리 없잖아.”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그의 죽음은 제일가는 명의(名醫)가 증명한 거야.”

 

 

‘부활’은 안간힘을 다해서 외쳤다.

 

 

“하지만 난 살아 있단 말이야! 살아 있다고!”

 

 

‘부활’은 공정한 법률가에게 호소하기로 했다.

 

 

“잠깐!”

 

 

그의 죽음을 증명했던 명의가 사람들을 돌아보며 충고했다.

 

 

“자, 우리는 지금 죽은 사람이 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면 여러분이 진실이라 생각하는 바를 내게 입증해 보세요.”

 

 

사람들이 외쳤다.

 

 

“그는 죽었다! 그는 죽었다!”

 

 

명의가 말했다.

 

 

“그를 묻읍시다!”

 

 

그리하여 ‘부활’은 땅 속에 묻히고 말았다.

 

 

- 출처 :『동냥그릇』(박상준 엮음, 장원 펴냄, 서기 1991년)

 

 

* 인용자(잉걸)의 말 :

 

 

어리석은 다수가 자신의 잘못이나 착각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드는 뻔뻔한 지식인과 만나서 그와 함께 휘두르는 폭력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를 잘 설명하는 이야기다. 그러니 그대는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으니 옳은 거야.’라거나, ‘지식인이 잘못을 저지를 리가 없어.’라는 생각에 속지 말고, 오직 ‘논리와 이치와 도덕으로 보았을 때 옳으냐, 그르냐? 그리고 저 지식인이 어떤 입장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말을 꺼내는 것이냐?’라는 물음을 바탕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라.

'우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턱수염  (0) 2013.10.23
▩졸개 걱정  (0) 2013.10.22
▩역사  (0) 2013.10.21
▩느닷없이  (0) 2013.10.21
▩휴머니즘  (0) 2013.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