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턱수염

개마두리 2013. 10. 23. 12:07

 

탐스런 턱수염을 기른 자칭 ‘제자’가 서른 해 동안 신께 빌며 정진했지만 아무것도 얻은 게 없다고 투덜거렸다.

 

그러자 스승이 서른 해가 아니라 300 해를 계속해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말했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자칭 제자가 여쭈었다.

 

“그대의 자만 때문이네.”

 

“그것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일러 주십시오.”

 

“한 가지 있기는 한데, 그대는 못 할 거야.”

 

“그래도 일러 주십시오.”

 

“이발사를 찾아가서 그대의 탐스런 턱수염을 말끔히 밀어 버려. 그리고 옷을 모두 벗어 버리고 허리띠만 하나 두르게. 그 다음 꼴 자루에 호두를 채워서 그걸 목에 걸고 장터로 가서 ‘뒤에서 날 때리는 아이에게 호두를 하나씩 주마!’라고 외치게나.”

 

“도저히 그럴 순 없습니다. 다른 방도를 일러 주십시오.”

 

- 출처 :『동냥그릇』(박상준 엮음, 장원 펴냄, 서기 1991년)

 

* 엮은이의 말 :

 

탐스런 턱수염을 기른 제자는 지금도 여전히 투덜거리며 다른 방도를 찾고 있다고 한다. 저 옛날에 스승이 한 말을 깨끗이 잊고서. 턱수염이란 이렇듯 중요한 것이다. 턱수염을 멋지게 기르려고 (학문이나 종교를) 배우는 사람한테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그걸 탓할 순 없다. 턱수염을 멋지게 휘날리고 싶어 배운다는데 무슨 잘못이 있을까? 잘못된 게 없다. 그러므로 다른 방도를 찾아라.

 

'우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늑대와 이리  (0) 2013.10.23
▩[우화]저절로 되는 것  (0) 2013.10.23
▩졸개 걱정  (0) 2013.10.22
▩부활  (0) 2013.10.22
▩역사  (0) 2013.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