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샤타이 왕

개마두리 2013. 10. 23. 15:00

옛날 옛적에 샤타이 왕이 신하들과 함께 국정(國政 : 나라[國]를 다스리는[政] 일 - 인용자)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한 낯선 젊은이가 나타나 왕에게 바칠 선물이 있다고 아뢰었다. 젊은이는 샤타이 왕에게 값싼 나무접시 하나를 선물하고서는 그 대가를 요구했다. 관대하기로 소문난 샤타이 왕은 청년에게 금 즈믄(1천) 냥을 주었다.

 

그날 저녁 왕이 잠자리에 들었는데, 꿈 속에서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나 그에게 말했다.

 

“저는 전하의 부(富)의 요정으로, 전하께 작별인사를 하러 왔습니다. 전하께서는 제 가치를 별로 존중하지 않으시는 것 같아서요. 별 가치도 없는 사람에게 그렇게 함부로 재산을 주셔도 되는 것입니까? 어느 시장에서나 동전 한 닢만 있으면 살 수 있는 나무접시를 어떻게 금 즈믄 냥과 바꾸실 수 있습니까? 그 접시는 아름답지도 않고 훌륭한 예술품도 아닌데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습니까? 저는 더 이상은 전하 곁에 머물지 않겠습니다. 이젠 다른 사람을 찾아 떠나겠습니다.”

 

그날 이후로 정말 샤타이 왕의 재산은 햇빛에 녹는 눈처럼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며칠 뒤 그는 또 꿈을 꾸었다. 이번엔 한 남자가 다가와 인사하며 말했다.

 

“저는 전하의 체력입니다. 그러나 저는 곧 전하 곁을 떠나려고 합니다. 전하께서 제 가치를 몰라주시기 때문입니다.”

 

“네 마음대로 하여라.”

 

그때부터 왕은 부쩍 늙고 허약해지기 시작했다.

 

다시 며칠 후 그는 세 번째 꿈을 꾸었다. 이번에는 무척이도 상냥하고 천사 같은 모습의 미소년이 나타나 정중히 인사를 했다.

 

“저는 전하의 관대한 마음입니다. 저 역시 이제 전하를 떠나고 싶습니다.”

 

왕이 소년의 옷자락을 붙잡고 애원했다.

 

“오, 제발 내게 희망을 다오! 너만은 나를 떠나지 말아다오.”

 

그러자 소년이 돌아보며 빙그레 웃음지었다.

 

“전하께서 제 가치를 인정하신다는 걸 알았으니 저도 전하를 떠나지 않을 것이며, 제가 있는 동안에는 어떤 문제도 전하께 염려를 끼치지 못하도록 하겠습니다. 전하의 재산도 다시 돌아올 것이고, 건강도 되찾으실 것입니다. 전하께서 필요로 하시는 모든 것이 조금도 부족하지 않도록 해드리겠습니다.”

 

소년이 사라지면서 왕은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하룻밤 사이에 다시 기운이 솟았고, 재산도 날마다 늘어나 옛날만큼 다시 부자가 될 수 있었다.

 

- 출처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채운정 옮김, 정신세계사 펴냄, 서기 1998년)

 

* 인용자(잉걸)의 말 :

 

어떤 일이 있더라도 자신의 마음과 생각(‘영혼’이라고 말해도 좋다)을 잃지 마라. 재산은 다시 모을 수 있고 건강은 되찾을 수 있지만, 자신의 ‘틀’인 마음과 생각을 잃으면 그 땐 어디서도 그것들을 되찾을 수 없다. 자신의 기본이자 틀인 것을 잃어버린 사람이 자기 자신일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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