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신병원의 정원에서 창백한 얼굴을 한 사랑스럽고 앳돼 보이는 한 젊은이를 만났습니다.
나는 그의 곁에 앉아서 물었습니다.
“여기 왜 왔지요?”
그는 놀란 눈으로 나를 보더니 대답했습니다.
“좀 이상한 질문이지만, 대답해 드리죠. 아버지는 그 분이 이루지 못한 꿈을 저에게서 찾으려고 하셨습니다. 삼촌도 마찬가지였고요. 또 어머니는 제가 그 유명한 외할아버지를 닮기를 바라셨죠. 누이는 제가 선원인 우리 자형을 따르기를 바랐죠. 또 형은 제가 멋진 운동선수라고 자부하는 형을 좋아하게 되기를 바랐어요. 그리고 선생님들도 그분들이 생각하셨던 바대로 제가 철학박사/음악가/논리학자 등 그분들의 모습이 조금이라도 비추어진 사람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곳으로 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서야 비로소 제정신이 돌아와 올바른 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적어도 저는 본연의 자신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그러더니 갑자기 내게로 돌아서며 다시 말했습니다.
“선생님도 교육이나 좋은 충고를 받으려고 이곳으로 억지로 끌려왔나요? 말씀해 주세요.”
나는 대답했습니다.
“아뇨, 전 방문객이예요.”
그러자 그가 말했습니다.
“아, 선생님은 담 저편에 있는 정신병원에서 사시는 거네요.”
- 칼릴 지브란의 우화
- 출처 :『Tea Time 그리고 Message』(칼릴 지브란 지음, 이수민 옮김, 선영사 펴냄, 서기 1991년)
* 인용자(잉걸)의 말 :
이 우화에 나오는 젊은이가 꼭 나 같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정신병원에 갇혀서 주사를 맞진 않지만, 정신과에 자주 가서 ‘치료’받고 있으니까. 내 정신병(조현병)이 언제쯤이면 다 나을지 모르겠다. 그 날이 오기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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