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한 마리가 밀밭을 지나가다가 말(馬)을 만났다. 여우는 말을 보자 반갑게 아는 체를 하며 말에게 인사를 했다.
“반갑네그려.”
여우는 곧 말을 밀밭으로 이끌더니 이렇게 말했다.
“여기를 보게. 먹음직스러운 밀이 아주 잘 익지 않았는가? 나도 먹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자네 생각에 밀 이삭 한 알도 건드리지 않았어.”
여우가 하는 말을 듣고 있던 말이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
“자네가 나를 생각해 주는 마음만은 고맙네. 그런데 이보게, 만약 자네가 밀을 먹을 줄 알았다면 과연 이 밀이 아직까지 남아 있기라도 했겠는가?”
- 출처 :『채근담』(홍자성 지음, 박정수 엮음, 매월당 펴냄, 서기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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