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용(龍)을 잡는 사냥꾼

개마두리 2013. 11. 29. 23:35

용을 잡는 것이 평생의 소원인 사냥꾼이 있었다. 그는 강철보다 강한 용의 비늘을 뚫을 수 있는 칼을 만들기 위해 매일같이 쇠를 두드렸다.

 

‘이만하면 세상 최고의 칼이다.’ 싶어 용을 잡으러 나섰지만, 칼은 번번이 부러져 버렸다.

 

사냥꾼은 용을 잡는 데 실패한 칼들을 쌓아 놓고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쓸모가 없어졌지만 그 칼들은 그에게 자식처럼 느껴졌다.

 

그때 높은 가마를 탄 장군이 길을 가다가 그 칼들을 보았다. 수많은 전투를 치른 장군은 그 칼들이 세상 최고의 칼임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 칼은 당신이 만든 것인가?”

 

“그렇습니다, 나으리.”

 

“그렇게 좋은 칼들을 가졌는데 왜 그리 맥이 빠져 있는가?”

 

“용을 잡기 위해 만든 칼들인데 용의 비늘을 뚫은 칼이 하나도 없어서 그렇습니다.”

 

그러자 장군은 가마에서 내려 사냥꾼의 칼들 가운데 하나를 집어들고 살펴보더니, “이만하면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겠네. 내 자네를 임금님께 추천해서 우리 군대의 모든 병사들이 자네가 만든 칼을 쓰도록 하겠네.”라고 말했다.

 

사냥꾼은 장군의 제안에 어리둥절했지만 ‘세상 최고의 칼’이라는 칭찬에 기분이 좋아졌다.

 

칼 만드는 솜씨가 온 나라에 알려진 사냥꾼은 수백 명의 일꾼을 거느린 큰 부자가 되었다. 귀족들마저 그가 손수 만든 칼을 사기 위해 값비싼 선물을 들고 왔다.

 

그는 눈코뜰새 없이 바빠졌고 자신이 왜 칼을 만들기 시작했는지도 잊을 만큼 추앙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사냥꾼이 용을 잡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사냥꾼은 충격에 빠졌다. 도대체 누가 어떻게 용의 비늘을 뚫을 수 있는 칼을 만들었단 말인가?

 

사냥꾼은 그 칼을 꼭 한 번 보고 싶어 용을 잡았다는 사냥꾼을 찾아갔다.

 

용의 비늘을 뚫은 칼은 놀랄 만큼 훌륭했다. 세상에서 칼을 가장 잘 만든다고 자부하는 사냥꾼도 어떻게 만들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사냥꾼은 칼을 들여다보면서 용을 잡은 사냥꾼 - 그러니까 칼을 만든 사람 - 에게 “이것만 봐선 도무지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 수가 없군요. 혹시 이전에 실패한 칼들을 보여 줄 수 있습니까?”라고 물었고, 용을 잡은 사냥꾼은 “실패한 칼들이요? 그것들은 모두 녹여서 냄비며 주전자를 만드는 데 썼소. 용을 잡기 위해 만든 칼이 용의 비늘을 뚫지 못하는데 그대로 둬서 뭘 하겠소?”라고 대답했다.

 

사냥꾼은 급히 집으로 돌아갔다. 그는 자신의 실수(용 잡는 칼을 만드는 일을 중간에 포기한 일 - 옮긴이)가 후회스럽기도 했고 용을 잡은 사냥꾼의 의연한 눈빛과 말투에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자꾸만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이 초라하게 느껴져 더는 (용을 잡은 사냥꾼의 - 옮긴이) 오두막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금방 잊었다.

 

날짜에 맞춰 완성해야 할 칼들이 아직도 너무 많이 남아 있었다.

 

- 출처 :『지금은 없는 이야기』(최규석 지음, 사계절 펴냄, 서기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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