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마(역사)

▩웹툰 전쟁

개마두리 2014. 4. 27. 21:06

 

 

- 카카오페이지 무료 웹툰 시작

 

 

- 분기별 30편, 올해 100편 목표

 

 

- 콘텐츠업체는 자체 제작 투자

 

 

- 이용자 유인구 + 콘텐츠 가치 부각

 

 

- 영화/책 등 수익 다변화 겨냥

 

 

- “거품 감안해도 한 단계 진화할 것”

 

 

웹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4월 20일 카카오는 콘텐츠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시즌 2’를 시작하며 한국 만화가들의 새로운 웹툰 24편을 카카오페이지에 올렸다.

 

 

카카오페이지는 이전까지는 <미스터 초밥왕>등 주로 이미 출판된 일본 만화를 유료로 제공해왔다. 이 회사는 앞으로 분기별로 30편씩을 더해 올해 안으로 100편 넘는 웹툰을 무료로 선보일 예정이다. 카카오페이지의 웹툰 연재는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이 양분하고 있는 웹툰 시장에 지각변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가장 많은 수의 웹툰을 보유하고 있는 포털 사이트 네이버는 2014년에 156편을, 다음은 90여편의 웹툰을 연재하고 있다. 공연/방송 기업인 씨제이이앤엠(CJ E&M)도 직접 웹툰 제작에 나섰다. 지난 1월 네이버 웹툰을 통해 <심연의 하늘>(글 윤인완/그림 김선희)을 처음 선보인 씨제이이앤엠은 30여편의 웹툰을 추가 제작중이며 그중 10편을 올해 안에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 16일에는 게임 기업 엔씨소프트가 웹툰 유통업체인 레진코믹스에 50억원을 투자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 웹툰 업계 관계자는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매출 35억원인 회사에 50억원의 현금투자를 했다는 사실은 현재 웹툰 시장 가치보다 성장 가치를 훨씬 높게 잡고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했다. 케이티(KT) 경제경영연구소가 추정한 국내 웹툰 시장 규모는 2015년 말 3000억원 정도였지만 지금 기업들의 투자액과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2차 저작권 가치를 볼 때 그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이 웹툰 시장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이유는 우선 서비스 이용자를 늘리는 데 웹툰이 결정적인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많은 수가 접속하는 네이버 웹툰 평균 이용자 수는 하루 620만명, 월 1700만명이다. 케이티 경제경영연구소가 발표한 ‘라이프스타일 유형별 포털사이트 이용행태’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자 5명 가운데 1명은 웹툰을 본다. 웹툰 중에서도 특히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웹툰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다. 접속자 못지않게 웹툰이 중요한 이유는 최근 원천 콘텐츠로서 가치가 크게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웹툰 조회수 1억건을 넘겼던 윤태호 작가의 <미생>이 책으로 60만부가 넘게 팔렸다. 영화로 만들어진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700만 관객을 동원하며 ‘대박’이 났다.

 

 

웹툰 시장의 변화는 디지털 만화가 제작되는 환경도 바꾸어 놓고 있다. 지금까지 웹툰은 포털 사이트처럼 플랫폼을 가진 회사들이 직접 작가와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었다면, 원작 콘텐츠 사업으로 웹툰에 뛰어든 씨제이이앤엠의 경우처럼 앞으로는 웹툰 콘텐츠를 따로 제작하는 회사가 더 나올 가능성이 높다. 씨제이앤엠은 영화처럼 웹툰도 제작 과정에서 투자하고 포털이나 다른 플랫폼과 계약해 생기는 수익을 작가와 나누겠다는 생각이다.

 

 

권재현 씨제이콘텐츠개발실 부장은 “드라마든 뮤지컬(가곡[歌曲] - 옮긴이)이든 원작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우리가 좋은 원작이라는 열매만 딸 것이 아니라 과수원도 가꾸자는 차원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이 사업을 처음 준비한 3년 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을만큼 업계가 뜨거워졌고 웹툰이 중요한 디지털 콘텐츠가 됐기 때문에 내년에는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만화/웹툰/소설 등 문화콘텐츠를 제작하는 스토리 컴퍼니 이성욱 대표는 “객관적으로 보면 웹툰이 이미 거품이 일기 시작한 건 맞는데 영화나 드라마에 비하면 월등히 저비용, 고효율 매체라는 점이 수요에 비해 공급이 월등히 부족한 상황이다. 이 거품이 붕괴되더라도 웹툰 시장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토리 컴퍼니는 애초 드라마/영화/소설로 기획했던 작품들을 개작해 먼저 웹툰으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이 회사는 허핑턴 포스트 코리아(http://www.huffingtonpost.kr/)와 손잡고 웹툰 제작에 참여할 만화가와 스토리 작가를 모집하는 ‘개천에서 용 나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완성된 작품은 네이버, 다음 등 국내 포털뿐 아니라 미국 허핑턴 포스트 사이트에 연재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영화가 제작/배급을 통해 관객과 만나는 것과 비슷한 경로다. 이 대표는 “우리 이십대들에겐 현실이 개천이다. 출세는커녕 취직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금 웹툰은 젊은이들에게 몇 안 되는 기회의 땅”이라고 말했다.

 

 

-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한겨레』서기 2014년 4월 22일자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