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부채 장사를 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부채를 한 짐 받아다가 집에 놓아두고, 매일 조금씩 가지고 나가 팔았는데, 그때마다 부채 장수의 아내는 남편 몰래 그 부채 짐에서 한 두어 자루씩 빼 놓곤 했습니다. 이러기를 몇 해 계속했습니다.
그런데, 이 부채 장수는 한 해는 장사를 잘못해서 크게 밑졌습니다. 그래서 밑천이 떨어져 부채 장수를 더 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본 그의 아내는 여러 해 동안 모아 두었던 부채를 내어 주면서, 이것으로 장사를 계속하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은 그 부채를 팔아서 다시 돈을 벌게 되었습니다.
그때 이웃에 달력 장사를 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의 아내는 옆집 사람인 부채 장수의 아내가 해마다 부채를 빼 두었다가 나중에 팔아서 돈을 벌게 되었다는 말을 듣고, 자기도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남편의 달력 짐에서 달력을 한두 권씩 몰래 빼서 모아 두었습니다.
그런데, 이 달력 장수도 어느 해 장사를 잘못하여 망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달력 장수의 아내는 여러 해 동안 모아 두었던 달력을 내어 주면서, 이것으로 다시 밑천을 삼으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달력이란 그 해에만 쓰이는 것이니, 묵은 달력이 무슨 돈이 될 수 있었을까요?
- 한국/조선 공화국의 옛날이야기
* 출처 :『다시 읽는 임석재 옛이야기 1 - 옛날 옛적 간날 갓적』(임혜령 엮음, 김정한 그림, 한림출판사 펴냄, 서기 2011년)
# 인용자(잉걸)의 말 :
다른 사람이 한 일을 따라하는 건 그 자체로는 나무랄 일이 아니다. 문제는 그 일이 자신에게 맞느냐, 아니냐다. 달력 장수의 아내는 부채 장수의 아내가 한 일을 전해 듣기만 하고, 부채와 달력이 전혀 다른 상품이라는 건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채 장수의 아내가 한 일을 그대로 따라하면 돼.’라고 판단하고 일하다가 실패했다. 여러분도 혹시 달력 장수의 아내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는 건 아닌가? (물론 이런 물음은 내가 나한테도 던져야 하는 것이다)
약과 치료도 자신이 앓는 병이나 자신의 체질이나 자신이 처한 환경을 고려하면서 받아들여야 하는 것처럼, 남이 성공한 비법도 ‘왜’ 성공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성공했는지, 그 성공이 나에게 의미가 있고 받아들일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따지고 나서 참고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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