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

▷◁쥐의 사윗감

개마두리 2015. 6. 26. 15:21

 

옛날, 어떤 시골에 쥐 내외가 살고 있었습니다. 나이가 많도록 아이가 없어서 늘 아이 낳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다가 나이 예순이 넘어서야 겨우 아이를 낳게 되었는데, 낳고 보니 딸이었습니다. 딸이라도 이 쥐 내외에게는 귀여운 아이라, 금이야 옥이야 하며 세상에 다시없는 보물을 다루듯이 곱게곱게 키웠습니다.

 

쥐의 딸은 부모님의 정성으로 잘 자랐습니다. (그는 - 옮긴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인물이 곱고, 얌전하고, 예쁘다는 소문이 났습니다.

 

전라도, 경상도는 물론, 먼 함경도에서까지 혼인하자고 청혼이 들어왔습니다. 이렇게 되고 보니까, 늙은 쥐 내외는 이왕이면 세상에서 제일 잘나고, 힘도 세고, 훌륭한 쥐한테로 딸을 시집보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쥐 내외는 세상에서 제일 잘나고, 힘이 세고, 훌륭한 사윗감이 누구일까 하고 이리저리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하늘에 떠 있는 해가 세상에서 제일 잘나고, 힘이 세고, 훌륭한 사윗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쥐 영감은 해를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해가 있는 데는 아주 먼 곳이라서, 쥐 영감은 쇠로 만든 신 세 켤레와 쇠로 만든 지팡이 세 개를 가지고 길을 떠났습니다.

 

몇 해가 걸려, 쇠신 세 켤레가 다 닳고, 쇠지팡이가 다 닳아지도록 걸어서 겨우 해 있는 데를 갔습니다.

 

쥐 영감은 해 앞에 가서, “나는 세상에서 제일 잘나고, 힘이 세고, 훌륭한 사윗감을 구하려고 하는데, 당신이야말로 세상을 환하게 비추고 만물의 우러름을 받고 있으니, 내 사윗감이 될 만하오. 내 사위가 되어 주시오.” 라고 말했습니다.

 

해는 쥐 영감의 말을 듣고, 세상에는 나보다 더 힘이 센 것이 있다고 하면서, 자기가 햇빛을 비추려 해도 먹구름이 나타나서 가리면 꼼짝 못한다고 했습니다.

 

쥐 영감이 그 말을 듣고 보니, 그도 그럴 것 같아서, 먹구름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잘나고, 힘이 세고, 훌륭한 당신이 내 사위가 되어 달라고 말했습니다.

 

먹구름은 쥐 영감의 말을 듣고 나더니,

 

나는 햇빛을 가릴 수가 있으니 해보다는 힘이 세다고 하겠지만, 바람한테는 당할 수가 없소. 바람이 한번 불면 나는 밀려날 수밖에 없으니, 힘이 센 것은 내가 아니고 바람이오.”

 

라고 말했습니다. 쥐 영감은 구름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럴 듯해서 바람을 찾아가 사위가 되어 달라고 하였습니다.

 

바람은 쥐 영감의 말을 듣고 나더니,

 

내가 구름을 헤칠 수 있으니 구름보다는 힘이 셀지 몰라도, 은진미륵한테는 당할 수 없소. 아무리 세게 불어도 꼼짝 않으니 말이오.”

 

라고 말했습니다. 쥐 영감은 바람의 말을 듣고, 그도 그럴 것 같아 은진미륵을 찾아가서,

 

당신이 이 세상에서 제일 잘나고, 힘이 세고, 훌륭하니, 내 사위가 되어 주시오.”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은진미륵은,

 

바람이 아무리 불어도 끄덕없으니, 내가 바람보다는 힘이 센지 모르지만, 내 발 밑에 있는 쥐들이 굴을 파서 나를 넘어뜨리려 하니, 나는 쥐에게는 당할 수가 없다오.”

 

라고 말했습니다.

 

이러고 보니 이 세상에서 제일 잘나고, 힘이 세고, 훌륭한 것은 쥐라는 말이 되고 말았습니다.

 

쥐 영감은 집에 돌아와서 아내를 보고 해와 구름과 바람과 은진미륵을 만나 보고, 쥐가 이 세상에서 제일 잘나고, 힘이 세고, 훌륭하다는 것을 알았노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쥐를 사위로 맞이하기로 하고는 팔도의 총각 쥐를 고루고루 훑어보았습니다. 그리하여, 전라도 만경 들판에서 쌀을 많이 먹고 살찌게 자란, 힘이 센 총각 쥐를 골라 사위로 삼았다고 합니다.

 

 

- 한국/조선 공화국의 옛날이야기

 

* 출처 :다시 읽는 임석재 옛이야기 1 - 옛날 옛적 간날 갓적(임혜령 엮음, 김정한 그림, 한림출판사 펴냄, 서기 2011)

 

# 인용자[잉걸]의 말 1 :

 

팔도八道함경도라는 말이 나오고 딸을 시집보낸다.”는 말이 나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이 이야기는 조선왕조의 백성들이 만들어낸 이야기임이 분명하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이야기는 세월이 흐르면서 바뀔 수도 있지 않느냐?”고 묻겠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이 이야기의 상한선은 고려시대를 넘어가지 못한다. 내가 그렇게 판단하는 까닭은, 이 이야기에 은진미륵이 나오는데, 그 불상은 고려시대에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아무리 너그럽게[?] 보아도 이 이야기는 고려시대가 되어서야 만들어졌고, 세월이 흐르면서 팔도함경도전라도 만경 들판이라는 요소가 덧붙여진 것이라는 이야기다.

 

 

# 인용자(잉걸)의 말 2 :

 

세상 사람들의 편견이나 선입견이나 괴롭힘이나 차별 때문에 괴로워하는 - 그리고 너는 못 났어!”라는 말을 들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할 것을 강요당하는 - 사람들이여, 이 이야기를 떠올려 보라. 그리고 그들(세상 사람들)의 말과는 달리, “내가 가장 존귀하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이 가장 존귀하다.”는 사실을 깨달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