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

▷◁장산곶 매 이야기

개마두리 2015. 7. 10. 22:24

 

(내가 8년 전 - 서기 2007810- 에 읽었던 이야기를 이 블로그에 올린다 : 옮긴이 잉걸)

 

옛날 옛날에 황해도에 구월산 줄기가 바다를 향해 쭉 뻗다가, 뚝 끊어진 곳에 '장산곶' 이라는 마을이 있었다. 산맥(정맥/정간이라는 말을 써야 한다 - 옮긴이)과 바닷가가 맞부딪치는 곳이라, 물살이 드세고 땅의 기운이 센 곳이었다.

 

헌데 이 곳은 땅의 기운이 하도 드세어서 약한 것들은 살아남질 못했다. 그 장산곶에 우람한 낙락장송(落落長松. [가지가] 아래로 축축 늘어진[落落] 키 큰[] 소나무[] - 옮긴이)이 우거진 숲이 있었는데, 그 숲에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일하다가, 나쁜 놈들한테 쫓기는 사람들이 들어가곤 했다. 그 이유인즉, 나쁜 놈들이 칼을 들고 그 숲에 들어가면, 그 칼에 금방 녹이 슬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 숲에 '장산곶 매' 의 정기가 서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장산곶 숲속에 날짐승 중 으뜸이라 할 수 있는 매가 살았는데, 그중 으뜸인 장수매를 일컬어 장산곶 매라 한다.

 

이놈은 주변의 약한 동물은 괴롭히지 않고, 일 년에 딱 두 번 대륙(중국대륙? - 옮긴이)으로 사냥을 나가는데, 떠나기 전날 밤 부리로 자기 둥지를 부수어 낸다. 장산곶 매가 한 번 사냥을 나선다는 건 생명을 건 혼신의 싸움이었으므로, 그 부리질(새가 부리로 쪼거나 찢는 일 - 옮긴이)은 마지막 입질연습이요, 또한 그것을 통해 자신의 마지막 안식처까지 부수어 내며 자신의 정신적 상황을 점검했던 것이다.

 

이 장산곶 매가 무사히 부리질을 끝내고 사냥을 떠나면, 이 마을에는 행운이 찾아든다. 그래서 장산곶 사람들은 매가 딱딱 소리를 내며 부리질을 시작하면, 마음을 조이다가, 드디어 사냥을 떠나면 바로 그 순간 봉화를 올리고 춤을 추며 기뻐하였던 것이다.

 

근데 하루는 큰 대륙에서, 집채보다 더 큰 날개를 가진 독수리가 쳐들어와서 온 동네를 쑥밭으로 만들었다. 그놈은 송아지도 잡아가고, 아기도 채 가고, 농사지은 것도 다 망쳐버렸고, 동네 사람들은 그놈 때문에 많이 다치고, 죽기도 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기운이 빠져 막 우는데, 장산곶 매가 날아올랐다. 동네 사람들은 징도 치고 꽹과리도 치면서 막 응원을 했다. 독수리는 그 큰 날개를 한 번 휘두르면 회오리가 일어날 지경이었고, 장산곶 매는 그에 비하면 형편없이 작아 보였다.

 

싸움은 밤새 계속되었다. 흰옷 입은 사람들의 옷에 꽃잎처럼 붉은 피가 뚝뚝 떨어져 번지기 시작했다. 장산곶 매와 물(바다. 문맥상 황해나 발해로 보인다 - 옮긴이) 건너온 독수리는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장산곶 매는 용감히 싸웠다. 처음엔 그놈(독수리 - 옮긴이)의 날개바람(날개를 퍼덕일 때 일어나는 바람 - 옮긴이)에 휘청거리기도 했지만, 싸우면서 그 놈의 약점을 알았다. 날개가 아무리 커도 날갯죽지는 별 거 아니었으므로, 장산곶 매는 단숨에 그놈의 가슴팍을 파고들어 있는 힘을 다해 날갯죽지를 쪼아버렸다. 그러자 그놈은 힘을 못 쓰고 땅으로 곤두박질을 치고 말았다.

 

싸움이 끝나고 난 뒤, 장산곶 매는 피투성이가 된 지친 몸으로 벼랑 위 낙락장송 위에 앉아 쉬고 있었는데, 피 냄새를 맡은 큰 구렁이가 나타났다. 그리고는 장산곶 매가 앉아있는 나무를 감고 기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장산곶 매더러 빨리 날아오르라고 막 소리를 지르며 꽹과리를 쳐댔으나, 장산곶 매는 졸고만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장산곶 매가 새끼 새였을 때, 마을을 지키는 새라고 발목에 끈을 매어 표시를 해놓았었는데, 그게 나뭇가지에 걸렸다. 근데 장산곶 매는 너무 지쳐 그걸 끊을 수 없어서 날아오르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장산곶 매는 한 쪽 발을 들고 졸고 있었는데, 구렁이가 막 덤비는 순간 들고 있던 한쪽 발로 구렁이의 눈을 공격하고, 그 놈이 휘청거릴 때 부리로 머리통을 쪼아 버렸다.

 

마을사람들이 기뻐 함성을 지르는 순간, 장산곶 매는 하늘로 힘차게 날아올랐다. 그때 동편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며 마을에는 어둠이 걷히기 시작하였다.

 

- 배달민족(한국 시민/조선 공민)의 옛날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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