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

▷◁조카에게 물려준 재산

개마두리 2015. 7. 12. 23:45

 

 

가나의 아샨티 족 사람들은 굶주리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 사람들에게는 먹을 것을 마련하는 일이 일 년 열두 달 내내 이만저만 어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한 사람이 처음 보는 뿌리열매를 가지고 아샨티 족의 마을에 나타났습니다. 그 때 마침 이 마을의 아부(Abu)’라는 사람이 지나가다가 그것을 보고 물었습니다.

 

이보시오. 당신 손에 든 것이 뭔가요?”

 

이건 참마라고 하는 것인데, 땅 속에서 나는 열매라오. 맛은 감자하고 비슷한데, 아무 데서나 잘 자라지요. 그래서 흉년이 들었을 때 식량으로 쓰기에 좋다오.”

 

아부는 집에 와서도 내내 그 참마 생각만 했습니다. 참마만 구한다면 온 마을 사람들이 끼니 걱정을 안 해도 될 것 같았습니다.

 

마침내 아부는 참마를 구하러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아부는 길을 떠나며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보게. 참마를 얻을 수만 있다면 앞으로 흉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걸세. 내 기필코 참마를 찾아서 얻어 오겠네.”

 

아부는 들짐승을 막기 위한 창 하나만 달랑 들고 길을 나섰습니다.

 

아부는 만나는 사람마다 참마가 있는 곳을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사람들이 이리저리 일러 주는 대로 먼 길을 걸어서, 마침내 아부는 참마가 자라고 있는 땅에 도착했습니다.

 

그 마을에는 여기저기에 참마가 무더기로 자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족장의 허락 없이는 참마를 마을 밖으로 가지고 갈 수 없었습니다.

 

아부는 족장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는 공손히 무릎을 꿇고 앉아 자기가 이 곳에 오게 된 이유를 말했습니다.

 

족장님, 우리 마을에는 참마 같은 좋은 작물이 없어서 흉년이 들면 굶어 죽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족장님께서 참마를 좀 주신다면, 그걸 가지고 돌아가서 부지런히 가꿔 보겠습니다. 부디 자비를 베푸셔서 허락해 주십시오.”

 

높은 의자에 앉은 족장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문제는 시간을 두고 생각해 봐야겠으니, 며칠 기다려 보게.”

 

아부는 (족장의 - 인용자) 하인의 안내로 그 마을 여관에서 머물렀습니다.

 

며칠 후, 족장은 하인을 보내 아부를 불러들였습니다.

 

자네가 이야기한 문제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네. 자네 부족 사정을 생각하면 도와주고 싶지만, 만약 자네 부족이 참마를 먹고 힘이 세져서 다른 부족의 땅으로 쳐들어가는 일이 생긴다면 어쩌겠나?”

 

아닙니다, 족장님!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 부족 사람들은 평화를 사랑합니다. 배가 부르다고 해서 전쟁을 일으키거나, 남을 못 살게 굴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찌 그럴 수가 있겠습니까?”

 

그래도 족장은 의심을 풀지 않았습니다.

 

아니야, 아무래도 믿을 수가 없어. 자네는 그렇게 생각한다 하더라도, 자네 동족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렇게 하면 어떻겠나? 자네가 자네 마을로 돌아가, 자네 식구 가운데서 인질을 한 사람 데려온다면 그 때 참마를 주겠네.”

 

아부는 하는 수 없이 빈손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도착한 아부는 그 동안 있었던 일을 그의 아버지에게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했습니다.

 

아버지, 저는 아직 자식이 없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는 제 형제들인 아들을 여럿 두셨으니, 그 가운데 한 사람을 인질로 보내 주십시오. 그러면 두고두고 굶주림을 해결할 참마를 얻어 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어떤 아들도 낯선 나라에 잡혀 있는 것을 바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부는 그의 형들을 찾아갔습니다. 그는 형들에게도 같은 얘기를 했습니다.

 

제 조카들인 형님의 아들들 가운데 한 사람만 참마를 기르는 마을의 족장에게 인질로 보내 주세요. 그러면 우리 마을 사람들은 참마를 길러서 앞으로 끼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하지만 형들은 아무도 자기 아들을 내놓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실망한 아부는 다시 참마를 기르는 마을을 찾아가, 인질이 되어 줄 사람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족장은 딱 잘라서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난 자네에게 참마를 줄 수 없네.”

 

아부는 슬픔에 잠겨 터덜터덜 되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부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서도 참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그 때 그는 아들 하나를 두고 있는 누이를 생각했습니다. 아부는 마지막으로 누이를 찾아가 보았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난 누이가 말했습니다.

 

아부, 내게 자식이라고는 오직 아들 하나밖에 없단다. 아들을 보내면 내 곁에는 아무도 없게 돼.”

 

그러자 아부가 말했습니다.

 

하지만 누님, 참마만 있으면 굶어 죽는 일은 없습니다. 이제 누님이 마지막 희망입니다. 제 조카인 누님의 아들을 보내는 것은 우리 아샨티 족을 굶주림에서 구해 내는 일입니다. 누님, 제발 제 부탁을 들어 주십시오.”

 

아부는 누이의 결심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는지 되풀이해서 말했습니다. 이윽고 누이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알았다. 네 말대로 하자꾸나!”

 

그리하여 아부는 누이의 아들을 데리고 참마가 자라는 마을로 갔습니다. 족장은 아부의 조카를 인질로 잡고서, 아부에게 참마를 주었습니다.

 

드디어 아부는 참마를 가지고 마을로 돌아갔습니다. 아부가 참마를 나누어 주자, 사람들은 뛸 듯이 기뻐했습니다.

 

사람들은 정성스럽게 참마를 심었습니다. 참마는 쑥쑥 자라나서 뿌리열매가 알차게 여물었습니다. 아샨티 족 사람들은 참마 덕분에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 뒤부터 참마는 아샨티 족이 가꾸는 작물(식물 - 인용자)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것이 되었습니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아부는 자식들을 모아놓고 말했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참마를 얻기 위해 아들 하나를 인질로 보내는 것을 거절하셨다. 형님들도 거절하셨다. 그 뒤로 나는 우리 아버지와 형님들과는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를 굶주림에서 구해준 사람은 다름 아닌 우리 누님이었다. 누님은 우리 아샨티 족을 굶주림에서 구하려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인질로 보내 주셨다. 너희들은 모두 고모님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알겠느냐? 그리고 한마디만 더 하겠다. 나는 내 온 재산을 참마를 준 마을에 인질로 잡혀 가 살고 있는 조카에게 물려주겠다. 바로 그 아이 때문에 우리 모두가 살아남았으니까 말이다.”

 

아부가 죽고 나서, 그의 가축(집짐승 - 인용자)과 땅은 아들이나 형제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인질로 잡혀 간 그의 조카에게 돌아갔습니다.

 

아샨티 족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부는 우리 마을에 참마를 가져온, 위대한 일을 해냈다. 그 때문에 우리는 굶주림에서 벗어났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의 장한 일을 기억하며, 그처럼 훌륭하게 살아야 한다.”

 

그 뒤로 아샨티 족 사람들은 죽으면 자기 재산을 누이의 아들에게 물려주곤 했습니다.

 

아샨티 족 사람들은 아부의 공적을 높이 사서, 그의 집안사람들을 아부수아라고 불렀습니다. 이 말은 아부에게서 났다.’는 뜻입니다.

 

이런 전통 때문에, 오늘날에도 아샨티 족 사람들은 아버지로부터 재산을 물려받는 게 아니라, 외삼촌으로부터 재산을 물려받는다고 합니다.

 

- 가나(아샨티 족)의 옛날이야기

 

* 가나(Ghana) : (西)아프리카의 공화국. 수도는 아크라다. 대통령 중심제인 나라다.

 

* 아샨티(Ashanti) : 가나 남부의 삼림지대에 사는 민족.

 

- 출처 :웅진메르헨월드 25 - 조카에게 물려준 재산(박숙희 엮음, 웅진출판주식회사 펴냄, 서기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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