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시를 짓기 시작한 남자가 유명한 시인에게 자신의 시를 읊어 주곤 했다. 시인은 그게 싫었지만, 남자의 마음이 상할까 봐 가만히 들어 주었다.
어느 날, 남자는 다른 사람들의 시를 모아 짜깁기(원래는 ‘옷감의 찢어진 곳을 그 감의 올을 살려 본디대로 흠집 없이 짜서 깁는 일’이라는 뜻이지만, 오늘날에는 ‘기존의 글이나 영화 따위를 편집하여 하나의 완성품으로 만드는 일’을 뜻한다 - 인용자)하여 지은 시를 읊었다. 그러자 유명한 시인은 물었다.
“이 시는 누가 지은 겁니까?”
“물론 내가 지은 거지요.”
“이건 시가 아니로군요. 오히려 상인들이 끌고 가는 낙타 떼와 같아요. 고삐를 풀면 각각 제 무리로 돌아가는 낙타들 말이에요.”
그러자 남자는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고 가 버렸다.
- ※출처 : 생각하는 크레파스 85번 -『재미있는 이야기들』(‘마지드 샤휘이’ 글 / ‘메흐디 아흐마디’ 그림 / ‘김영연’ 옮김, ‘큰나’ 펴냄, 서기 200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