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동화

▷◁낙타 떼

개마두리 2015. 8. 2. 18:00

 

막 시를 짓기 시작한 남자가 유명한 시인에게 자신의 시를 읊어 주곤 했다. 시인은 그게 싫었지만, 남자의 마음이 상할까 봐 가만히 들어 주었다.

 

어느 날, 남자는 다른 사람들의 시를 모아 짜깁기(원래는 옷감의 찢어진 곳을 그 감의 올을 살려 본디대로 흠집 없이 짜서 깁는 일이라는 뜻이지만, 오늘날에는 기존의 글이나 영화 따위를 편집하여 하나의 완성품으로 만드는 일을 뜻한다 - 인용자)하여 지은 시를 읊었다. 그러자 유명한 시인은 물었다.

 

이 시는 누가 지은 겁니까?”

 

물론 내가 지은 거지요.”

 

이건 시가 아니로군요. 오히려 상인들이 끌고 가는 낙타 떼와 같아요. 고삐를 풀면 각각 제 무리로 돌아가는 낙타들 말이에요.”

 

그러자 남자는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고 가 버렸다.

 

- 출처 : 생각하는 크레파스 85-재미있는 이야기들(‘마지드 샤휘이/ ‘메흐디 아흐마디그림 / ‘김영연옮김, ‘큰나펴냄, 서기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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