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힘센 놈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나는야 이 세상에서 가장 힘센 사람. 나는 아무것도 무섭지 않아.”
날마다 이렇게 큰소리치는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이 젊은이는 멘데 족인 ‘카사 케나 게나니아’(이하 ‘카사’ - 옮긴이)였습니다. 실제로 카사는 무지무지 힘이 셌습니다.
이 힘센 카사에게는 친구가 두 명 있었습니다. 한 친구는 ‘이리 바 파라’(이하 ‘이리’ - 옮긴이)였고, 다른 한 친구는 ‘콩고 리 바 젤레마’(이하 ‘콩고’ - 옮긴이)였습니다.
하루는 힘센 카사와 두 친구가 사냥을 떠났습니다. 이리와 콩고는 사냥총(화승총인 듯하다. 화승총은 서기 15세기 말부터 서기 19세기까지 쓰였다 - 옮긴이)을 가지고 왔습니다. 하지만 카사는 대장간에서 벼린 쇠막대기 하나만 들고 왔습니다.
사냥이 끝난 뒤, 세 친구는 숲 속 빈터에서 만났습니다. 이리와 콩고는 하루 종일 돌아다녔지만 아무것도 잡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힘세고 날쌘 카사는 달랐습니다. 쇠막대기 하나로 큰 영양을 스무 마리나 잡아 온 것입니다.
“와, 너 정말 대단하구나. 우리는 한 마리도 못 잡았는데, 너는 쇠막대기 하나로 이 많은 영양을 다 잡은 거야?”
이리와 콩고는 눈이 휘둥그래져서 소리쳤습니다. 그러자 카사가 거만하게 말했습니다.
“내가 고기를 가져왔으니, 누가 가서 땔나무를 해 와야지. 누가 갈래?”
카사가 두 친구를 보며 물었습니다. 하지만 이리도, 콩고도 혼자서는 숲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무서웠기 때문이죠. 하는 수 없이 카사가 앞장서며 이리에게 말했습니다.
“넌 여기서 짐승들이 고기를 훔쳐가지 못하게 지키고 있어. 콩고와 내가 가서 땔감을 구해 올 테니까.”
카사와 콩고는 숲 속으로 갔습니다.
이리는 혼자 남아 영양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큰 새가 날아오더니 말했습니다.
“나는 지금 배가 고파. 너를 잡아먹을까, 영양을 잡아먹을까?”
이리는 큰 새가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얼른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야 물론 영양을 잡아먹어야지.”
그러자 새는 영양 한 마리를 채 가지고 날아갔습니다.
이윽고 카사와 콩고가 돌아왔습니다. 이리는 두 친구에게 자기가 당한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너희들이 없는 사이에 무지무지하게 큰 새가 와서 ‘너를 잡아먹을까, 영양을 잡아먹을까?’ 하고 묻길래 ‘영양을 잡아먹으렴!’ 하고 말했어.”
카사가 비웃었습니다.
“이런 겁쟁이 같으니라고. 영양을 주면 어떡하니. 그럴 때에는 자신 있게 ‘나를 잡아먹어라!’라고 하는 거야.”
다음 날도 카사는 (사냥을 끝낸 뒤 - 옮긴이) 땔나무를 구하러 숲 속으로 갔습니다. 이번에는 이리를 데려가고, 콩고더러 남아서 영양을 지키라고 했습니다.
두 사람이 간 뒤, 이번에도 큰 새가 날아와 콩고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지금 배가 고프다. 너를 잡아먹을까, 영양을 잡아먹을까?”
콩고는 카사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용기를 내려고 해도, 새가 자기를 잡아먹을까 봐 겁이 났습니다.
“무 …… 물론, 그렇게 배가 고프다면 …… 여 …… 영양을 잡아먹어야지.”
새는 영양 한 마리를 채 가지고 날아갔습니다. 이리와 카사가 돌아오자, 콩고는 그 사이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어제 이리가 말했던 그 큰 새가 날아와서 ‘너를 잡아먹을까, 영양을 잡아먹을까?’ 하길래 ‘영양을 잡아먹어!’라고 했어.”
그러자 카사가 비웃으며 말했습니다.
“너도 겁쟁이구나. 영양을 주지 말았어야지. 그럴 때에는 자신 있게 ‘나를 잡아먹어라!’라고 하는 거야. 안 되겠어. 내일은 내가 남아서 영양을 지킬게.”
그래서 다음 날은 (사냥이 끝난 다음에 - 옮긴이) 이리와 콩고 둘이 땔나무를 구하러 갔습니다.
두 사람이 간 뒤, 또다시 큰 새가 날아왔습니다. 큰 새는 이번에도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카사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지금 배가 고프다. 너를 잡아먹을까, 영양을 잡아먹을까?”
그러자 카사가 벌떡 일어서며 말했습니다.
“이 몸은 카사 케나 게나니아다. 세상에서 제일 힘센 분이시란 말이야. 네놈은 영양도, 나도 잡아먹을 수 없어!”
카사는 쇠막대기를 집어 새에게 던졌습니다. 그 솜씨가 어찌나 좋은지 쇠막대기는 새를 정통으로 맞혔습니다. 새는 땅에 떨어져 죽었습니다.
그 때 새의 깃털 하나가 빠져 공중에서 팔랑거리며 내려왔습니다. 새의 깃털은 카사의 어깨에 살며시 내려앉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깃털은 굉장히 무거웠습니다. 어찌나 무거운지 카사는 그만 깃털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거꾸러졌습니다. 카사는 깃털 밑에 깔린 채 꼼짝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일어나려고 발버둥쳤지만 아무 소용 없었습니다.
그런 상태로 얼마쯤 지났을까, 마침 아기를 업은 아낙네 한 사람이 그 곳을 지나갔습니다. 카사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낙네를 불렀습니다.
“아주머니! 저 좀 도와주세요! 숲에 있는 제 친구들을 불러다가 이 깃털을 좀 치우라고 해 주세요!”
아낙네는 이리와 콩고를 찾아 숲으로 갔습니다. 잠시 후, 두 친구가 달려왔습니다.
“아니, 이게 웬일이니? 그렇게 힘센 네가 겨우 깃털에 짓눌려 못 일어나다니!”
먼저 콩고가 깃털을 들어 올리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깃털은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이리가 비웃으며 말했습니다.
“아니, 콩고. 너까지 왜 이래? 이까짓 깃털 하나 가지고.”
이번에는 이리가 깃털을 들어내려 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이리와 콩고는 힘을 합쳐 깃털을 들어 올려 보았습니다. 그래도 깃털은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 모양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아낙네가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깃털 하나 가지고 저렇게 끙끙댄담 ……. 쯧쯧쯧.”
아낙네는 몸을 굽히더니, 카사의 어깨에 얹힌 깃털을 훅 불었습니다. 그러자 깃털은 카사의 어깨에서 가볍게 떨어져 내렸습니다.
아낙네는 죽은 새를 집어 등에 업힌 아기에게 장난감으로 주고는, 서둘러 가던 길을 가 버렸습니다.
- 멘데족의 옛날이야기
* 멘데(Mende)족 :
시에라리온과 라이베리아(둘 다 서아프리카에 있는 공화국이다)에 사는 민족. 쌀을 주식으로 삼는다.
서기 1860년, 이 민족 출신인 ‘키시미 카마라’라는 사람이 서아프리카의 글자인 ‘바이’ 글자와 아라비아 글자를 참고하여 ‘멘데 문자’라는 소리글자(표음문자)를 만들었다(단, 지금은 라틴 알파벳을 쓰고 있다).
영화 <아미스타드>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 ‘셍베’(노예상인들이 그에게 ‘싱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가 멘데족 출신이다(<아미스타드>는 미국의 남북전쟁 이전에 대서양 노예무역에 쓰였던 에스파냐 노예선과, 그 노예선에서 일어난 서아프리카 인들의 봉기와 그들을 다룬 재판에 대한 이야기다. 참고로 이 영화는 실화를 담고 있다).
- 출처 :『웅진메르헨월드 21 - 일곱 가지 변신술』(조은수 엮음, 웅진출판주식회사 펴냄, 서기 199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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