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

▷◁힘센 카사와 무거운 깃털

개마두리 2015. 8. 7. 18:19

 

나보다 힘센 놈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나는야 이 세상에서 가장 힘센 사람. 나는 아무것도 무섭지 않아.”

 

날마다 이렇게 큰소리치는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이 젊은이는 멘데 족인 카사 케나 게나니아’(이하 카사’ - 옮긴이)였습니다. 실제로 카사는 무지무지 힘이 셌습니다.

 

이 힘센 카사에게는 친구가 두 명 있었습니다. 한 친구는 이리 바 파라’(이하 이리’ - 옮긴이)였고, 다른 한 친구는 콩고 리 바 젤레마’(이하 콩고’ - 옮긴이)였습니다.

 

하루는 힘센 카사와 두 친구가 사냥을 떠났습니다. 이리와 콩고는 사냥총(화승총인 듯하다. 화승총은 서기 15세기 말부터 서기 19세기까지 쓰였다 - 옮긴이)을 가지고 왔습니다. 하지만 카사는 대장간에서 벼린 쇠막대기 하나만 들고 왔습니다.

 

사냥이 끝난 뒤, 세 친구는 숲 속 빈터에서 만났습니다. 이리와 콩고는 하루 종일 돌아다녔지만 아무것도 잡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힘세고 날쌘 카사는 달랐습니다. 쇠막대기 하나로 큰 영양을 스무 마리나 잡아 온 것입니다.

 

, 너 정말 대단하구나. 우리는 한 마리도 못 잡았는데, 너는 쇠막대기 하나로 이 많은 영양을 다 잡은 거야?”

 

이리와 콩고는 눈이 휘둥그래져서 소리쳤습니다. 그러자 카사가 거만하게 말했습니다.

 

내가 고기를 가져왔으니, 누가 가서 땔나무를 해 와야지. 누가 갈래?”

 

카사가 두 친구를 보며 물었습니다. 하지만 이리도, 콩고도 혼자서는 숲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무서웠기 때문이죠. 하는 수 없이 카사가 앞장서며 이리에게 말했습니다.

 

넌 여기서 짐승들이 고기를 훔쳐가지 못하게 지키고 있어. 콩고와 내가 가서 땔감을 구해 올 테니까.”

 

카사와 콩고는 숲 속으로 갔습니다.

 

이리는 혼자 남아 영양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큰 새가 날아오더니 말했습니다.

 

나는 지금 배가 고파. 너를 잡아먹을까, 영양을 잡아먹을까?”

 

이리는 큰 새가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얼른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야 물론 영양을 잡아먹어야지.”

 

그러자 새는 영양 한 마리를 채 가지고 날아갔습니다.

 

이윽고 카사와 콩고가 돌아왔습니다. 이리는 두 친구에게 자기가 당한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너희들이 없는 사이에 무지무지하게 큰 새가 와서 너를 잡아먹을까, 영양을 잡아먹을까?’ 하고 묻길래 영양을 잡아먹으렴!’ 하고 말했어.”

 

카사가 비웃었습니다.

 

이런 겁쟁이 같으니라고. 영양을 주면 어떡하니. 그럴 때에는 자신 있게 나를 잡아먹어라!’라고 하는 거야.”

 

다음 날도 카사는 (사냥을 끝낸 뒤 - 옮긴이) 땔나무를 구하러 숲 속으로 갔습니다. 이번에는 이리를 데려가고, 콩고더러 남아서 영양을 지키라고 했습니다.

 

두 사람이 간 뒤, 이번에도 큰 새가 날아와 콩고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지금 배가 고프다. 너를 잡아먹을까, 영양을 잡아먹을까?”

 

콩고는 카사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용기를 내려고 해도, 새가 자기를 잡아먹을까 봐 겁이 났습니다.

 

…… 물론, 그렇게 배가 고프다면 …… …… 영양을 잡아먹어야지.”

 

새는 영양 한 마리를 채 가지고 날아갔습니다. 이리와 카사가 돌아오자, 콩고는 그 사이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어제 이리가 말했던 그 큰 새가 날아와서 너를 잡아먹을까, 영양을 잡아먹을까?’ 하길래 영양을 잡아먹어!’라고 했어.”

 

그러자 카사가 비웃으며 말했습니다.

 

너도 겁쟁이구나. 영양을 주지 말았어야지. 그럴 때에는 자신 있게 나를 잡아먹어라!’라고 하는 거야. 안 되겠어. 내일은 내가 남아서 영양을 지킬게.”

 

그래서 다음 날은 (사냥이 끝난 다음에 - 옮긴이) 이리와 콩고 둘이 땔나무를 구하러 갔습니다.

 

두 사람이 간 뒤, 또다시 큰 새가 날아왔습니다. 큰 새는 이번에도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카사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지금 배가 고프다. 너를 잡아먹을까, 영양을 잡아먹을까?”

 

그러자 카사가 벌떡 일어서며 말했습니다.

 

이 몸은 카사 케나 게나니아다. 세상에서 제일 힘센 분이시란 말이야. 네놈은 영양도, 나도 잡아먹을 수 없어!”

 

카사는 쇠막대기를 집어 새에게 던졌습니다. 그 솜씨가 어찌나 좋은지 쇠막대기는 새를 정통으로 맞혔습니다. 새는 땅에 떨어져 죽었습니다.

 

그 때 새의 깃털 하나가 빠져 공중에서 팔랑거리며 내려왔습니다. 새의 깃털은 카사의 어깨에 살며시 내려앉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깃털은 굉장히 무거웠습니다. 어찌나 무거운지 카사는 그만 깃털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거꾸러졌습니다. 카사는 깃털 밑에 깔린 채 꼼짝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일어나려고 발버둥쳤지만 아무 소용 없었습니다.

 

그런 상태로 얼마쯤 지났을까, 마침 아기를 업은 아낙네 한 사람이 그 곳을 지나갔습니다. 카사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낙네를 불렀습니다.

 

아주머니! 저 좀 도와주세요! 숲에 있는 제 친구들을 불러다가 이 깃털을 좀 치우라고 해 주세요!”

 

아낙네는 이리와 콩고를 찾아 숲으로 갔습니다. 잠시 후, 두 친구가 달려왔습니다.

 

아니, 이게 웬일이니? 그렇게 힘센 네가 겨우 깃털에 짓눌려 못 일어나다니!”

 

먼저 콩고가 깃털을 들어 올리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깃털은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이리가 비웃으며 말했습니다.

 

아니, 콩고. 너까지 왜 이래? 이까짓 깃털 하나 가지고.”

 

이번에는 이리가 깃털을 들어내려 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이리와 콩고는 힘을 합쳐 깃털을 들어 올려 보았습니다. 그래도 깃털은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 모양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아낙네가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깃털 하나 가지고 저렇게 끙끙댄담 ……. 쯧쯧쯧.”

 

아낙네는 몸을 굽히더니, 카사의 어깨에 얹힌 깃털을 훅 불었습니다. 그러자 깃털은 카사의 어깨에서 가볍게 떨어져 내렸습니다.

 

아낙네는 죽은 새를 집어 등에 업힌 아기에게 장난감으로 주고는, 서둘러 가던 길을 가 버렸습니다.

 

- 멘데족의 옛날이야기

 

* 멘데(Mende):

 

시에라리온과 라이베리아(둘 다 서아프리카에 있는 공화국이다)에 사는 민족. 쌀을 주식으로 삼는다.

 

서기 1860, 이 민족 출신인 키시미 카마라라는 사람이 서아프리카의 글자인 바이글자와 아라비아 글자를 참고하여 멘데 문자라는 소리글자(표음문자)를 만들었다(, 지금은 라틴 알파벳을 쓰고 있다).

 

영화 <아미스타드>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 셍베’(노예상인들이 그에게 싱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가 멘데족 출신이다(<아미스타드>는 미국의 남북전쟁 이전에 대서양 노예무역에 쓰였던 에스파냐 노예선과, 그 노예선에서 일어난 서아프리카 인들의 봉기와 그들을 다룬 재판에 대한 이야기다. 참고로 이 영화는 실화를 담고 있다).

 

- 출처 :웅진메르헨월드 21 - 일곱 가지 변신술(조은수 엮음, 웅진출판주식회사 펴냄, 서기 1996)

'옛날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융단을 짠 임금님  (0) 2015.08.16
▷◁가난을 찾아 나선 왕  (0) 2015.08.16
▷◁산을 옮기려고 한 왕  (0) 2015.08.05
▷◁소년과 임금  (0) 2015.07.21
▷◁임금님의 세 아들  (0) 2015.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