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

▷◁진정한 지혜

개마두리 2015. 8. 23. 12:11

 

올로본 오리는 마을 밖으로 멀리 나가 본 적이 없었습니다. 가끔씩 여행자들의 입을 통해 바깥세상의 이야기를 전해 듣곤 하던 올로본 오리는 직접 마을 밖으로 나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바깥세상을 돌아보면서 많은 지혜를 얻고 싶었던 것입니다.

 

감자를 거두어들인 어느 날, 올로본 오리는 어린 아들과 함께 지혜를 찾아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올로본 오리는 짐을 꾸렸습니다. 그리고 아들과 함께 몸을 씻은 후, 가장 멋진 옷을 골라 입었습니다. 또한 낙타에게 먹이와 물을 주었습니다.

 

준비가 끝나자, 올로본 오리는 아들과 함께 낙타 등에 올라탔습니다. 친구들은 올로본 오리의 여행이 무사하기를 빌면서, 마을 앞까지 따라 나와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올로본 오리는 드디어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올로본 오리는 한참을 가다가 한 마을에 이르렀습니다. 많은 집이 들어서 있는 큰 마을이었습니다. 아낙네들은 물건을 담은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바삐 오가고 있었습니다. 멀리 장터에서는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올로본 오리는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파는 곳까지 낙타를 타고 갔습니다. 그는 시장에서 벌어지는 온갖 신기한 인들에 놀라서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보아라, 주위가 온통 지혜로 가득 차 있구나. 자세히 살펴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자꾸나.”

 

올로본 오리는 상기된 얼굴로 이곳저곳을 기웃거렸습니다. 그런데 그 때, 사람들이 올로본 오리와 아들을 가리키며 쑫덕거리는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어쩜, 사람이 저럴 수 있담.”

 

세상에! 곧 쓰러질 것 같은 낙타에 두 사람이나 타고 있다니!”

 

그러게 말이야. 아마 저 건넛마을에서 온 사람일 거야. 다 죽어가는 저 낙타 좀 봐.”

 

올로본 오리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서 그 마을을 재빨리 빠져 나왔습니다.

 

사람들이 좀 뜸해지자, 올로본 오리가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너도 들었지? 세상에는 참으로 배울 것이 많구나. 이 아버지도 전에는 몰랐는데, 낙타에 두 사람이 타면 안 되는 모양이다. 그러니 네가 내려서 걸으면 어떻겠니?”

 

아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낙타 등에서 내려 걷기 시작했습니다.

 

올로본 오리와 아들은 또 다른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에서도 역시 온통 신기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사람들은 올로본 오리와 아들을 손가락질하며 수군댔습니다.

 

저걸 봐. 아버지는 버젓이 낙타를 타고 가면서, 어린 아들은 걷게 하다니. 아들이 불쌍하지도 않나 봐.”

 

그래, 맞아. 어쩜 힘센 어른이 나약한 어린애를 저렇게 다룰 수 있을까?”

 

저 아버지와 아들은 꼭 족장과 노예 사이 같군.”

 

올로본 오리는 잠시 당황했습니다. 그리고 낙타의 등에서 뛰어내리며 중얼거렸습니다.

 

세상의 지혜를 배운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군. 그래도 다행이야. 내내 마을에만 갇혀 살았다면 어떻게 이런 지혜를 얻을 수 있겠어?”

 

올로본 오리는 이제 아들을 낙타의 등에 태우고, 자기는 걷기로 했습니다.

 

다음에 도착한 마을도 신기한 것투성이였습니다. 그런데 세 번째 마을 사람들 역시 올로본 오리와 아들을 보고 쑥덕거리는 것이었습니다.

 

내 참, 세상이 어떻게 된 건지. 젊은 놈은 버젓이 낙타를 타고 가고, 늙은이는 비슬비슬 걸어가다니.”

 

맞아요. 요즘 젊은것들은 어른을 공경할 줄 몰라요. 저는 편히 낙타를 타고 가면서, 제 아버지의 발이 온통 먼지투성이인 건 보이지도 않는 모양이지요.”

 

이 말을 듣고 올로본 오리는 당황했습니다. 그리고 생각 끝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둘 다 낙타를 타서는 안 되는가 보다. 어떻게 하든 간에 우리 둘 중 누군가는 반드시 나쁜 사람이라고 욕을 얻어먹게 되니 말이다. , 우리 내려서 함께 걸어가자.”

 

올로본 오리와 그의 아들은 낙타의 고삐를 잡고 함께 걷기 시작했습니다. 한참 걷다 보니, 두 사람은 무척 다리가 아팠습니다. 그러나 올로본 오리는 참고 걸으면서 다시 중얼거렸습니다.

 

바깥세상에는 배울 것이 정말 많기도 하구나. 우리 마을에서는 꿈에도 생각 못 할 일들을 보고 들을 수 있으니 말이야. 이렇게 여행하길 정말 잘했어!”

 

올로본 오리와 그의 아들은 네 번째 마을에 들어섰습니다. 이번 마을에서도 두 사람은 이곳저곳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 마을에서도 다른 마을과 마찬가지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곳 사람들도 올로본 오리와 그의 아들을 손가락질하면서 수군대는 것이었습니다.

 

저길 보라고. 사람과 낙타가 마치 친구처럼 사이좋게 걸어가고 있군.”

 

세상에 저런 바보들이 있을까? 다리를 절뚝거리면서도 낙타를 타고 갈 생각을 못 하다니 …….”

 

이 말을 듣고 올로본 오리는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올로본 오리는 이제까지 있었던 일들을 아주 오랫동안 곰곰이 생각한 끝에 입을 열었습니다.

 

이제 우리 여행을 끝낼 때가 되었구나. 그동안 우리는 위대한 지혜를 배운 것 같다. 한 마을에서 지혜로운 일이 다른 마을에서는 우둔한 일로 여겨지기도 하는구나. , 한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이 다른 사람을 성나게 할 수도 있구나.”

 

올로본 오리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습니다.

 

얘야, 어서 낙타에 올라타라. 우리 함께 낙타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가자.”

 

올로본 오리는 아들과 함께 낙타를 타고 고향 마을로 돌아왔습니다. 그들이 마을에 도착하자, 올로본 오리의 친구들은 호기심에 가득 차서 물었습니다.

 

그래, 세상의 지혜를 찾았는가?”

 

그러자 올로본 오리는 침착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물론 세상에는 우리가 찾아야 할 지혜가 많지. 나는 그 중에서 아주 조금 깨닫고 돌아왔다네.”

 

친구들은 다시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가?”

 

올로본 오리가 대답했습니다.

 

그 지혜란 이런 것일세. 지혜를 찾아라. 그러나 상식을 내팽개치지 말아라.”

 

- 나이지리아의 옛날이야기

 

* 출처 :웅진 메르헨 월드 12 - 가장 멀리 들리는 것(박남일 엮음, 웅진출판주식회사 펴냄, 서기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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