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

▷◁강가에서 만난 할머니

개마두리 2015. 9. 8. 13:25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혼자 남은 가엾은 소녀가 있었습니다. 그 어린 소녀를 돌보아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오갈 데 없는 소녀는 강가에 있는 어떤 집에 하녀로 들어갔습니다.

 

그 집에는 소녀 또래의 딸이 있었습니다. 여주인은 자기 딸에게만 잘 해 주고, 소녀에게는 함부로 대했습니다. 틈만 나면 욕설을 퍼부었고, 밥도 조금밖에 주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날마다 강가로 나가서 설거지를 해 오라고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소녀는 강가에서 설거지를 하다가 조그만 은숟가락 하나를 강물에 빠뜨리고 말았습니다.

 

이걸 어떡하나 …….”

 

소녀는 강물에 손을 뻗어 보았지만, 물살이 너무 세서 숟가락을 건질 수가 없었습니다. 소녀는 하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와 여주인에게 사실대로 말했습니다. 그러자 여주인은 무척 화를 냈습니다.

 

당장 가서 찾아오지 못해? 만일 못 찾거든 내 집에 돌아올 생각도 하지 마!”

 

소녀는 다시 강가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강물을 따라 내려가면서 온종일 숟가락을 찾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러나 물속에 빠진 숟가락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날이 저물었습니다. 소녀는 갑자기 무섭고 외로운 생각이 들어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그 때, 강가의 바위 위에 앉아 있던 어떤 할머니가 소녀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습니다.

 

얘야, 왜 울고 있느냐?”

 

소녀는 울면서 그 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주인마님의 은 숟가락을 강물에 빠뜨렸어요. 찾지 못하면 돌아오지도 말래요. 엉엉엉 …….”

 

하지만 할머니는 소녀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저고리를 벗으며 엉뚱한 말을 했습니다.

 

내 등을 좀 밀어 주렴.”

 

소녀는 할머니의 등을 문질렀습니다. 그런데 할머니의 등에는 상처 딱지와 가시가 가득 돋아나 있었습니다. 소녀는 손이 찔리는 아픔을 참으며 할머니의 등을 열심히 밀어 주었습니다. 어느 새 소녀의 손에서는 피가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뭐지?”

 

핏자국을 본 할머니가 물었습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소녀는 손을 감추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할머니가 돌아앉으며 말했습니다.

 

어디 네 손 좀 보자꾸나.”

 

할머니는 소녀의 손에 난 상처에 침을 발라 주었습니다. 그러자 생채기가 감쪽같이 아물면서 아픔도 사라졌습니다.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먹을 것을 줄게, 나랑 우리 집에 함께 가자.”

 

소녀는 할머니를 따라갔습니다. 할머니의 집은 깊은 산 속에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소녀에게 바나나 푸딩을 주었습니다. 소녀는 배불리 먹고 나서 할머니와 함께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소녀는 평소 버릇대로 일찍 일어나 마당을 쓸고 부엌으로 갔습니다. 그러자 할머니가 소녀에게 뼈 한 개와 쌀 한 톨, 그리고 콩 한 쪽을 주면서 밥을 지으라고 말했습니다.

 

소녀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망설이다가 물었습니다.

 

죄송하지만, 저는 이걸로 어떻게 밥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간단하단다. 물을 끓여서 그걸 모두 집어넣기만 하면 돼.”

 

소녀는 할머니가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점심때 쯤에는 맛있는 볶음밥과 콩과 고기가 무럭무럭 김을 내며 솥 안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소녀와 할머니는 그 음식을 맛있게 나눠 먹었습니다.

 

식사가 끝나자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나는 다녀올 데가 있어서 나가야겠다. 몇 시간이 지나면 어떤 들고양이가 와서 먹을 것을 달라고 할 게다. 그러면 음식을 주지 말고, 지팡이로 두들겨서 내쫓아라.”

 

할머니가 나간 지 몇 시간이 지났습니다. 할머니 말대로 문 밖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문을 열어 보니 무척 야윈 고양이가 집 안을 기웃거리고 있었습니다. 고양이는 몹시 배가 고픈 모양이었습니다.

 

소녀는 고양이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팡이로 두들겨 쫓아 내기는커녕 고양이에게 우유 한 접시를 갖다 주었습니다. 고양이는 우유를 배불리 먹은 뒤 돌아갔습니다.

 

얼마 뒤에 할머니가 돌아왔습니다. 소녀는 혼날 각오를 하고 사실대로 말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할머니는 소녀의 고운 마음씨를 칭찬하면서 함께 살자고 했습니다.

 

소녀는 할머니 일을 도와 드리며 함께 지냈습니다. 이제 소녀는 배가 고프지도 않았고, 야단을 맞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흘렀습니다.

 

어느 날, 할머니가 소녀를 불러 놓고 말했습니다.

 

이젠 옛날 주인에게 돌아가거라.”

 

소녀는 떠나기 싫었지만, 할머니의 말을 거스를 수도 없었습니다.

 

, 알겠어요, 할머니. 그렇지만 은숟가락 없이는 돌아갈 수가 없답니다.”

 

그러자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이 길을 따라 내려가거라. 그러면 네거리가 나올 텐데, 그 곳에는 짚단 위에 달걀 무더기가 쌓여 있을 게다. 그 중에 큰 것들이 나를 가져가렴.’ 하더라도 작은 달걀 하나만 들고 가서 다음 네거리에서 깨뜨려 보아라.”

 

소녀는 할머니에게 인사를 드리고 길을 나섰습니다.

 

첫 번째 네거리에 이르니, 진짜로 달걀 무더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 큰 것들이 나를 가져가렴, 나를 가져가렴!”하고 외쳐 댔습니다. 그러나 소녀는 가장 작은 달걀을 골라 가지고 다음 네거리에 가서 깨뜨려 보았습니다. 그러자 조그만 상자 하나가 나왔습니다. 상자는 점점 커져서 품 안에 가득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소녀는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어 보았습니다. 상자 안에는 은으로 만든 포크와 숟가락이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소녀는 그것을 가지고 전에 있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여주인과 딸은 소녀가 가져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소녀는 그 동안 있었던 일을 모두 들려주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여주인은 소녀 대신 자기 딸을 강가로 보내 설거지를 하게 했습니다. 딸은 설거지는 하지도 않고 조그만 은숟가락 하나를 강물에 빠뜨리고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강물에 찻숟가락을 떠내려 보냈어요.”

 

딸이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 어머니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가서 찾아오너라. 못 찾거든 집에 돌아올 생각도 마라.”

 

딸은 강물을 따라 하루 종일 내려갔습니다. 저녁이 되자 바위 위에 앉아 있는 할머니가 보였습니다. 그러자 딸은 곧 소리내어 울었습니다.

 

왜 울고 있는 거냐?”

 

할머니가 물었습니다.

 

딸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습니다.

 

우리 어머니의 은숟가락을 잃어버렸어요. 못 찾으면 집에 돌아오지 말래요.”

 

내 등이나 좀 밀어 주렴.”

 

딸은 할머니가 말하자, 속으로 옳다구나.’하면서 할머니의 등을 밀기 시작했습니다. 딸도 역시 할머니의 등에 난 가시와 딱지 때문에 손에서 피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 !”

 

딸은 크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니, 왜 그러느냐?”

 

 

할머니 등에 난 가시에 찔려서 피가 나요. 너무나 아파요.”

 

할머니는 욕심쟁이 딸의 손에 침을 발라 주었습니다. 그러자 생채기가 씻은 듯이 아물더니, 아픔도 사라졌습니다. 할머니는 딸을 산 속의 집으로 데려갔습니다.

 

다음 날 아침, 할머니는 뼈 한 개와 쌀 한 톨, 콩 한 쪽을 주면서 밥을 지으라고 말했습니다.

 

아니, 이 쓰레기로 밥을 지으라고요?”

 

딸이 불평을 터뜨렸습니다.

 

뭐라고? 쓰레기라니 ……. 시키는 대로 할 일이지.”

 

하는 수 없이 딸은 할머니가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그러자 점심때쯤 솥 안에는 밥과 콩과 고기가 가득 찼습니다.

 

함께 식사를 하고 나서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나는 지금 나가 봐야겠다. 혹시 들고양이가 와서 먹을 것을 달라고 하거든, 절대로 주지 말고 내 지팡이로 때려서 내쫓아라.”

 

할머니가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문 밖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딸은 할머니의 지팡이를 움켜쥐고 달려나가서 고양이를 두들겨 팼습니다. 어찌나 세게 때렸던지, 고양이는 다리가 하나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그 날 저녁 늦게 할머니는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며 돌아왔습니다.

 

다음 날 아침, 할머니가 욕심쟁이 딸에게 말했습니다.

 

그만 떠나거라. 너는 좀처럼 배우려 들지 않는구나.”

 

그렇지만 찻숟가락을 찾지 못하면 집에 돌아갈 수가 없는 걸요.”

 

그러자 할머니는 네거리의 달걀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반드시 작은 것을 가져야 한다. 절대로 큰 달걀을 고르면 안 돼.”

 

딸은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곧장 달려나갔습니다. 네거리에 가 보니, 정말로 큰 달걀들이 나를 가져가렴, 나를 가져가렴!”하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소녀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나는 바보가 아니야! 큰 달걀이면 더 좋을 거야.’

 

딸은 가장 큰 달걀을 골라 가지고 가다가 다음 네거리에서 깨뜨렸습니다. 그러자 펑하고 큰 소리가 나더니, 온갖 도깨비들, 악마와 악당, 귀신 떼거리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습니다. 욕심쟁이 딸은 그만 잡아먹히고 말았습니다.

 

- 아이티의 옛날이야기

 

# 출처 :웅진메르헨월드 5 - 바보 토니(박남일 엮음, 웅진출판주식회사 펴냄, 서기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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