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

▷◁복어와 메뚜기

개마두리 2015. 12. 13. 23:36

 

물고기들과 벌레들이 회담 끝에 온 세상을 손아귀에 넣자며 짐승들을 공격하자고 결의하더니, 날렵한 물고기를 왕으로, 싸움꾼 벌레를 총사령관으로 뽑았다.


물고기와 벌레의 연합군은 짐승들을 쓰러뜨렸고, 그 주검들로 큰 잔치를 벌였다.


너무 먹은 물고기 대왕은 배가 부풀어 올라 꼼짝할 수 없었고, 벌레 대원수는 숨이 막혔다. 대원수는 부하들이 온 몸을 두드려 목숨은 건졌지만, (몸이 - 옮긴이) 납작해지고 기억을 잃어버려 동지들을 향해 마구 칼을 휘둘렀다.


허나 잔치가 끝나기도 전에 군사를 추슬러 반격해온 짐승들 앞에서, 움직일 수 없는 대왕과 기억을 잃어버린 대원수를 지닌 연합군은 손을 들고 말았다.


- 정문태 기자가 인용한 버마 설화


* 출처 : 정문태,「그대도 결국 괴물이 되는가」,『한겨레』서기 2015년 12월 12일자(토요판)


 

'옛날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깨비가 만든 둑  (0) 2016.01.10
▷◁괴물이 된 영웅들  (0) 2015.12.13
▷◁세 가지 질문  (0) 2015.09.20
▷◁먹보 왕 캐샐 이야기  (0) 2015.09.15
▷◁일곱 가지 변신술  (0) 2015.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