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천국에 간 창녀와 지옥에 간 성자

개마두리 2017. 3. 11. 14:12

한 성자(聖者)와 창녀가 서로 마주보는 집에 살다가 같은 날 죽었다. 놀랍게도 창녀의 넋은 천국으로 가고, 성자의 넋은 지옥에 떨어졌다. (이에 깜짝 놀란 - 옮긴이) 저승사자들은 착오가 생긴 것이 아닌가 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 저승사자가 그 까닭을 설명했다.


“성자는 늘 창녀를 부러워했어. 그 집에서 펼쳐지는 환락에 빠졌던 거야. 들리는 노랫소리와 웃음소리에 마음이 흔들렸지. 그의 모든 감각이 그녀(창녀 - 옮긴이)에게 쏠렸어. 기도를 하러 사원으로 가면서도 (그의 - 옮긴이) 두 귀는 창녀의 집으로 열려 있었다네. 반대로 창녀는 지옥 같은 곳에 몸을 담고 있지만, 늘 성자를 떠올렸어. 성자의 모습과 그 삶을 동경했지. (그녀는 - 옮긴이) 꽃을 들고 기도하러 사원으로 가는 성자를 보면서 더럽혀진 자신의 몸을 한탄했어.” 


- 이옥순,『인도에는 카레가 없다』, 103쪽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이옥순 지음, 책세상 펴냄, 서기 1997년 초판 1쇄 펴냄, 서기 2007년 개정증보판 1쇄 펴냄)에서 퍼옴


- 이옥순 교수(서기 2007년 현재 연세대학교 연구교수)가 자신의 책에 실은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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