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두 고양이 이야기

개마두리 2017. 5. 5. 22:42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이 고양이 두 마리를 키웠다.


한 마리는 낮에는 항상 잠을 자고 밤이면 돌아다니며 쥐를 움켜잡았으나, 주인이 그것을 알지 못하고 무능하다고 여겼다. 다른 고양이는 밤에는 사람 곁에서 잠을 자고 낮에 어쩌다 쥐를 잡으면 반드시 물고 사람 앞으로 와서, 쥐를 어르면서 구경거리를 만들었다. 집안 사람들이 모두 이 고양이를 기특하게 여겼다. 그래서 이 고양이가 (사람의 - 옮긴이 잉걸. 아래 ‘옮긴이’) 반찬을 훔쳐 먹거나, 닭을 물어뜯어도 벌을 주지 않았다.


쥐들은 밤에 쥐 사냥을 하는 고양이 때문에 죽임을 당하거나, 아니면 환란을 피해 멀리 달아났다. 그 덕택에 쥐떼가 끊어졌는데도, 주인은 (이 일을 - 옮긴이) 다른 고양이의 공으로 여겼고, 오히려 쥐 잘 잡는 고양이를 매질하여 내쫓았다.


그러자 쥐들은 ‘정말 잘 되었다.’고 하면서 모두 다시 몰려왔다. 그 뒤로 다시는 쥐떼를 막을 수가 없었다.


슬기로운 이에게 둘 가운데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밤에 쥐 잘 잡는 고양이를 키우겠는가, 아니면 다른 고양이를 키우겠는가?


-『무명자집』에 실린 우언


-『한국의 우언』(김 영 엮음, 이우일 그림, 현암사 펴냄, 서기 2004년)에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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