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교활한 늙은 개

개마두리 2017. 5. 5. 23:13

어떤 사람이 남에게 강아지를 얻어서 키우는데, 그것이 작고 또 새로 왔다고 하여 자주 먹이를 주고 늘 예뻐하며 쓰다듬었다. 그런데 (그전부터 - 옮긴이 잉걸. 아래 ‘옮긴이’) 집에 있던 늙은 개가 속으로는 (주인을 - 옮긴이) 원망하면서 겉으로는 강아지를 예뻐하는 척하며, 만날 때마다 핥아 주고 껴안으면서 (강아지에게 빌붙어 피를 빨아먹는 - 옮긴이) 벼룩을 깨물어 주고 파리를 쫓아 주었다. 그래서 주인은 늙은 개를 의심하지 않았다.


며칠 있다가, 늙은 개는 한밤에 주인이 깊이 잠든 때를 틈타 이빨을 세워 강아지의 목을 물어 죽이고는 (죽은 강아지를 - 옮긴이) 문밖에 내다 두었다. 날이 밝아 주인이 일어나자, 개는 (주인의 - 옮긴이) 옷자락을 끌고 강아지를 내다 둔 곳으로 가서, 슬피 울며 발로 가리켰다.


(늙은 개는 - 옮긴이) 속으로는 죽이려는 마음을 품고서 겉으로는 예뻐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보여서 사람이 의심하지 않게 만들었던 것이다. 독살스러움(毒煞스러움. 됨됨이나 하는 일이 살기가 있고 악독한 데가 있음 - 옮긴이)을 부린 뒤에도 다시 그 죽음이 자기가 한 짓이 아닌 것처럼 (위장 - 옮긴이)했다. 교활하도다! 개도 그러한데 사람은 오죽하겠는가.

 
-『무명자집』에 실린 우언


-『한국의 우언』(김 영 엮음, 이우일 그림, 현암사 펴냄, 서기 2004년)에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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