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바보 명단

개마두리 2017. 5. 17. 23:11

한 번은 아크바르 황제가 비르발에게 바보들을 찾아서 명단을 만들어 오라고 명했다. 그래서 비르발은 아그라(무굴 제국 도시의 이름 - 옮긴이) 시내를 다니면서 바보들을 찾고 있었다.


한편, 어느 날 한 장사꾼이 무굴 제국의 황궁에 와서 황제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폐하, 소인은 말을 파는 장사꾼입니다. 폐하께 보여드리려고 명마 한 마리를 끌고 왔사오니, 부디 구경만 해 주시더라도 소인에게는 크나 큰 영광이겠습니다.”


아크바르는 말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황제였다. 그는 이미 수천 마리가 넘는 말을 가지고 있었지만, 언제라도 더 좋은 말을 사 들이고 싶어 했다. 그래서 그는 몸소 가서 말을 살펴보았다.


“과연 종자가 좋구나!”


“폐하, 소인에게는 이런 말이 수백 마리나 있사옵니다. 모두 사시지 않겠습니까?”


“물론 사지. 언제 가져올 수 있겠는가?”


“폐하, 비용 문제만 아니었다면 이번에 모두 몰고 왔을 텐데요. 금화 10만   닢을 주신다면 1주일 안으로 대령하겠사옵니다.”


“금화 10만 닢이라, 좋아!”


황제는 재무담당관을 불러 값을 치르게 했고, 장사꾼은 떠났다. 마침 비르발이 오고 있는 것을 본 황제는 비르발에게 명마를 자랑하고 싶었다.


“승상, 이 명마를 좀 보구려. 짐은 이런 말을 온(100) 마리 사려고 방금 장사꾼에게 금화 10만 닢을 냈다오.”


“아니, 그 많은 돈을 선금으로 주셨다고요?”


“물론이오! 이런 말은 그런 값이라도 싸니까.”


“하지만 폐하, 그 자와 연고가 있으신가요? 아니면 신하들 가운데 누군가가 보증을 섰나요?”


“아니, 아니오! 하지만 그는 아주 정직해 보였소. 그는 돌아올 거요. 그건 그렇고, 승상, 바보들의 명단은 어떻게 되었소?”


“거의 다 되어 갑니다. 폐하, 방금 명단에 올릴 사람을 한 명 더 찾았사옵니다.”


“그렇소? 그럼 한번 볼까?”


“곧 올리겠습니다.”


비르발은 한쪽 구석에서 이름을 하나 더 적고는, 그 명단을 가지고 왔다.


“여기 있습니다, 폐하.”


명단을 훑어보던 황제가 갑자기 노기를 띠며 소리쳤다.


“승상, 이게 뭐요? 경은 어째서, 감히, 짐의 이름을 이 명단에 올린 거요?”


“황송합니다, 폐하. 하지만 폐하께서는 방금 모르는 사람에게 금화 10만 닢을 주셨습니다. 그것을 어찌 바보가 한 일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 어찌 알겠소? 아직 일은 끝나지 않았소. 그가 1주일 안으로 말을 가지고 돌아온다면 어떻게 할 거요?”


“폐하, 그렇다면 폐하의 어명(御名. 임금의 이름 - 옮긴이)을 명단에서 지워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 장사꾼의 이름을 대신 올리겠습니다!”


이 말에 아크바르 황제는 어처구니가 없어,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해서 비르발은 또다시 황제께 무례를 범하고도 노여움을 사기는커녕 오히려 (황제가 이 모든 일을 - 옮긴이) 통쾌히 웃어넘기게 할 수가 있었다.


-『비르발 아니면 누가 그런 생각을 해』(이균형 엮음, 정택영 그림, 정신세계사 펴냄, 서기 2004년)에서 퍼온 이야기  


'우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가 더 먹보인가  (0) 2017.05.18
당나귀 짐  (0) 2017.05.18
교활한 늙은 개  (0) 2017.05.05
두 고양이 이야기  (0) 2017.05.05
매의 지혜  (0) 2017.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