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당나귀 짐

개마두리 2017. 5. 18. 09:21

하루는 아크바르 황제가 두 황자(皇子. 황제의 아들 - 옮긴이)를 거느리고 강가로 산책을 나갔다. 비르발 승상도 그들과 동행했다.


황제는 문득 맑은 강물에 목욕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황자들과 함께 옷을 벗어 승상에게 건네주고는, 목욕이 끝날 때까지 들고 있게 했다. 승상은 옷을 어깨에 걸친 채 강가에서 기다리며 서 있었다.


농담을 좋아하는 아크바르 황제는 문득 비르발 승상을 놀려 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말했다.


“승상, 경의 모습을 보니 빨랫짐을 진 당나귀가 생각나는구려.”


그러자 비르발 승상은 주저 없이 이렇게 대꾸했다.


“그렇군요, 하지만 다른 점이 있습니다. 제가 당나귀 한 마리의 짐이 아니라 세 마리의 짐을 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비르발 승상을 놀리려다가 자신을 놀린 꼴이 되어버린 황제는 화를 내기는커녕 한바탕 크게 웃었다.


-『비르발 아니면 누가 그런 생각을 해』(이균형 엮음, 정택영 그림, 정신세계사 펴냄, 서기 2004년)에서 퍼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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