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말랑말랑한 감정

개마두리 2020. 1. 4. 16:54

우수 지난 어느 날
봄비 속에 떨고 있는 홍매화 식구들
비릿한 향기를 흘리고 있다
구석에서 비를 읽던 길고양이 ‘레옹이’는
입맛을 다신다
비 그친 후
붉은 가슴을 하늘 높이 펼쳐 보이는
꽃송이들
쥐를 잡듯 아지랑이를 낚아채
바닥을 움켜쥐는 레옹이
휘파람을 불며 지나가던 봄바람 한 점
달콤함을 떨어뜨리고 간다


(* 우수[雨水] : 원래는 ‘빗물’이라는 뜻을 지닌 한자말이지만, 이 시에서는 ‘24절기 가운데 하나인, 양력 2월 18일, 그러니까 봄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때를 일컫는 말로 쓰였다 - 옮긴이 잉걸. 아래 ’옮긴이‘)


(*홍매화 : 붉은 빛을 띈 매화꽃 - 옮긴이)

 
- ‘한영희’ 님의 시. (서기 2017년에 나온, 시민공모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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