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비밀 메시지

개마두리 2020. 4. 5. 21:46

한 상인이 인도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하인들을 불러놓고 말했다.


“이번 여행에서 돌아올 때, 너희 모두에게 선물(膳物. 원래는 ‘물선[物膳]’. 순수한 배달말로는 ‘아토’ - 인용자 잉걸. 아래 ‘인용자’)을 주기로 했다. 원하는(바라는 - 인용자) 것이 있으면 말해라. 최선을 다해 구해 보겠다.”


(하인들은 - 인용자) 모두들 기뻐하며 자기가 원하는 것을 말했다.


상인은 새장에 갇혀있는 아름다운 앵무새에게도 말했다.


“너는 어떠냐? 인도에서 무엇을 가져다주련?”


앵무새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아아, 인도! 제가 태어난 곳이지요. 주인님, 거기 가서 제 친척들을 만나거든 제 안부와 함께 내가 언제나 그들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말을 전해주시고, 혹시 그들이 저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있는지 물어봐주십시오. 그것이 제가 원하는 전부입니다.”


“그러마. 거기서 앵무새를 만나면 꼭 네 말을 전하지. 자, 그럼 잘들 있어라!”


상인은 인도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여행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하루는 들판을 건너다가 나무 위에 앵무새들이 앉아있는 것을 보았다. 그가 앵무새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집에 두고 온 앵무새의 말을 전했다.


앵무새들이 그의 말을 귀담아듣는데, 특히 한 마리가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상인의 말이 끝나자, 그 새가 격렬하게 몸을 떨더니, 갑자기 땅바닥으로 떨어져 상인 발치에서 숨을 거두었다. 


다른 새들이 슬프게 울면서 주위를 날아다녔고, 상인은 가슴이 아파서 혼자 중얼거렸다.


“이 불쌍한 새가 우리 집 앵무새의 친척이나 친구(순수한 배달말로는 ‘동무’ - 인용자)인 게 틀림없어. 내가 전한 말이 그만 이 새를 죽게 한 거야. 말을 하지 말았어야 해. 정말 바보같이 굴었군!”


여행을 마치고 상인이 돌아오자, 온 집안 식구들이 기쁘게 환영했다(기뻐하며 반갑게 맞아들였다 - 인용자). 그가 보따리를 풀고 준비해온 선물들을 나눠주었다.


앵무새가 끝까지 참고 기다리다가 울음을 터뜨렸다.


“주인님, 제 말을 전하셨나요? 그들이 저에게 전하는 무슨 메시지가 없었어요?”


애처로운 눈빛으로 앵무새를 바라보며, 상인이 말했다.


“물론 네 말을 전했지. 하지만, 전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뻔했어. 그 일을 지금도 후회하고 있다.”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나무 위에 앉아있는 앵무새들에게 네 말을 전했다. 모두 네 친척들 같았어. 그런데 그중(그 가운데 - 인용자) 하나가, 너를 잘 아는 게 분명했지, 그 새가 내 말을 듣고는 너무나 절망하여, 그만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더구나. 내 발치에서 죽고 말았어. 내 말을 믿어다오. 정말 미안하다. 네 말을 전하지 말 걸 그랬어.”


앵무새가 주인의 말을 주의 깊게 듣더니, 어리둥절한 상인 앞에서 몸을 떨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그만 새장 바닥에 몸을 던지고 숨을 거두었다.


상인이 크게 실망하여 소리 질렀다.


“아아, 이를 어쩌나? 내 아름다운 새가 죽었구나. 이런 바보 멍청이가 어디 있단 말인가! 진작 알았어야 했어. 입을 열면 안 된다는 것을.”


그가 눈물을 뿌리며 죽은 새를 새장에서 꺼내는데, 갑자기 앵무새가 날개를 치고 하늘로 솟구치더니, 나뭇가지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저의 임자였던 분이여! 인도의 그 앵무새는 죽지 않았답니다. (다만 - 인용자) 죽은 척하는 속임수로 새장에서 벗어날 방법을 내게 일러준 것이지요.”      


― 『루미의 우화 모음집』(루미 지음, 아서 숄리 엮음, 이현주 옮김, ‘도서출판 아침이슬’ 펴냄, 서기 2010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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