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떠나보내고 난 뒤에야
앉은 자리에서 싹을 내민다.
모든 걸 놓아 버리고 난 뒤에야
슬그머니 손 내밀어 핀다.
잃을 것, 가진 것 없어
두 손 털어 버리고 가는 뒷모습에서
푸른 현기증처럼 아른대며 피어나는
바닥이라는 꽃 한 송이
바닥을 치고서야
꽃으로 피는 그 눈물 꽃의 꽃말은
일어서야지
일어서야지.
- ‘김인구’ 시인의 시